성별 임금격차, 보상의 비선형성, 한국 노동시장에 관한 단상

어느 여성판사 죽음에 관한 보고서

‘판사의 과로’ 법과 양심에 영향 없을까, 살인적인 업무량으로 재판의 부실화 우려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미국 연방대법관의 방한 사흘째이던 지난 8월 5일. 대법원의 고위 관계자들은 이날 오후 강연회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이 기사가 다시 공유되는 걸 보자니 착잡하다.

Claudia Goldin 하버드 경제학과 교수는 2000년대에도 남아 있는 미국 성별 임금격차의 원인을 노동자 간 대체성(substitutability)과 보상의 비선형성(nonlinearity of compensation)으로 든다. 표현이 추상적인 것뿐이지 전혀 어려운 말이 아니다.9 to 6을 지키고 업무가 표준화된 직업보다 업무 시간이 불규칙하고 대인관계가 중요한 직업의 보수가 더 높다. 가령 전문직 중 약사가 전자, 변호사가 후자에 속한다. 전자 직업군은 1시간 일할 때 1천 달러를 벌면 2시간에 2천 달러, 3시간에 3천 달러를 번다(선형적). 후자 직업군은 1시간에 1천 달러, 2시간에 4천 달러, 3시간에 9천 달러를 번다(비선형적).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가? 새벽 2시에 클라이언트의 전화를 받는 어려움을 감수해야 하고, 클라이언트와 친밀성 (rapport)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인력 간 대체가 쉽지 않은 직업이 그 반대급부로(compensating differentials) 비선형적으로 상승하는 고임금을 얻는다.

Goldin은 여성이 출산을 거치며 시간을 탄력적으로 쓸 수 없기 때문에 비선형적 임금 프로파일 직업을 선택하지 못하게 된다고 설명하며 성별 임금격차와 이 현상을 연결한다. 그리고 이 문제가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며, 혹독한 업무환경의 대가로 비선형적 고임금을 주는 것이 해당 직종에서 짧게 일하는 사람들에게 패널티를 부과하는 것과 동일하므로 젠더 문제와 무관하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노동시장 조건 개선, 특히 시간선택제 근무 확산 및 파트타임과 정규직 대우 갭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정책적 시사점을 도출한다. (하루이틀에 바뀔 문제는 물론 아니다. 어차피 노동은 파생수요이며, 생산물 수요가 우선한다. 클라이언트가 새벽 2시에 전화를 건다는 데 어쩔 거냔 말이다.)

갑자기 웬 성별 임금격차 얘기를 했느냐. 비선형성을 설명하는 예시로 생각하심 되겠다.

한국은 최저임금 알바 이외 모든 직업에 비선형성이 있다. 최저임금 알바 뺀 것도 최저임금의 정의(시간당 고정임금)를 생각해서 뺀 것이지 근무환경이 나아서 뺀 것이 아니다. 당장 비선형성을 입증하는 데이터는 없지만, 한국 노동공급이 매우매우매우 비탄력적이라는 점이 간접적인 증거다. 파트타임 일자리 자체가 적거나 열악해서 일을 하느냐 마느냐를 선택하지 근무시간을 선택하는 경우가 극도로 적기 때문이다.

이 점은 Goldin이 말한 파트타임 비선형 패널티가 모든 직종에서 매우 심각하게 존재한다는 것으로 해석해봄직하다. 그런데 한국엔 비선형 패널티만 있지, 노동자 간 대체성은 매우 높다(너 아니라도 일할 사람 많다). 이 둘이 양립가능할 조건은… 간단하다. 그냥 노동시장 환경이 안 좋은 거다.

이 문제는 국가경제를 좀먹는다. 하여 나는 최근 고용노동부가 시간선택제 일자리 등을 도입해서 무언가 해보려는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 한국이 정책이 부족했던 국가가 아니며 일자리란 게 정부가 도입해서 어떻게 해 볼 문제가 아니라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 어쨌든 저런 단어를 공식 문건에 올렸다는 것도 나름의 진전이라고 생각한다.

Goldin 교수가 저 내용을 아주아주 쉽게 풀어 쓴 대중용 아티클을 하나 소개한다. Claudia Goldin (2010), “How to achieve gender equality in pay”, The Milken Institute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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