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토막글: 최임결정 메커니즘의 문제

최저임금에 초점을 맞춘 정기 보고서가 두 개 있다. <최저임금 심의를 위한 임금실태 등 분석 보고서>, <최저임금 적용효과에 관한 설문조사 분석 보고서>. 이름에서 미루어 알 수 있듯 전자는 “객관적” 통계분석이다. 최저임금 영향률, 미만율 등이 이 보고서에서 나온다. 후자는 사업주, 노동자 대상 “주관적” 인식조사다.

전자는 최저임금위원회가 매년 노동연구원에 수탁한다. 경활조사 등 기존 통계 원자료를 이용한 지표 생산 및 분석이 주 내용인 만큼 데이터 연속성이나 신뢰성 문제가 비교적 덜하다.

후자가 문제다. 이 보고서는 매년 시행하는 설문조사에 기초하는데, 조사문항이 2-3년에 한 번은 대규모로 바뀐다. 전자야 어쨌든 객관적 자료지만 이 조사는 주관적 인식 조사이니만큼 문항 포함 여부부터 해석까지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10년 이상 된 연례 정기조사임에도 시계열 연속성이 확보되지 않는다.

단순 문언만 놓고도 노사 위원들이 치열하게 다툰다. 언젠가 “최저임금 준수”에 가장 큰 역할을 해야 할 주체가 누구냐는 문항이 추가되었다. 이듬해에 “준수”가 “정착”으로 바뀌었다. 사측 위원들이 “준수”라는 표현이 암묵적으로 사측을 위법행위자로 간주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제기한 것이 그 이유였다.

게다가 이런 주관적 인식조사는 실제 수치와 괴리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업체 및 근로자의 실제 특성과 연계해서 분석해야 한다. 그러나 이 보고서 분석은 기껏해야 매출, 규모, 소득 등을 묻고 조사 대상의 특성 요약통계량을 제시하는 정도다. 국가기관에서 진행하는 연구니 기존 통계와 매칭하면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텐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

분석 내용 역시 문항 요약 정도다. 범주형자료분석과 회귀분석은 한 글자도 나오지 않는다. 가장 고급 분석이 크로스테이블이다. 결국 큰 돈 들여 한 설문조사가 사업주와 근로자 간 인식 괴리를 재확인하는 수준에 그친다. 이 문제가 개선될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 더 암담하다. 문제가 분석자들이 용역비 받아 놀고 먹기 때문에 발생하는 게 아니라, 노사위원들이 고급 방법론 활용을 원치 않아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알고 있)다.

한국은 국가 단위로 최저임금이 결정되어 실험적 계량연구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관의 행정데이터라도 풍부하게 활용해야 생산적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이러하다. 이것이 최저임금 관련 논의가 미만율과 영향률 정도에서 나아가지 않는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외 관련 문제를 생각하다 보면 최저임금위원회 인적 구성 내지 최임 결정 메커니즘을 한층 더 회의적으로 보게 된다.

…아무튼 16.4%는 실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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