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기. 5주차

아직 이번 주가 다 끝나지 않았지만 시험이 끝난 관계로 남겨 둔다.

#. 경제수학은 사소한 부분에서 점수를 깎였다. 미시는 결과가 나와 봐야 알 것 같고, 거시는 잘 봤다. 정확히 말하면 거시 시험이 쉬웠다.

#. 역시 내가 시험병신이라는 건 변하지 않는다. 알고 있는 것이 비슷하더라도 시험에 강한 사람이 있고 약한 사람이 있다. 나는 단연 후자에 속한다. 시험장에서 100%를 발휘하려면 130% 이상을 준비해야 한다. 그래서 시험장에서 스텝 꼬이지 않은 경험 자체가 손에 꼽는다. 수능, 대학원 석사 코어과목(미시/계량) 정도. 꼬이지 않으면 결과가 좋은 편이지만 그런 경우가 드물다.

#. 아는 것보다 시험을 망치는 경험이 누적되면 음의 피드백이 강화되어, 실전에서 한 번 꼬이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다. 미시 시험이 딱 그랬는데, 결과까지 다 예측되는 문제를 갖고 계산이 꼬여서 시간을 한참 낭비했다. 멘탈도 털리고. 학부 때도 후배 한 명 가르치다시피 해서 A 만들어 주고 정작 내가 대멸망한 적이 있는데, 왠지 이번에도 그러지 않을까 싶다. 대멸망 수준은 아닐 테지만. 요새 동기들이 날 Sunham Kim, our prospective professor 드립을 치곤 하는데 그게 다 무슨 소용이겠는가 말이다. 이 익숙한 씁쓸함이란…

#. 그냥 못 보면 잊어버리기라도 하지(경제수학 실수처럼), 이런 식으로 시험을 망치면 후유증이 오래 간다. 다른 사람들이 잘 못 봐서 상대평가가 좋을 가능성은 상당하지만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시험에서 내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10년 넘게 각종 한국식 시험에 노출되면서도 고쳐지지 않은 문제다. 그냥 제약으로 받아들이고, 공부 열심히 하면서, 시험 핑계 댈 것 없이 존버하는 것밖에 뾰족한 대책이 없다.

#. 여전히 공부하는 건 즐겁다. 연대에서 서울대로 옮긴 모 미시이론 교수님이 남긴 전설적인 말이 있다. “MWG 연습문제 다 풀어볼 필요 전혀 없어요. 내가 다 해봤는데, 굳이 할 필요 없어요.” ㅋㅋㅋㅋㅋㅋ 그런데 이러다가 나도 다 풀어볼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진도 나가는 챕터만큼은. (근데 시험을 망치셨어요? 기본이나 잘 하세요, 님아. ㅠㅠ)

#. 거시는 구술로 치러졌고 대충 잘 봤다. 생각보다 훨씬 쉬웠다. 기말에 불지옥이 열릴 듯.

#. 이렇게 시험을 세 번 더 당해야 학기가 끝난다. 살려주세요 ㅠㅠ 그래도 다음 학기에는 확률통계가 있어서 좀 괜찮을 것 같다. 과거 자료와 실라버스 참조하니 대충 다 아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러고 시험 망하면… 한강 아니 와바시 강 수온 체크를… 아무튼 열심히 하고 볼 일이다.

 

##. 덧. 거시가 구술시험이라 점수가 바로 나왔다. 만점이다. 끝이 좋으면 다 좋은 법이지 암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