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단상

헌재 결정문을 반복해서 읽는다. 본문에서 공화국을 수호하려는 의지가, 보충의견에서 국가공동체와 그 성원들이 회복되기 바라는 기원이 엿보인다.

회자되듯, 김이수 이진성 재판관의 보충의견이 마음에 남는다. 성실의무위반을 탄핵사유로 인정할 순 없으되 그 책임을 면탈하진 않는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적시한다. 세월호 이후 마주했던 그 망연함을 조금이나마 위로받을 수 있었다. 대통령 파면 결정문에서 큰 비중으로 다루어졌다는 점이 유가족들에게도 작으나마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

탄핵소추 당시 어차피 불인정될 텐데 굳이 넣어야 했느냐는 의견이 있었다. 결정문이 답을 준 것 같다. “국정 최고책임자의 지도력을 가장 필요로 하는 순간 (…) 세월호 참사가 있었던 2014. 4. 16.이 바로 이러한 날에 해당한다.” 우리에겐 이런 공식 선언이 필요했다.

이하는 읽다 보면 자꾸 울컥하는 보충의견 마지막 대목이다.

진정한 국가 지도자는 국가위기의 순간에 상황을 신속하게 파악하고 그때그때의 상황에 알맞게 대처함으로써 피해를 최소화하고 피해자 및 그 가족들과 아픔을 함께하며, 국민에게 어둠이 걷힐 수 있다는 희망을 주어야 한다. 물론 대통령이 진정한 지도자상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해서 성실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할 수 없음은 당연하다. 하지만 국민이 국정 최고책임자의 지도력을 가장 필요로 하는 순간은 국가 구조가 원활하게 돌아가는 전형적이고 일상적인 상황이 아니라, 전쟁이나 대규모 재난등 국가위기가 발생하여 그 상황이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급격하게 흘러가고, 이를 통제, 관리해야 할 국가 구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이다. 세월호 참사가 있었던 2014. 4. 16.이 바로 이러한 날에 해당한다. 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물론이고 지켜보는 국민 모두가 어느 때보다도 피청구인이 대통령의 위치에서 최소한의 지도력이라도 발휘해 국민 보호에 앞장서 주기를 간절하게 바라고 있었다.

그러나 피청구인은 그날 저녁까지 별다른 이유 없이 집무실에 출근하지도 않고 관저에 머물렀다. 그 결과 유례를 찾기 어려운 대형 재난이 발생하여 최상위 단계인 ‘심각’ 단계의 위기 경보가 발령되었는데도 그 심각성을 아주 뒤늦게 알았고 상황을 파악하고 승객 구조를 지원하기 위하여 대통령으로서 지도력을 발휘하지 않은 채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하였다. 400명이 넘는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에 중대하고 급박한 위험이 발생한 그 순간에 피청구인은 8시간 동안이나 국민 앞에 자신의 모습을 보이지 아니하였다.

이상과 같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급박한 위험이 초래되어 대규모 피해가 생기거나 예견되는 국가위기 상황이 발생하였음에도, 상황의 중대성 및 급박성 등을 고려할 때 그에 대한 피청구인의 대응은 현저하게 불성실하였다. 피청구인은 최상위 단계의 위기 경보가 발령되었고 상황의 심각성을 파악하였음에도 재난 상황을 해결하려는 의지나 노력이 부족하였다. 그렇다면 피청구인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여야 할 구체적인 작위의무가 발생하였음에도 자신의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지 않았으므로, 헌법 제69조 및 국가공무원법 제56조에 따라 대통령에게 구체적으로 부여된 성실한 직책수행의무를 위반한 경우에 해당한다.

 

 

그 여름의 행진을 기억한다. 돌아오지 못할 실종자들의 이름을, 응답하지 않을 최고 권력자의 이름을 부르며 걷던 종로 어딘가를 기억한다. 최종적 신원에 다다르기까지 나는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으며, 나는 포기하지 않는다. 세월호의 아픔, 그 대가를 당신에게 요구할 것이다. 그 모든 눈물을 받아내고야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