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차 진입, 1년차 마무리. 단상.

퀄 시험을 통과하고 2년차에 진입했다. 축하를 많이 받았는데, 열심히 하긴 했지만 그렇게 축하받을 자격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1년차가 끝났고 6주간 한국을 방문한다. 아마 남은 4년 동안 이렇게 오랫동안 한국에 올 일은 없을 가능성이 크다. R이나 파이썬을 간단히 보고, 점찍어 둔 논문 하나 replicate해볼까 한다. 마음대로 될 지는 아무래도 미지수지만.

1년차를 돌아보면 여러 아쉬움이 교차한다. 블로그에 여러 차례 썼다시피 코스웍 밀도가 내가 원하는 것보다 낮아서 종종 집중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반면 퀄 준비하며 1년 배운 것을 돌아보면 내가 이해하지 못했으면서 이해했다고 여긴 것이 많았다. 더 타이트해서 더 치열했다면 어땠을까 싶기도, 그냥 이게 내 수준인가 싶기도 했다. 하여 원래 커리큘럼 평가를 좀 해 보려 했는데 그만두기로 했다.

퀄 이틀 전 손에 아무것도 잡히지 않아 블로그 예전 글을 정주행했다. “Expert Beginner” 관련 글타래를 다시 읽으며 아직도 내가 그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개중에 문제는 잘 푸는 편에 속하지만 여전히 사고력은 제자리걸음인. 인류 지성사에 먼지 한 톨만큼의 기여라도 할 수 있을까. 자기비하를 할 생각은 없다. 스물여덟쯤 되었으면 자기 수준은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엇을 연구할 수 있을까? 연구란 탐구이고 탐구는 호기심에서 비롯된다. 난 무엇이 궁금한가? 공부하면 할수록 내가 궁금했던 문제가 이미 풀려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내 질문 수준이 뭐 얼마나 높았겠는가? 그럴수록 호기심은 가시고 시니컬한 물음표가 그 자리를 채운다. “So what?” 내가 떠올리는 질문도 so what? 남의 논문을 보아도 so what? 기념비적 논문을 읽을 때가 아니면 매양 그런 식이다. (당장 생각나는 건 Milgrom and Weber 1982. 읽으면서 거의 울 뻔했다.) 가장 보통의 존재인 나는 뭘 파고들어야 할지 도무지 갈피를 잡지 못한다. 아마 나만 마주하는 질문은 아닐 테다.

이번 방학에는 어떤 질문(비단 research question뿐 아니라 PhD 과정 전반에 관한)에서 출발해야 할지만 명확히 해도 큰 수확일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