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기, 10-12주차.

3주 만의 블로깅. 3주 동안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기 보다는, 꼭 주말에 일이 하나씩 터져서 글을 안 쓰고 넘어가다 보니 시간이 이렇게 지났다.

– Spring Break 때 공부를 충분히 못 했다. Information Economics 수업 과제 하다 보니 시간이 순식간에 흘러가 버렸다. 간신히 거시 노트 좀 읽은 수준. 미시 1은 모듈 끝난 뒤에 전혀 손을 못 대고 있어서 걱정이다. 석사 때 배운 내용과 겹치고 클래스 1등이었으니 큰일이야 날까 싶지만, 이렇게 감을 놓치면 안 될텐데 싶다.

– 계량경제학 수업은 bootstrap을 다루고 있다. 모교에서 “Maddala & Jeong”에 빛나는 교수님의 응용미시계량경제 수업을 들었음에도 정작 bootstrap은 한 시간 수업으로 맛만 보고 끝났다. 사실상 처음 보는 내용이라고 봐도 무관하다. 자연히 코딩 과제에 헬게이트 오픈. 4인 미만 그룹으로 하라고 준 과제를 무식하게 혼자 다 하겠다고 달려든 것도 만용이었다. 3일 밤낮을 쏟아부어 어찌어찌 마무리는 했다. 연습은 많이 되었는데 대가가 크다. 나누어서 하면 분명히 맡은 분량만 하게 될 테고, 그만큼 배워 가는 게 적은 법. 그래서 다음 번에도 혼자 할 가능성이 높긴 한데 잘 모르겠다. 똑바로 서라 경제학도! MB=MC!

– Information Economics는 문자 그대로 종합선물세트다. 세 모듈 동안 배운 미거시/계량의 온갖 개념과 테크닉을 총망라하고 있다. 교수님의 전달력만 빼면(…) 대단히 좋은 수업. 문제는 이 분이 이 수업을 20년 넘게 하셔서, 20년치 문제가 숙제로 주어진다. (…) 게다가 20년 동안 강의노트도 계속 업데이트하신다. 2017, 2018년(..) 논문이 숙제와 강의노트로 나온다. 존경스러울 정도. 은퇴하시는 경제수학(사실은 미시이론) 교수님과 이 분에게 미시를 전부 배우는 것도 괜찮았을 것 같다.

– 미시 교수님이 드디어 모교에서 세미나를 했다.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며칠 전 집에 들어와 침대에 몸을 던지는 순간 한국 카톡이 울렸다. 석사 동기 누나가 “세미나 들어왔더니 너 얘기 하면서 발표 시작하고 있다” 고 생중계를 해 주었다. 덕분에 기억도 나고, 기분도 좋고, 한편으로는 열심히 잘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여기서 죽 쑤고 있으면 어땠을까? 그럼 일단 교수님은 내가 연대 나온 줄도 몰랐을 것이며(..) 그 세미나 organizer 교수님, 거기 앉아 계셨다는 다른 교수님 다 아는 분인데, 세미나 끝나고 식사라도 할 때 얘기 나왔으면… 상상하고 싶지 않다. 별 걱정 다 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생각보다 그런 식사 자리에서 여러 얘기가 나온다. 아무튼 이 바닥 참 좁다.

– 레디메이드 식재료 구독 서비스 Hellofresh를 이용해 보았다. 기본이 2인 기준 일주일 3끼 (혼자 먹으면 6끼) 분량에 60불이다. 물론 이걸 다 내야 했으면 구독하지 않았을 것이다. 첫 주 할인/unidays를 통한 학생할인 서비스/신용카드 청구할인(개념이 좀 다르지만)을 이용해서 3주 정도 저렴하게 구독해 보았다. 식재료도 식재료인데, 미국에서 간편하게 해 먹을 만한 레시피를 얻는 것도 목표였다. 레시피도 얻고 요리도 잘 해서 먹었지만, 역시 60불 내고 사 먹을 건 아니다. 35불-40불 정도라면 괜찮을 듯. 혹시 이 블로그 들어오는 유학생 분들은 한 번 정도 시도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이 추천 링크를 이용하면 첫 주 40불 할인받을 수 있다. 광고하는 건 아니다;;

– 한미 시사 뉴스가 하도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어서 안 볼래야 안 볼 수가 없다. 신경 끄고 공부를 해야 할 텐데…

2학기, 9주차.

마지막 모듈이 시작되었다. 지난 모듈은 어찌어찌 잘 마무리한 것 같다. 거시는 의외로 선방했고, 계량도 교수님이 채점을 너그럽게 하신 덕분에 이냥저냥 클래스 1등은 했다. 게임이론이 문제였는데, 기말고사에서 한 문제를 많이 감점당했다. 모듈 초에 숙제로 나왔던 부분인데 설명이 모호해서 질문했던 내용. 문제는 대답이 상당히 모호했고(“ㅇㅇ 그냥 그런거야” 수준) 개념이 좀 불명확한 상태로 넘어갔었는데, 그 부분을 대단히 깐깐히 채점했다. 교수님과 얘기해 볼 예정. 점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그것도 모르는 멍청이는 아니라는 얘기를 좀 하려고 한다. 질문했던 부분을 다시 확실하게 정리하고 넘어가야 하기도.

이번 모듈 시간표는 미쳤다. 화/목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백투백투백 3연강. ㅋㅋㅋ 덕분에 주2 시간표가 되었는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퀄 공부 열심히 하라고 이렇게 짠 것 같다. 문제는 내가 시험기간을 지내며 낮밤이 바뀌어 버렸다는 거다. 한국 다녀오고 나서 시차적응으로 고생하고, 시험기간을 연속으로 겪으면서 바이오리듬이 아주 엉망이다. 봄방학 때 좀 고쳐봐야 할 텐데 마음대로 될까? 못 고치면 모듈을 날린다. ;;

돌아오는 주는 봄방학이다. 첫 주 숙제를 다 끝내 놓고 (당연히) 퀄 준비를 할 생각이다. 특별히 갈 곳도 없고, 돈도 아껴야 해서 아무데도 가지 않는다. 공부 계획은 다 세워 두었다. 미거시 1 노트를 꼼꼼하게 리뷰할 예정. 오랜만에 value function 존재증명을 할 생각 하니 벌써부터 귀찮다. (사실 모델 셋업만 파악하면 존재증명은 노가다에 가깝다. 셋업을 이상하게 꼬아 놓아서 스텝 엉키는 게 문제지)

여름에 사용하는 전자기기를 싹 교체할 예정이다. 랩탑, reMarkable 둘 다 처분할 거고 아이패드는 생각 좀 해 봐야겠다. 여기서 중고거래하기는 리스크가 크거나(craigslist) 수수료가 커서(ebay) 영 내키지 않는다. 뭐니뭐니 해도 중고로운 평화나라가 최고. 이래저래 한국을 가야한다. ㅠㅠ

2학기, 7-8주차.

– 모듈 3 종료. 마지막 모듈만 남았다. 퀄은 3개월 남았고. 기말고사는 이래저래 쳤다. 계량이 좀 아쉽다. 중간고사는 만점이었는데, 기말고사는 답안을 좀 제멋대로 쓴 것 같다. 계산도 좀 꼬이고. 에라…

– 마지막 모듈은 미시 3, 정보경제학, 계량 2를 수강한다. 게임이론이랑 고급계량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 여러 차례 썼듯 게임 이론 강의가 그냥 렉쳐노트 소리내서 읽는 수준이라(…) 독학에 가깝다. 그래서 더 아귀아귀 파고들게 된다. 깊이의 차이야 있겠으나 게임이론은 경제학자가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툴박스 아니냔 말이다. 모든 경제학 이론은 게임이론으로 서술 가능하며 아예 경제학은 게임이론의 응용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는 말을 한 게 Rubinstein이었던가? (그런데 저 말은 Rubinstein 스타일이 아닌 것 같다) 계속 하는 얘기지만 조금 더 깊이 배웠으면 좋겠다는 마음뿐이다.

– 그래서 앞으로 뭐 할까? @.@ 여기저기 자문을 좀 더 구해 봐야겠다.

– 내 어드미션 관련 비화? 를 들었다. 별 얘긴 아니고, 커미티에서는 내가 퍼듀로 올 줄 몰랐다고 한다. 오퍼 억셉해서 커미티 체어가 굉장히 좋아했다고. 그 얘기 듣고 심사가 복잡했다. 지금 와서 아쉬움이건 뭐건 감상에 젖을 건 아니다. 시장이 효율적이라면 어디쯤에 위치했을지 궁금할 뿐이다. 미국 대학원 입시에 잔뼈가 굵은 모교 교수님 말씀과 실제 지원 결과를 종합해 보건대 30-50위 사이였을 것 같은데, 퍼듀 커미티에서 이렇게 말했다면 대충 30-40위로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도무지 기준을 알 수가 없다.

– 블로그에 썼었나? 지난 모듈 거시 교수님이 한국 분이었다. 오늘 잠깐 얘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새로 뽑은 거시 교수님도 한국 분이라고 한다. 컬럼비아 박사시라는데 지난 포스팅에 쓴 그 분인가 싶다. 잡 세미나 왔던 분들 중에서 뽑았을 테니까. 이런저런 모습을 보면 확실히 경제학 박사 프로그램을 강화하려고 투자하는 것 같다. 문제는 다른 학교들도 투자한다는 것이다 ㅋㅋ

– 저것 말고도 이런저런 얘기 좀 했다. 교수님들이 나 많이 아끼신단 얘기도 듣고. ㅋㅋ;; 열심히 해서 최대한 지원 받고, 성과 내고 싶다. 전에 한 번 썼지만 내 동기 전원은 최소 한 개 이상의 TOP25 어드미션을 버리고 퍼듀를 택했다(Maryland라거나, UChicago(노펀딩이긴 하지만)라거나). 비지팅 행사 때 너무 좋았다면서… 그 얘기 처음 했을 때는 (솔직히 지금도)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이제 좀 알 것 같긴 하다. 모든 교수님들이 학생들에게 친절하고 어떻게든 지원해주려고 노력한다. 한 명쯤은 괴팍한 사람이 있어야 경제학과스러운데 그런 교수님이 없다 (음… 한 명 뽑자면 우리 학장님? 읍읍). 그러니 비지팅 행사 분위기는 얼마나 좋았겠는가? 알 만 하다.

– 1학기에 경제수학을 가르쳤던 노교수님이 은퇴한다고 한다. 잘 몰랐는데 생각보다 더 대단한 분이었다. 70년대 말-80년대 초의 스타였다고. Hugo Sonnenschein의 제자이자 공저자라고 소개하면 충분할 것 같다. 업적 중 하나를 꼽자면 n-firm Cournot equilibrium의 존재증명 정도? 이 분에게 미시를 배운 건 아니지만 티칭 내공은 물론 학자로서의 인사이트도 상당한 듯했다. 요새는 보기 힘든 Old School Theorist 느낌.

– 이 분 박사 하신 이야기도 꽤 드라마틱하다. 원래 U of Iowa에서 대학원 생활을 시작했는데, 해당 프로그램 미시 교수진에 약간의 문제가 생겨 당장 1년차 코스웍 수업을 담당할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다른 학교 교수를 두 명 초빙했는데 그 중 한 명이 당시 Northwestern 교수이던 Sonnenschein이었던 것. 한 학기 수업하면서 Sonnenschein 교수가 이 분을 정말 마음에 들어했고 끝내 자기 프로그램으로 데려갔다고 한다. 자기 제자로 들이고 결국 공저자 관계까지 발전한 걸 보면 이 분 포텐셜이나 그걸 알아본 Sonnenschein이나… 그런데 조교수 생활 4-5년차 들어 개인사 등 여러 문제가 심했고, 결국 첫 부임지였던 스탠퍼드를 떠나 퍼듀에 오랫동안 몸담았고 이제 은퇴하시는 것. 다들 아쉬워한다.

– 퀄 시험은… 배수진을 쳤다. 붙지 않으면 안 된다 ㅋㅋ

2학기, 6주차.

– 역시 비슷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드디어 운동을 시작했다. 퍼듀 체육관은 전미 최고 수준이라던데 과연 어마어마하다. 유지비가 얼마나 들지… 한편으로는 미국 대학들이 교육/연구보다 스포츠에 투자하는 현실의 일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했다. 시설 이용하는 거야 다른 문제지만.

– 월요일에 Job Seminar로 컬럼비아 대학교의 한국인 박사과정 학생이 온다.개인적인 친분은 물론 없음. 전공은 거시. CV를 살펴보니 AER forthcoming을 하나 들고 있다. 세상에… 나도 실질적으로는 3년 정도 쓸 수 있는 건데 이 안에 결판을 지어야 한다. 눈앞이 깜깜하다. 당장 3개월 반 앞으로 다가온 퀄부터 좀 막고 ;;

– 여름 한국행 비행기표가 고민이다. 퀄을 한 번에 붙는다고 가정하면 지금 발권해야 한다. 아직은 국적기 1stop을 1200불 정도로 막을 수 있는데, 6월 가서 발권하려고 들면 저 돈으론 동방항공 2stop도 끊을 수 있을까말까일 게다. 변경/취소 수수료 및 변경 가능한 날짜 범위를 좀 더 자세히 알아보아야겠다.

– 재연재 중인 <쌉니다 천리마마트>를 보고 있다. 원 연재가 6-7년 전이었다고 기억한다. 아무튼 줄거리를 다 잊어버려서 새로운 마음으로 보고 있는데… 이번 회차에서 문석구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반전이 공개되었다. 6년 전에는 마음이 움직인 정도였다면, 지금은… 그래, 그 사이에 많은 일이 있었다.

2학기, 1-3주차.

휴가 후 시차적응하고 정신이 없어서 블로그건 뭐건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모듈 3 중간고사가 다가와서, 간단히 남긴다.

– 방학 때 했던 RA job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교수는 코멘트를 마음에 들어 했고, 결과적으로 페이도 100% 넘게 늘어났다. 페이퍼가 어서 게재되어야 할 텐데.

– 이번 모듈엔 게임이론, 거시 3, 계량 1을 듣는다. 지난 학기 미시 2 수업을 담당했던 분이 게임이론도 담당하는데, 강의력은 여전하지만(…) 본인 전공이라 그런지 훨씬 낫다. 이번 학기에 12년 간 사용한 강의노트를 전부 갈아엎었다고 한다. ㅠㅠ

– 거시 3 담당교수는 한국인으로 학부-대학원 모두 미국에서 나온 분이다. 웬만한 미국인보다 말이 빠르고, 한국인 특유의 족집게스러움이 있어서 마치 입시학원 강사 느낌. Dirk Krueger 강의노트 그대로 수업이 진행된다. 아직 개인적으로 얘기를 나눠 본 적은 없다.

– 계량 1은 OLS부터 시작한 대신 진도가 광속이다. 대신 담당교수 강의력은 내가 여기 와서 만난 분 중 가장 좋은 듯. 아주 친절하게 수업한다. 직관을 대단히 강조하는 편. 마음에 든다. 이 분 수업 때문에 계량을 전공하기로 한 학생들도 있다고 한다. 물론 나는 그럴 생각이 없지만.

– 동문회에 갔다가 에너지경제학을 전공하고 있는 박사과정 4년차 선배를 만났다. 지난 placement record를 보고 현실적인 목표 바운더리를 잡되, 지금부터 잘 하면 그 upper bound까지는 못 갈 이유가 없다… 뭐 그런 얘기를 주로 했다. 써 놓고 보면 노오오오력! 같지만 그렇진 않고 도움이 많이 되었다. 최근 5년 내 졸업자들 내지 잡 마켓 경험자들과 대화를 많이 하라는 조언은 당장의 행동지침으로 유용하다고 본다. 중간고사 끝나면 바로 연락할 예정.

– 전공을 계속 고민 중이다. behavioral/expermental labor/IO 이 정도가 현실적으로 가능한 선택지 아닐까? 이 분야 교수진은 상당히 괜찮다. Int’l Econ을 하려면, 우리 학장님께서 제자를 받을 생각이 좀 드셔야 할 텐데. ㅠ

– 보험사를 바꾸고, 메이저 회사 신용카드를 만들었다. 은행 계좌를 한두 개 더 열 생각이다. 하루빨리 면허를 따야 할 텐데… 한편 자동차 에어백 리콜(Takata Case) 건으로 에어백을 교체받고, 간 김에 다른 문제도 좀 처리했다. 자동차 오너가 되는 게 이렇게 귀찮은 일이었다니.

– 집중을 잘 못 하고 있다. 보험, 카드, 자동차 문제로 주의가 분산된 것도 있지만, 좀 더 의식적으로 집중할 필요가 있다. 퀄 붙고 여름에 한국 가야 하지 않겠나? 그리고 퀄을 붙어야 연구를 시작한다!

Winter Break

– 방학의 시간은 너무나 빠르게 지나간다. 한 게 없는데;;

– 공식 학기 평가를 받았다. 특별한 말은 없다.

Twice each year the Economics Policy Committee reviews the performance of Economics Ph.D. students. Congratulations on your fine performance in coursework last semester. The Economics Policy Committee is pleased with your effort and the promise you show in the program. We wish you continued success.

– 지난 학기 복습을 좀 해야 하는데 손에 안 잡힌다.

– 연말은 한국에서 보낼 예정. 겸사겸사 잠깐 들어갔다 온다. 항공권 값이 아깝긴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방학 자체가 짧은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