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가 기어이 유럽을 상대로 무역전쟁을 벌일 모양이다. 기념으로(?) 트럼프 무역전쟁이 미국 경제에 미친 영향을 추정한 최신 논문 두 편 간단히 소개해 본다. 둘 다 내로라 하는 학자들이 썼다. 결론부터 말하면, 물론 소비자 생산자 모두에게 악영향을 끼쳤다.
먼저 Mary Amiti 뉴욕 연준 이코노미스트, Stephen Redding 프린스턴대 교수, David Weinstein 컬럼비아대 교수의 추정에 따르면, 2018년 내내 실질소득 감소(관세로 인한 후생손실) 폭이 확대되어 11월에는 월간 14억 달러에 달했다. 1월부터 11월까지의 누적액을 추계하면 실질소득 감소분이 69억 달러, 소비자 및 수입업자에게 전가된 관세가 123억 달러에 달했다. 한편 지난 30년 통틀어 2%p 상승하는 데 그친 생산자물가도 11개월 만에 1%p 상승했다.
저자들은 해당 수준의 관세가 지속적으로 부과될 경우 연간 1,650억 달러 ($165 billion) 상당의 무역량이 소멸하거나 미국이 아닌 다른 곳을 향하리라고 예측했다. 달리 말해 글로벌 가치사슬 자체가 재편성되고 미중 양국에 투자했던 기업들에게 그 비용이 고스란히 돌아간다는 이야기.
한편 Pablo Fajgelbaum UCLA 교수, Pinelopi Goldberg 예일대 교수 및 세계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Patrick Kennedy 버클리 교수, Amit K. Khandelwal 컬럼비아대 교수는 좀 더 흥미로운 실증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이들의 추계에 의하면 2018년 한 해 동안 관세로 인한 물가 상승이 야기한 소비자 및 생산자후생 손실은 688억 달러. 정부의 관세수입 및 미국 생산자들이 얻은 혜택을 감안해도 78억 달러이다 (앞서 11개월 69억 달러와 대충 비슷한 수치). 심지어 상대국의 보복관세가 없었다고 해도 40억 달러 정도 손실을 기록했을 것이라 추측된다.
그렇다면 이 손실은 누구에게 집중되었는가? 저자들은 공화당 지지 성향 지역의 교역재 산업 노동자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고 보고한다. (“We find that tradeable-sector workers in heavily Republican counties were the most negatively affected by the trade war.”) 흥미로운 사실은, 미국 관세는 주로 정치적 경합 지역을 더 보호했고 특정 당 지지세가 뚜렷한 지역을 덜 보호했다. 그마저도 민주당 지역이 더 보호되었다. 문제는 보복관세를 얻어맞은 산업이 공화당 지역에 주로 분포했다는 것이다. 하여 공화당 지역 실질임금 감소 폭이 경합지역이나 민주당 지역보다 컸다. 저자들은 이 결과로부터 보호무역주의가 그 지지자들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진부하지만 강렬한 해석을 제시한다.
국내에서도 초미의 관심사였던 철강관세처럼 다수 국가를 상대로 한 관세도 있지만, 역시 태평양을 사이에 둔 중국과의 무역전쟁이 이 결과를 불러온 주 요인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서양 전선을 열어 양면전쟁을 한다면 어떻게 될지 나로선 짐작할 수도 없다. 미국인들, 감세로 몇 푼 돌려받는 건 아무것도 아닐 텐데… Make America Great Ag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