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훈 인터뷰 비판

우석훈 씨가 육아 관련 책 발간 기념 인터뷰를 했다. 그 짧은 인터뷰에도 오류가 너무 많아서 짚고 넘어가 볼까 한다.

기사를 차근차근 살펴보겠다. 기사 원문은 여기서 볼 수 있다.


『88만원 세대』의 저자인 경제학자 우석훈(49)씨가 육아기를 펴냈다. 다섯 살, 세 살 두 아들을 키우며 몸으로 체득한 육아의 세계를 경제학자의 ‘촉’으로 짚은 『오늘 한 푼 벌면 내일 두 푼 나가고』(다산4.0)다. 6일 만난 우씨는 “한국에서 아이 키우는 일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육아의 모든 책임을 엄마에게 뒤집어 씌운다. 육아 부담을 개인이 짊어지는 데 한계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의 가사분담률이 OECD 최저 수준이라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15년 전에 비하면 훨씬 나아졌다. 자료를 보자. 남성들은 과거에 비해 가사분담을 더 하고 있다. 참고로 이 설문조사는 부인들에게 물어본 결과다.

우석훈 인터뷰 비판

가사를 “부인이 전적으로 책임”진다는 응답은 전 연령대에서 감소하여 평균 약 10%p 감소, “부인이 주로, 남편도 분담”은 거의 유사, “가사를 공평하게 분담”은 전 연령 평균 약 10%p 증가했다. 코호트별로도 같은 변화가 일어났다. 육아 외의 가사활동만 분담하는 것은 아니냐고? 자세한 자료는 없으나 여전히 “저녁이 없는 삶”이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인식 개선만으로 이 정도 나아진 것도 극적이라고 해석하는 편이 합리적이다.

육아연령대인 30-39세 여성 고용률이 15년 전에 비해 크게 달라지지 않은 반면 20-29세 여성 고용률은 급상승했다. 이 사실은 무엇을 말하는가? 과거 여성들은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상태에서 출산과 육아를 했다. 그러니 애당초 “일-가정 양립”이 필요 없었다. 지금은 일자리를 포기해야 한다. 커리어와 가정을 모두 잡아야 하는 환경이 되자 육아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는 것이다. 육아 자체가 어려워졌다는 표현에는 어폐가 있다.

세상은 하루아침에 변하지 않는다. 경제학이 “우울한 과학”이라고 불린대도, 무턱대고 세상이 좋아지지 않는다며 종말 대예언을 거듭하는 샤머니즘과는 매우 다르다.

 

Q : 저출산이 심각한 사회 문제다.

A : “순전히 경제적 시각으로 보자면 현재 한국의 부모들은 진짜 아이를 많이 낳고 있다. 육아 비용과 주거 비용 등을 고려할 때 합계출산율이 ‘1’ 이상(2015년 1.24명)이라는 게 놀랍다. 앞으로 더 줄어들어 ‘0.8’‘0.9’로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

우석훈 씨는 합계출산율이 생각보다 높다고 한다. 무엇보다 높다는 것인가? 비교하려면 기준이 필요하다. 육아 비용과 주거 비용을 고려한 기준합계출산율(benchmark fertility rates)라도 산출했다는 말인가?

Lee, Mason and et al. (Science, 2014)에 따르면, 한국에서 생활수준을 최적으로 하는 합계출산율은 1.25-1.55 사이고 2010-2014년 한국의 평균합계출산율은 1.23이다. 최적에 가깝다. 애초에 질문이 잘못되었던 것이다. 저출산이 반드시 문제인가? 학자라면 여기서 출발해야 한다. (최적에 “가깝다”는 표현에는 통계적 검증이 필요하다. 0.02가 작은 차이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최적 범위가 1.25-1.55니까 0.02는 작은 숫자가 아닐까 한다. 이 내용은 권남훈 교수님 블로그를 참조했다. 일독을 추천.)

그리고 2000년 이후 합계출산율 추이는 대단히 안정적이다. 줄어든다는 말에는 근거가 필요하다.

 

Q : 정부의 저출산 대책이 효과가 없다는 말인가. 지난해 관련 예산만 해도 21조원이 넘는다.

A : “한국의 육아 정책은 셋째 아이부터 파격적인 혜택을 준다. 전형적인 모양내기 정책이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가장 안정적인 방법은 첫아이를 낳는 데 정책 목표를 맞추는 것이다. 그러려면 ‘결혼하기 좋은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정규직 비율을 높이고, 임대주택을 확대해 주거비용을 낮추는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

엄밀히 말해 육아보조정책과 출산제고정책은 다르다. 육아보조에 초점을 맞추면 다자녀 가정 보조 비중을 높이고, 출산제고를 하려면 우석훈 박사 말대로 첫 출산 문턱을 낮추는 것이 맞다. 두 정책 중 무엇을 우선해야 하는가? 이를 논하려면 위에서 말했듯 한국이 정책적으로 출산율을 높여야 하느냐부터 따져야 한다. 위에서 이야기했으니 넘어간다.

어쨌든 여러 가지 의미에서 첫 출산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그런데 거기서 결혼 이야기가 바로 나오는 건 조금 이상하다. 우석훈 박사는 프랑스에서 공부했다. 유럽 국가들의 출산율 반등에 크게 기여한 요인이 무엇인가? 여럿 있겠으나 혼외출산자 지원제도 정비가 한몫 했다. 혼외라고 하면 불륜을 연상할 수 있으나, 법적 부부가 아니라도 출산육아정책 수혜대상이 될 수 있도록 완화한 것이다. 이런 정책을 시행할 경우 비혼·1인 가정 증가와 출산율 감소의 연관성이 약해진다. 왜 이런 얘기는 안 했을까?

한국은 혼외출산 비율이 매우 낮은 국가라서 얘기가 다르다는 반론이 나올 수 있겠다. 당장 근거는 없으나 나는 제도가 이 현상의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어떤 형태이건 가족제도 바깥의 출산은 개인의 인생을 끝장내기 때문이다. 제도가 바뀌면 결과도 바뀔 수 있다. 가까운 예로, 이혼에 대한 인식이 20년 사이에 얼마나 달라졌던가?

어쨌든 사회문화적 제약이 하루아침에 바뀌진 않을 테니 결혼을 보자. 한국의 경우 결혼 연령과 출산 연령이 동반 상승했다. 결혼 후 출산까지 걸리는 기간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1997년과 2016년을 비교하면 평균 4개월 정도 늘었다. 대학진학률이 늘고 졸업까지 걸리는 기간이 길어졌음을 고려하면 큰 차이가 아니다. 그러니 결혼이 늦어져서 출산이 늦어진 건 사실이다. 그런데 결혼하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정규직 비율을 높이고 임대주택을 확대하자? 아니다.

먼저, 정규직 비율을 높이자는 말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자는 말인지, 향후 채용을 정규직 중심으로 하자는 말인지는 모르겠다. 둘 다 비현실적이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 하에 정규직-비정규직 갭을 점차 줄여나가는 것이 현재 가장 합리적이다.

둘째로 임대주택 확대. 먼저 한국의 주거비용은 국제 기준 높은 편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자. 선진국은 소득의 20% 후반을 주거비로 지출한다. 한국은 15-20%다. 우석훈 박사가 말하는 임대주택이 공공인지 민간인지는 나와 있지 않다. 민간임대주택이었기를 바란다. 공공임대주택의 경우 부지도 재원도 없다는 건 부동산알못인 나도 아는 사실이다.

 

그는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20대들을 만나 가장 큰 변화가 뭐냐고 물어보니 ‘소개팅이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하더라”면서 “결혼을 유예하고 사는 비정규직에게 출산과 육아는 사치”라고 했다.

주변에서도 이런 이야기 심심치 않게 듣는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경제학자라는 타이틀을 걸고 이런 식으로 말하는 것은 매우 곤란하다. 적어도 종사상지위별, 연령별 유배우율 통계라도 제시해야 한다. 경활조사 원자료 5분만 만지면 얻을 수 있는 데이터다. 원자료 제시는 스킵.

 

그는 결혼 9년 만인 2012년 첫아이를 낳았고, 2014년 둘째를 낳았다. 박사 학위 소지자로 직장 생활을 하던 그의 아내는 첫째를 낳은 뒤 1년 육아휴직을 했고, 둘째 백일 무렵 ‘경단녀(경력 단절 여성)’가 됐다. “태어나자마자 집중치료실에 들어갈 만큼 몸이 약했던 둘째를 돌보기 위해서”였다. 그는 “회사에서 육아휴직이 안된다고 했다. 행정소송을 하라는 사람도 있었지만, 애가 아파 소송을 할 틈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의 아내는 지난해 파트타임으로 다시 일을 시작했다.

아내분 이야기는 스킵. 출산휴가/육아휴직 사용률 제고는 분명 중요한 문제다.

 

두 아이의 아빠가 되면서 그 역시 일을 줄이고 육아에 나섰다. 금요일 오후부터 월요일 오전까지는 그가 육아를 도맡는다. 매일 오전 9시까지 두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는 일도 그의 몫이다. 술자리 약속이 있어도 오후 8시30분까지는 귀가한다. 그는 “밤 9시에 애들을 재워야 하는데 그 시간을 놓치면 밤 11시까지 안 잔다. 혼자 애 둘을 재울 수가 없다. 각자 한 명씩 데리고 책을 읽어줘야 잔다”고 설명했다.

아주 수고가 많으시다.

 

Q : 육아 참여도가 높은 편이다.

A : “우리나라 남성들의 가사 참여율은 이슬람 국가 수준이다. 부부가 같이 일을 하면 집안일도 나눠 하는 게 당연하다. 육아엔 절대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육아를 무서워하는 아빠들이 많다. 애 보는 게 부담스러워 꼭 필요하지도 않은 야근을 하는 아빠들도 꽤 있다.”

가사참여율 이야기는 위에서 했다. 남성이 육아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를 경제활동과 귀찮음으로 나누면 둘 중 어느 쪽이 더 클까? 과연 지금 30대 중 “애 보는 게 부담스러워 꼭 필요하지도 않은 야근을 하는 아빠” 가 얼마나 있겠는가? 자료는 없지만 간접적으로 추론해 볼 순 있다. 과연 남성들의 인식이 그랬다면 가사참여율이 개선되었을까?

 

Q : 육아의 어떤 점이 가장 힘든가.

A : “다 어렵다. 노동 강도로 따지면 중노동 중의 중노동이다. 돈 문제도 힘들다. 출산 후 가계 소득은 줄고 지출은 늘어났다. ‘돈이 없어 못했다’는 일은 안 만들고 싶은데, 쉽지 않다.”

물론 다 어려울 것이다. 다 하려고 하면 다 어려운 법이다. 당장, 바로 아래 내용과 모순이다.

 

그는 비경제적인 육아 관행도 꼬집었다. 고가의 산후조리원과 유모차·영어유치원 등에 쓸데없이 돈 쓰는 풍토를 안타까워했다.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과 보육 교사 처우 개선 등의 필요성도 역설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첫째를 집 근처 국공립어린이집에 보내려고 2년 넘게 기다렸는데 아직도 대기 번호가 20번대”라고 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육아의 고충을 강조하며 “못 할 짓”이라는 말까지 했다.

일단 공립 어린이집 확충이 답이라고 하자. 경제학자라면 적어도 재원조달할 방법 정도는 이야기해야 하지 않나? 대기번호 이야기는 길에서 30대 후반 여성 붙잡고 물어도 할 수 있는 말이다. 영어유치원을 사치처럼 얘기하는데, 국공립/병설에 보내려다 못 보내니 영어유치원 보내는 케이스도 많다. 한편 기자의 표현인지 모르겠지만 경제학자가 “쓸데없이 돈 쓰는 풍토”라고 말했다는 건 충격적이다. 하긴 예전에 “빚 내서 집 사지 말고 돈 아껴 저축해야 산다“고 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 바로 위에서 “돈이 없어 못했다는 일은 안 만들고 싶”다고 하지 않았나?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해서 좋은 유모차 산다면 뭐라고 할 건가?

 

Q : 청년들에게 “아이 낳으라”는 말을 하기 힘들겠다.

A : “그래도 애들 덕에 웃고 행복하다. 아이를 낳으면 천국문과 지옥문이 동시에 열리는 셈이다. 이렇게 사는 게 삶 아니겠나.”

좋은 말씀이다. 행복을, 그가 즐겨 쓰는 표현대로라면 명랑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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