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 총기난사 이후의 풍경 – Are we going to be the last mass shooting?

17명이 사망한 플로리다 총기난사 후 2주가 지났다. 언제나처럼 총이냐 사람이냐를 두고 끝없는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그 사이 기업들은 기민하게 대처하고 있다. 미국 최대 총기 판매업체인 월마트와 딕스(Dick’s Sporting Goods(는 총기판매연령을 21세로 올린다고 발표했다. 정확히 말하면 권총(handgun)은 원래 21세 이상 성인만 살 수 있었고 장총(소총, 샷건 등)은 18세 이상부터 살 수 있었다. 현행 연방/주 법의 규정을 따르는 것이기도 하다. 이를 일괄적으로 21세 이상으로 인상한다는 것이 이번 발표의 핵심. 다만 판매업체 규정이 법보다 우선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Walmart and Dick’s Raise Minimum Age for Gun Buyers to 21

Earlier, President Trump met at the White House with a bipartisan group of lawmakers and called for a series of gun control measures, some of which the National Rifle Association has vigorously opposed. Walmart and Dick’s acted after a number of major companies moved last week to dissociate themselves from the N.R.A.

그뿐인가? 오마하 소재 First National Bank는 전미총기협회(NRA) 제휴 신용카드 발급을 중단했다. Hertz를 위시한 렌터카 업체들, 델타 항공과 유나이티드 항공은 NRA에 제공하던 요금 할인 혜택을 없앴다. 대형 보험사 MetLife 역시 보험료 제휴할인을 없앴다. (뒤집어 말해 그 전에는 혜택이 있었다는 것!)

Why companies are abandoning the NRA

But something else is happening after the attack at a high school in Parkland, Florida. People are pushing companies to cut ties with the powerful gun lobby. Advocates are targeting not weapons makers, but banks, rental car agencies, airlines, insurers and other companies with ties to the NRA.

여기서부터가 볼 만한 대목인데, 델타 항공은 조지아 주 애틀랜타에 본사를 두고 있다. 조지아 주 의회는 유류세 면제 등의 변경안을 포함한 세제개편안을 입안한 상태였다. 항공유류세 면제안이 포함될 경우 델타 항공은 연간 3천 8백만 달러 이상의 감세 혜택을 얻으리라고 전망되었다.

델타가 NRA 회원 제휴할인을 종료시킨다고 발표하자 네이선 딜 조지아 주지사(공화당)는 날선 어조로 비판을 퍼부었다. 며칠 뒤 조지아 주 상원은 세제개편안을 통과시켰다. 유류세 면제 조항을 빼 버린 채. NRA의 힘은 돈보다 정치력에 있다는 말이 여실히 증명된 장면.

 

Georgia Senate approves tax bill, snubbing Delta in NRA feud

Pro-gun Georgia lawmakers Thursday took revenge on Delta for crossing the National Rifle Association, killing a proposed tax break on jet fuel that would have saved the airline millions. A sweeping tax bill with the fuel exemption stripped out by the Republicans passed the GOP-controlled…

이 난장판에 빠질 수 없는 인물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며칠 전 NRA 간부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기만큼 수정헌법 2조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것(I’m the biggest fan of the 2nd amendment)”이라고 말했다. 교사들을 무장시키자고도 했다. 채 일주일도 지나가기 전 그는 의회 양당에 (오바마 시절부터 계류되어 있는) 포괄적 총기규제법 처리를 주문하여 수많은 공화당원을 충격에 빠뜨렸다. (DACA에 이어 이쯤되면 트럼프 요정설?)

 

Trump Stuns Lawmakers With Seeming Embrace of Comprehensive Gun Control

WASHINGTON – President Trump stunned Republicans on live television Wednesday by embracing gun control and urging a group of lawmakers at the White House to resurrect gun safety legislation that has been opposed for years by the powerful National Rifle Association and the vast majority of his party.

 

* 업데이트: NRA에 따르면 상황이 다르게 전개될 여지가 있다.

N.R.A. Suggests Trump May Retreat From Gun Control

In that meeting, Mr. Trump called for comprehensive legislation that would, among other things, expand background checks to firearms purchased at gun shows and on the internet – a measure favored by Democrats but anathema to the N.R.A.

 

2주 전 총기난사 희생자 대표 에마 곤잘레스는 “우리는 마지막 총기난사 희생자가 될 것(we are going to be the last mass shooting)”이라 외쳤다. 이번에는 다를까.

 

Florida student Emma Gonzalez to lawmakers and gun advocates: ‘We call BS’

Below is a full transcript of her speech: We haven’t already had a moment of silence in the House of Representatives, so I would like to have another one. Thank you. Every single person up here today, all these people should be home grieving.

 

CNN이 작정하고 정리한 인포그래픽 기사를 첨부한다.

 

America’s gun culture vs. the world in 5 charts

America’s unique relationship to gun ownership — enshrined as a right in its constitution — is also in the middle of an emotional and divisive debate about the meaning of the Second Amendment of the United States Constitution.

최저임금 상승 관련 기사 비판

중앙일보가 이런 기사를 냈다.

숙박·식당 직원 이미 짐 싸고, 중기 43% “고용 줄일 것”

이 회사 대표는 “우리 같은 중소기업에는 취업하려는 사람이 적다 보니 인건비 오른다고 무턱대고 직원을 내보낼 수도 없다”며 “최저임금이 정부 계획대로 2020년 시간당 1만원까지 오른다면 문 닫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영세 중소기업이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를 많이 고용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최

최임 인상 파급효과가 걱정되는 건 이해한다만, 첫 문단의 숫자가 잘 이해되지 않는다. “경남 창원에서 주물 공장을 운영하는 A사는 내년부터 오르는 최저임금 때문에 연간 10억원의 추가 인건비를 부담해야 한다.”

추가 인건비가 10억 원이라면, 최저시급 변화분 * 연간 노동시간 * 피고용인 수 = 10억 이란 얘기다. 다시 말해 이 회사의 피고용인 수는 10억 / (최저시급 변화분 * 연간 노동시간)으로 거칠게 구해 볼 수 있다. (편의상 상여금 등 기본급 외 항목의 영향은 없다고 하자. 분기별로 월 기본급만큼의 상여금이 주어진다고 가정해도 결론은 달라지지 않는다.)

최저시급 변화분은 1,060원, 연간 노동시간은 주당 40시간 (52주)로 두면 피고용인 수는 450명이 넘는다. 보통 300인 미만 기업을 중소기업으로 분류한다. 숫자를 바꾸어 주당 60시간 노동한다고 해도 300명이 넘는다. 아무래도 이상하다. 책상물림 박사과정 나부랭이가 무언가 빠뜨린 걸까? 내가 계산에 약하긴 하다.

기사에서 인용한 유일한 공식 통계인 고용동향 역시 근거로 활용하기에 다소 부족하다. (댓글 그림 참조) 숙박 및 서비스업 취업자가 2017년 6월을 기점으로 급격히 하락하여 음으로 돌아선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증가율이 하락하기 시작한 시점이 그 이전인 것도 사실이다. 최임 인상이 방아쇠였는지 가속제였는지는 불명확하다.

최저임금 상승 관련 기사 비판

사업시설관리 및 사업서비스업 종사자 증감률은 꾸준히 하락 중이었다. 2017년 3월에 음의 증가율을 기록한 후 5-9월에 다시 양의 증가율을 회복했다가 10월 이후 다시 마이너스 수준으로 떨어진다. 왜 떨어졌다 오르고 다시 떨어진 걸까? 무릎을 꿇어 추진력을 확보했는데 좀 부족했던 걸까? (…) 민주당 집권 후 최임 인상 가능성이 미리 반영된 걸까? 앞으로 대선 전에는 이 지표를 보면 되겠다.

최저임금 상승 관련 기사 비판

무엇보다 특정 산업 종사자가 전체 취업자 집단에서 차지하는 비중인 구성비가 두 산업 모두 증감률 변동에 비해 안정적이다. 해당 부문이 “직격탄”을 맞았다고 보기는 아직 이르지 않을까. 더하여 최저임금 10% 인상이 소비자물가를 0.3%p 상승시킨다는 분석 보고서는 인용하지 않는 게 나을 뻔했다. 기사의 논지를 뒷빋침하는 숫자가 아니다.

최임 인상은 고용을 줄일/줄였을 공산이 크다. 그러나 인과의 영향력 측정에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 이 문제는 결론을 정해 두고 자료를 편집하지 않아도 비판할 수 있는 사안이다. 부정확한 비판은 무익하고 부정확한 비판자는 무용하다.

경제학 교과서 전쟁?

평소 학계 동향을 잘 전해주시는 기자님이 이번엔 경제학원론 계의 “대안교과서” 에 관한 기사를 써 주셨다.

“경제학 교과서 낡았다”…불신 커지는 유럽 대학가

경제학만큼 대중의 신뢰와 불신을 동시에 받는 학문이 또 있을까. 사람들은 경제학이 많은 것을 설명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동시에 현실과 이론이 너무 다르다고 생각한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불신을 강화하는 직접적인 계기였다. 현실을 설명하지 못하는 학문에 대한 실망이 확산됐다. 선진국과 신흥국을 가리지 않고 성장이 둔화하면서 불평등이 도드라졌다.

기사에서 언급된 <Economy>, 그러니까 Bowles 교수가 이끈 CORE 프로젝트 팀의 새 교과서는 샘플 챕터 몇 개만 읽어보았지만 몇 마디만 보탠다.

이건 주류-비주류 견해차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라는, 교육철학(교수법 철학?)의 차이가 아닐까. 경제학을 사회”과학”으로 가르칠 것인지, “사회”과학으로 가르칠 것인지의 문제라는 말이다. 이러한 견해차는 꽤 오래 된 것으로 아는데, CORE 팀 교과서는 후자를 대변하는 최초의 원론 교과서다.

기존 경제학 교과서는 우선 표준모형을 셋업하고 그 가정을 하나씩 완화하며 현실에 접근한다. 과학 과목에서 흔히 택하는 접근이다. 반면 <Economy>는 현실 문제에서 출발한다. 경제학을 공부하고 있지만 현실 경제 문제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는 경제학과 학부생들에게 단비와 같은 소식이다. 또한 자연스럽게 다른 사회과학 분과학문의 성과를 좀 더 반영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교재로 수업하면서 이론적 기초도 잘 닦는 것은 어지간한 강의력으로 불가능하다. 원론 단계에서 무엇을 더 중시할 것인가? 여기서 다시 교육철학으로 돌아온다.

굳이 한쪽을 택하라면, 나는 기존 방식으로 교육받은 사람이라 그런지 이론적 기초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경제학원론 교과서가 현실과 멀다고 생각해서 학부 때 주화입마를 오래 겪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경제학의 가치는 다양한 이슈를 관통하는 이론에 있다. “경제학자처럼 생각하는 법”을 익히려면 이론체계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 좋다. 그렇다고 한쪽을 굳이 폄하할 이유는 없다. 교육에 관한 관점 차이일 뿐이고,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두 책을 상보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본다. 어느 한 쪽이 주류경제학 교과서, 다른 쪽이 비주류경제학 교과서가 아니다. <Economy> 참고문헌 목록에는 최신 경제학 논문이 즐비하다.

하여 불필요한 대립 구도를 피했으면 한다. 기사에 이런 문장이 있다. “무엇보다 《경제》가 담고 있는 정치적 함의에 대한 경계심이 크다. 볼스 교수 등은 훔볼트대 학생을 상대로 한 설문 결과 등을 들어 현재 경제학자들이 반드시 파헤쳐야 할 가장 시급한 문제로 ‘불평등’이 꼽히고 있음을 역설한다. 불평등을 어느 정도 인정해야 한다는 주류 경제학의 기존 분위기와는 사뭇 톤이 다르다.” 불평등 연구가 불필요하다고 여기는 경제학자가 과연 있을까? 불평등의 존재를 용인해야 한다는 것과, 그것을 연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부유해 보이는 고급 아파트와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허름한 판자촌이 형성된 모습을 담은 표지”는, 주류경제학계의 논문공장장 Daron Acemoglu가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첫 장에서 소개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경제학 교과서 전쟁?

경제학 교과서 전쟁?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첫 장에 등장하는 노갈레스(Nogales) 시. 이 도시의 북쪽(위 사진)은 미국 애리조나 주, 남쪽(아래 사진)은 멕시코에 속해 있다. 문자 그대로 벽 하나를 두고 소속 국가가 달라지는 것.

 

한편 이런 문장도 있다. “이들은 (..) 판매자와 구매자 간의 관계나 가격 설정 과정도 현실의 복잡함과 달리 매우 도식화돼 있다고 했다. (..) 또 현대 경제학의 기틀을 세운 이론 중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의 이론이나 존 내시의 게임이론 등 핵심적인 부분을 홀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부분은 Bowles 교수의 기고문을 그대로 옮겨온 것인데, 솔직히 그에게 묻고 싶다. 원론에서 이걸 다 다룰 수 있나?

기사에 언급된 폴 새뮤얼슨 경제학원론은 인간적으로 너무 낡은 게 맞다. 그 책 초판이 1948년에 나왔는데 지금은 2017년이다. 맨큐나 크루그먼 교과서도 수 차례 개정된 시점이다. 그렇다고 새 교과서가 나오지 않느냐? 아니다. Acemoglu-Leibson-List, Cowen-Tabarrok 등 젊은 저자들은 이론적 토대를 중심에 두면서 최대한 현실 문제를 다루려 애쓴다. 이들 교재는 특히 현대 경제학의 최대 성과인 실험과 실증을 책 구상 단계에서부터 고려하여, 2000년대 초중반 이전에 쓰인 교과서들과 근본적으로 궤를 달리한다. 실증과 실험을 염두에 두고 이론 설명을 전개하려면 그 전에 쓰인 책에 두어 장 추가하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기 때문이다.

나보고 원론 수업 하라고 하면 A-L-L 공저를 주교재로 쓰고 <Economy>를 읽기 자료로 쓸 듯.

최저임금 토막글: 최임결정 메커니즘의 문제

최저임금에 초점을 맞춘 정기 보고서가 두 개 있다. <최저임금 심의를 위한 임금실태 등 분석 보고서>, <최저임금 적용효과에 관한 설문조사 분석 보고서>. 이름에서 미루어 알 수 있듯 전자는 “객관적” 통계분석이다. 최저임금 영향률, 미만율 등이 이 보고서에서 나온다. 후자는 사업주, 노동자 대상 “주관적” 인식조사다.

전자는 최저임금위원회가 매년 노동연구원에 수탁한다. 경활조사 등 기존 통계 원자료를 이용한 지표 생산 및 분석이 주 내용인 만큼 데이터 연속성이나 신뢰성 문제가 비교적 덜하다.

후자가 문제다. 이 보고서는 매년 시행하는 설문조사에 기초하는데, 조사문항이 2-3년에 한 번은 대규모로 바뀐다. 전자야 어쨌든 객관적 자료지만 이 조사는 주관적 인식 조사이니만큼 문항 포함 여부부터 해석까지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10년 이상 된 연례 정기조사임에도 시계열 연속성이 확보되지 않는다.

단순 문언만 놓고도 노사 위원들이 치열하게 다툰다. 언젠가 “최저임금 준수”에 가장 큰 역할을 해야 할 주체가 누구냐는 문항이 추가되었다. 이듬해에 “준수”가 “정착”으로 바뀌었다. 사측 위원들이 “준수”라는 표현이 암묵적으로 사측을 위법행위자로 간주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제기한 것이 그 이유였다.

게다가 이런 주관적 인식조사는 실제 수치와 괴리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업체 및 근로자의 실제 특성과 연계해서 분석해야 한다. 그러나 이 보고서 분석은 기껏해야 매출, 규모, 소득 등을 묻고 조사 대상의 특성 요약통계량을 제시하는 정도다. 국가기관에서 진행하는 연구니 기존 통계와 매칭하면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텐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

분석 내용 역시 문항 요약 정도다. 범주형자료분석과 회귀분석은 한 글자도 나오지 않는다. 가장 고급 분석이 크로스테이블이다. 결국 큰 돈 들여 한 설문조사가 사업주와 근로자 간 인식 괴리를 재확인하는 수준에 그친다. 이 문제가 개선될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 더 암담하다. 문제가 분석자들이 용역비 받아 놀고 먹기 때문에 발생하는 게 아니라, 노사위원들이 고급 방법론 활용을 원치 않아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알고 있)다.

한국은 국가 단위로 최저임금이 결정되어 실험적 계량연구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관의 행정데이터라도 풍부하게 활용해야 생산적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이러하다. 이것이 최저임금 관련 논의가 미만율과 영향률 정도에서 나아가지 않는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외 관련 문제를 생각하다 보면 최저임금위원회 인적 구성 내지 최임 결정 메커니즘을 한층 더 회의적으로 보게 된다.

…아무튼 16.4%는 실화다.

블라인드채용제 단상

한국 노동시장의 학벌 차별은, 존재하는 경우, 그리고 산업/직종별 차이도 고려해야겠지만, 전체적으로 선호에 따른 차별taste discrimination보다 통계적 차별statistical discrimination인 경우가 더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야 SKY 애들만 뽑아”보다 “야 시켜보면 걔네들이 일도 잘하니까 걔네 뽑자” 에 가까우리라는 것이다. (근거자료 없는 추측이다.)

고용주들은 정보부족 때문에 통계적 차별을 시행한다. 교과서적 예를 들어 보자. 고용주는 구직자를 뽑아 일을 시키기 전에는 생산성을 알 수 없다. 그렇다면 보유한 과거 인사기록을 기초로 구직자가 속한 집단의 평균 생산성을 따져본 뒤 구직자 역시 평균적으로 그 정도일 것이라 예측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런데 과거 인사기록 정보 자체가 특정 집단에 편중되어 있다면? 쉽게 말해 지금까지 100% SKY 출신만 있던 회사에 비SKY 출신이 입사지원을 하는 경우다. 이 때는 비SKY의 성과에 관해 참조할 정보 자체가 없으므로 불확실성이 커진다. 따라서 인사담당자가 학교 서열 등을 전혀 모른다 해도 SKY 출신을 뽑게 된다. 참고로 이 논리는 SKY-비SKY를 바꾸어도 성립한다. “이런 학교 나온 애가 왜 여길 왔지? / 몇 번 뽑아 봤는데 다 금방 그만 두더라.”

이론적으로 통계적 차별은 구직자 생산성 정보가 고용주에게 충분히 제공될 때 사라진다(Phelps 1972).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뽑아 보기 전에는 모르는데, 모르니까 뽑지 않는다. 적극적 조치로 대표되는 소수 집단 우대정책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차별을 인지한 소수자(이 예시에서는 비SKY)들이 능력계발을 포기한다면 통계적 차별이 실질적인 격차로 고착되기 때문이다(Arrow 1972, Lundberg and Startz 1982).

대표적 노동시장 차별인 성차별 문제의 경우 여성할당제를 채용하여 정보량을 늘린다. 집단이 둘이기 때문에 가능한 방법이다. 학벌은 집단이 여럿이므로 수량규제인 할당제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이 때 블라인드채용제는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정책대안이다. 통계적 차별의 근거가 사라지며, 고용주가 구직자 생산성을 예측할 때 사용하는 정보에서 다른 정보 – 가령 인턴십 경험 – 비중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성차별의 경우 블라인드 방식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기존 방식에 맞추어 준비해 온 구직자들의 손실과 저항이 불가피하다.

통계적 차별이 일반화된 노동시장에서 교육은 역량 증진의 수단이 아니라 신호발송signalling의 수단이 된다. 소위 학교 간판은 “이러이러한 양질의 교육을 받았다”보다 “난 이런 학교 나올 능력을 갖고 있다”를 보여준다는 말이다. 통계적 차별을 없애려는 시도는 개인의 역량(인적자본) 자체를 평가하겠다는 의지로서, 교육을 신호발송의 수단으로 여겼던 집단에게는 불리하다. 개인적으로는 이들도 주어진 제약 하에서 최적선택을 했던 것이니, 적응기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블라인드채용제 시행 유예기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마 정치적인 이유로 불가능하겠지만.

블라인드채용제를 성토하는 모교 대나무숲 게시물이 페이스북에서 여러 차례 공유되었다. 지금까지 노력해서 이 학교 들어왔는데 노력의 대가를 받지 못하고 다른 “낮은” 학교 학생들과 동일하게 평가된다는 것이 불만이라는 이야기였다. 전형적인 신호 내러티브다. 한 마디만 얹고 싶다. 소위 명문대는 다른 학교에 비해 자원 규모가 압도적이다. 재학생들이야 언제나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있겠으나, 채용설명회라도 한 번 더 있고, 전반적인 정보나 선후배 인맥, 진로상담 등 학교 인프라 자체가 다른 학교보다 우월하다. 학창 시절의 수고와 노력은 이 자원에 접근하는 대가로 지불된 것이지 평생을 보장하지 않는다. 이런 자원을 갖고도 학교 이름 없이는 경쟁력이 없다면 그거야말로 노력의 문제가 아닌가 싶다.

돌아와서, 그럼에도 “역량중심사회”로 이행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문제가 채용에서 끝나지 않는 까닭이다. 직장 내 평가도 역량에 따라 이루어져야 하며, 평가 결과에 따라 승진과 해고가 가능한 수준의 노동시장 유연성 역시 필요하다. 그런데 사내 평가에 정부가 개입할 수 있겠는가? 하여 지금으로서는 블라인드채용제가 기폭제가 되기를 희망할 수밖에 없는데,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참고문헌.

Arrow (1972), “Some Mathematical Models of Race in the Labor Market”. AH Pascal (Ed.), Racial discrimination in economic life, Lexington Books.

Lundberg and Startz (1983), Private Discrimination and Social Intervention in Competitive Labor Markets, American Economic Review.

Phelps (1972), The Statistical Theory of Racism and Sexism, American Economic Review.

한국 통신사들은 담합이익을 챙기고 있는가?

통신비 인하 대책이 발표되며 또다시 통신시장이 이슈다. 한국 통신시장은 과점시장이 맞지만, 망투자 부담을 생각하면 ‘자연과점’이라고 보는 편이 합리적이다.

그렇다면 담합은? 페이스북 타임라인을 훑어보니 마케팅비가 높은 반면 영업이익률은 높다고 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점을 담합의 부재증거로 꼽는 것 같다. 또다른 증거로 상호접속료interconnection charge 고시제가 있다.

상호접속료란 서로 다른 통신사 간 착신 서비스를 구매하는 비용이다. 예를 들어 KT 이용자가 SKT 이용자에게 전화하는 상황을 생각하면,

KT 이용자 → KT 네트워크 → SKT 네트워크 → SKT 이용자.

의 흐름이 발생한다. 여기서 두 번째 화살표의 망접근비용이 접속료다. 첫 번째, 세 번째 화살표는 물론 소매가격.

산업조직론 연구자들은 상호접속료를 통신시장에서 가장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담합 & 후발주자 배제 수단(collusion & market foreclosure device)으로 지목한다. 왜일까?

우선 상대방이 내 망에 접근하는 비용을 높이면 1) 착신 수익이 증가하고 2) 경쟁사업자 비용이 높아진다. 이 때 상호접속료라는 비용을 근거로 소매가격을 산정한다면, 높은 접속료를 ‘핑계 삼아’ 소매가격을 높게 유지하며 경쟁을 회피할 수 있다.

요금제 설정방식이나 통신사 규모, 상호 통화량 격차 등에 따라 이론적 분석 결과가 달라지지만, 일반적으로 상호접속료를 기업 간 완전 자유 협상에 맡기면, 담합까지 가지 않더라도 1) 상호접속료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고 2) 높은 상호접속료는 소매요금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 따라서 상호접속료는 통신시장 경쟁정책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

한국의 통신사 상호접속료는 정부가 고시한다. 게다가 작년까지 후발주자(LGT) 보호를 위해 통신사 간 비대칭 접속료 정책을 유지했다. 이는 노벨상 수상자 장 티롤을 위시한 산업조직 이론가들의 경쟁정책 연구성과를 철저히 따르는 것이다. 더하여 요금인가제도 운영되고 있다. 요금인가제와 상호접속료 고시제가 동시에 작동하는 시장에서 담합이나 진입저지 등 반경쟁적 행태가 나타날 가능성은 매우 낮다.

한국 통신시장의 최대 문제점은 사실상 모든 소비자가 단말기-요금제를 동시에 구매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외에는 적어도 경쟁에 관한 문제는 없다고 본다. 국가 규모 상 MVNO 외에 여기서 더 나아질 방법도 거의 없을 테다. 외국 통신사 진출 허용으로 경쟁을 촉진한다? 경쟁은 충분하다. 그리고 망 투자가 통신산업의 기본이라는 것을 간과한 주장이다.


다음의 선구적 연구를 참조하라.

Laffont, Rey,& Tirole (1998). Network competition: I & II. RAND Journal of Economics.
___ (1997). Competition between telecommunications operators, European Economic Review.
___ (1998). Creating competition through interconnection: Theory and practice, Journal of Regulatory Economics.
Armstrong (1998). Network interconnection in telecommunications. The Economic Journ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