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비 인하 대책이 발표되며 또다시 통신시장이 이슈다. 한국 통신시장은 과점시장이 맞지만, 망투자 부담을 생각하면 ‘자연과점’이라고 보는 편이 합리적이다.
그렇다면 담합은? 페이스북 타임라인을 훑어보니 마케팅비가 높은 반면 영업이익률은 높다고 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점을 담합의 부재증거로 꼽는 것 같다. 또다른 증거로 상호접속료interconnection charge 고시제가 있다.
상호접속료란 서로 다른 통신사 간 착신 서비스를 구매하는 비용이다. 예를 들어 KT 이용자가 SKT 이용자에게 전화하는 상황을 생각하면,
KT 이용자 → KT 네트워크 → SKT 네트워크 → SKT 이용자.
의 흐름이 발생한다. 여기서 두 번째 화살표의 망접근비용이 접속료다. 첫 번째, 세 번째 화살표는 물론 소매가격.
산업조직론 연구자들은 상호접속료를 통신시장에서 가장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담합 & 후발주자 배제 수단(collusion & market foreclosure device)으로 지목한다. 왜일까?
우선 상대방이 내 망에 접근하는 비용을 높이면 1) 착신 수익이 증가하고 2) 경쟁사업자 비용이 높아진다. 이 때 상호접속료라는 비용을 근거로 소매가격을 산정한다면, 높은 접속료를 ‘핑계 삼아’ 소매가격을 높게 유지하며 경쟁을 회피할 수 있다.
요금제 설정방식이나 통신사 규모, 상호 통화량 격차 등에 따라 이론적 분석 결과가 달라지지만, 일반적으로 상호접속료를 기업 간 완전 자유 협상에 맡기면, 담합까지 가지 않더라도 1) 상호접속료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고 2) 높은 상호접속료는 소매요금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 따라서 상호접속료는 통신시장 경쟁정책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
한국의 통신사 상호접속료는 정부가 고시한다. 게다가 작년까지 후발주자(LGT) 보호를 위해 통신사 간 비대칭 접속료 정책을 유지했다. 이는 노벨상 수상자 장 티롤을 위시한 산업조직 이론가들의 경쟁정책 연구성과를 철저히 따르는 것이다. 더하여 요금인가제도 운영되고 있다. 요금인가제와 상호접속료 고시제가 동시에 작동하는 시장에서 담합이나 진입저지 등 반경쟁적 행태가 나타날 가능성은 매우 낮다.
한국 통신시장의 최대 문제점은 사실상 모든 소비자가 단말기-요금제를 동시에 구매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외에는 적어도 경쟁에 관한 문제는 없다고 본다. 국가 규모 상 MVNO 외에 여기서 더 나아질 방법도 거의 없을 테다. 외국 통신사 진출 허용으로 경쟁을 촉진한다? 경쟁은 충분하다. 그리고 망 투자가 통신산업의 기본이라는 것을 간과한 주장이다.
다음의 선구적 연구를 참조하라.
Laffont, Rey,& Tirole (1998). Network competition: I & II. RAND Journal of Economics.
___ (1997). Competition between telecommunications operators, European Economic Review.
___ (1998). Creating competition through interconnection: Theory and practice, Journal of Regulatory Economics.
Armstrong (1998). Network interconnection in telecommunications. The Economic Journ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