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ple Way’ 와 재벌개혁의 역설 (김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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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자본주의’ 와 ‘재벌개혁’ 이라는 두 가지의 의제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 경제를 오랫 동안 지배해 온 것이었다. 또한 이 두 가지의 의제가 지향하는 목표 또한 뚜렷하다. 공정한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 확립을 통한 부의 재분배가 바로 그것이다. 그렇다면 이 두 가지 의제는 현재 한국 경제에 과연 얼마나 유효할 것인가?

먼저 주주자본주의부터 생각해 보자. KRX와 금융투자협회가 발간하는 주식투자인구통계와 자본시장 Factbook에 따르면, 한국의 주식투자인구 비중은 경제활동인구의 20% 남짓이다. 그런데 문제는 보유금액별 비중이다. 2012년 기준으로 전체투자자 중 기관/외국인을 제외한 개인투자자 중 1.0%가 시가총액의 60% 가량을 점유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이들은 대부분 대기업의 개인 대주주들이다. 5년 전의 자료이지만 자본집중도 자체가 쉽게 바뀌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현재도 비슷하리라 본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보도가 되고 있는 내용처럼 대기업들이 ‘Apple Way’ 를 따른다고 가정해 보자. 미국식 주주자본주의가 실현되고 배당수익률은 고공행진을 지속하며 주가는 상승할 것이다. 그러면 이것이 자본시장을 통한 공정한 부의 재분배로 이어질 것인가? 유가증권 자본집중도가 극히 높은 한국에서는 결국 이 과실이 시총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는 상위 1.0%에게 돌아갈 것이며, 삼성전자나 현대차 등은 ROE를 최대한 높여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고용을 줄이고 생산 아웃소싱의 비중을 늘려 나갈 것이다. 주주자본주의 의제의 실현과 공정한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꼭 일치하지만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재벌들을 을러메어 정부의 주도로 중소기업으로 부를 재분배하는 방법은 또 어떠한가? 우리나라에서는 중소기업 육성을 강조하면서 꼭 ‘독일’ 을 언급한다. 그러나 정작 독일 중소기업의 수출참여도가 10%에 이르는 반면, 한국 중소기업의 수출참여도는 독일의 1/4 수준인 2.6%에 머무르며, 국내 중소기업의 96.1%가 해외진출 계획이 없다는 사실은 항상 제외된다. (2017.2.27 산업통상자원부) 결국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착취’ 하는 것처럼 보이는 구도는 중소기업의 대다수가 내수시장인 대기업에 매달려 있다는 것에서 비롯되는 부분도 분명히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재벌개혁으로 해결할 수 있는가? 악의 제국인 삼성그룹과 현대차가 매년 중소 협력업체에게 강요한다고 전해지는 CR(Cost Reduction)을 중지하고 협력업체와 상생을 추구하면 우리나라는 일본이나 독일처럼 중소기업이 강한 나라가 될 수 있는가? 아니라는 것이다. 소를 잡아야 하는데 닭을 잡는 칼을 쓰는 격이다. 중소기업 육성과 재벌개혁은 관련성도 없거니와, 관련이 없어야만 하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가 금과옥조처럼 생각하는 의제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문제를 바라보아야만 해결할 수 있다. 현재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생각하는 방향이 아직까지 틀리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그러나 경제정책에서의 실패를 면하기 위해서는 정책수석과 공정위, 기재부와 경제수석의 합이 잘 맞아야 하는 점도 있다는 것에서 불안한 점이 있는 것이다.

미국이 지난 금융위기 기간 동안 ‘GATFA’ 를 통해 IT 르네상스를 경험한 것처럼 보이지만, 왜 8년 간의 르네상스 이후 미국민들은 트럼프를 선택하였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우리에게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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