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기, 9주차.

첫 모듈이 끝났다.

– 성적이 나쁘지 않게 나왔다. 아직 공식적인 건 아니지만 미시와 거시는 모두 1등일 것이다. 경제수학은 기대 이상이었다. 기말고사 평균이 상상초월로 낮아서 발생한 일인 듯. 기말 문제가 길고 어려워 시간 관리가 쉽지 않았기 때문인데, 난 푼 문제만큼은 제대로 풀었고 그 결과 예상보다 좋은 성적을 받았다. 어드미션 프로필 / 코스웍 퍼포먼스 / 리서치 퍼포먼스가 전부 별개라고 하지만, 어쨌든 기분 좋으니 된 것 아닌가? (근데 시험 못 봤으면 또 저거로 정신승리했겠지. 인간이란…)

– 동기들에게 모듈 리뷰 워크샵을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모두 참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동기가 8명으로 적고, 출신국가가 5개국이라 특정 국가 출신들끼리 파벌을 형성할 일도 없으니 남은 것은 함께 살아남는 것이다. Spillover effect!

– 오늘 미주리 경제학과에서 박사과정 3년차 계신 분이 놀러 오셔서 하루 종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떠들었다.  실제로 뵌 건 처음이었지만 정말 즐거웠다. 미국 와서 한국어를 가장 많이 사용한 날.나도 차를 사면 시카고나 미시간, 오하이오에 있는 지인들을 방문할 수 있을 텐데… 지금으로서는 답이 안 나온다.

– 수업이 조금 더 rigorous했으면 좋겠다. 퀄 지나면 어차피 내가 보는 분야만 볼 것이다. 그러니 코스웍 때 좀 맛을 많이 보고 싶은데. 사람마다 의견이야 다르겠지만 나는 코스웍 수업은 다양한 내용을 깊이, 그러니까 빡세게 가고 퀄 시험 자체는 쉽게 가는 것이 가장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경영대 소속이라서 좋은 점도 많지만, 아무래도 경제학 전공이 아닌 학생들도 함께 끌고 가다 보니 미시-계량 시퀀스 밀도가 조금 떨어지는 것 같아서 아쉽다.

– 두 번째 모듈은 첫 모듈에 비해 훨씬 부담이 적을 것 같다. 미시2는 일반균형과 후생경제학, 거시2는 Stochastic Dynamic Programming, RBC, Asset Pricing, Unemployment를 다룬다. 대충 뭔지는 알고 있는 내용들이다. 확률통계(Probability and Statistics) 역시 지금까지 공부했던 수리통계학 내용을 벗어나지 않는다. 수업을 Hogg and Craig로 하니까 대충 말 다 한 것이지. 푸아송이나 지수분포는 솔직히 볼 일이 없어서 좀 잊어버렸지만;; 다시 보면 기억나겠지. 아무래도 들고 온 Casella and Berger를 좀 읽으면서 내공을 쌓는 시간을 보내야 할 것 같다. 이 수업 들으면서 그냉 널널하게 시간 보내면 나중에 분명히 후회할 날이 올 것이다.

– 미시이론을 어느 정도로 깊게 공부해야 할까? 첫 모듈 미시이론은 그리 깊게 들어가지 않았다. 8주 동안 선호체계부터 불확실성 하의 선택이론까지 나갔으니 표준진도에 맞춘 것이지만 깊이는 별문제다. 그냥 MWG+Rubinstein 수준? 석사 때도 했던 내용이라 익숙해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설렁설렁 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Jehle and Reny나 Kreps – Old or New – 를 리뷰 때 적당히 skimming할 예정. 거시가 확실히 가장 demanding하고 수업을 잘 따라가야 한다. 다행히 거시 교수들이 가장 티칭에 열정적이고 탁월한 것 같다.

 

어쨌든 박사과정 생활 아직까지는 즐겁게 하고 있다. 다들 대학원생에게 life가 없다고 불평하는데, 물론 나도 동조하지만, 나는 이런 생활 양식을 사랑한다. 내가 멍청해서 지식을 더 스펀지처럼 빨아들이지 못한다는 사실을 제외하면 만족스럽다고 할 만하다. 학부 때도 이렇게 살았어야 하는데… 는 지나고 하는 소리가 맞다. 학부 시절 보냈던 그 숱한 방황의 세월이 있어 지금 이렇게 안정적으로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매일매일 “방어의 사자” 발터 모델Walter Model 원수의 어록을 떠올린다.

Every minute that we lose will cost us great losses later that we will not be able to afford. We must push forward now, otherwise we risk everything. Hurry yourself with the technical aspects, a lot of time has already been lost.

 

Go ah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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