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sive Paper Release: NBER

이번 주에 릴리즈된 NBER 워킹 페이퍼는 무려 47편이나 된다. 언제나처럼 흥미로운 페이퍼가 많은데 이 페이퍼가 특히 눈길을 끈다. 제목을 옮기면 “재화·노동시장 통합: 유럽연합 확대의 파급효과 양적평가” 정도 된다. 초록만 간단히 읽었는데,

2004년 EU에 10개 국가가 추가로 가입하면서 무역과 노동이동이 활발해졌다. 저자들은 이 역사적 사실로부터 시장개방이 재화시장과 노동시장에 미치는 경제적 파급효과를 일반균형분석했다. 신규 가입국이 통합의 과실을 가장 많이 얻었으며, 그 중에서도 이들 국가의 비숙련 노동자들이 최대 수혜자였다고 한다.

무역과 노동을 묶어서 보는 실증분석 페이퍼가 꽤 나오는 것 같은데, 이 논문은 거시모형 설계 단계부터 요소시장과 재화시장을 묶어서 분석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본문은 30페이지 좀 넘는 수준으로 길지 않다. 부록이 30페이지인건 함정. …하지만 경제수학 숙제를 해야 하는 관계로 자세히 읽어 보진 못할 듯 ㅠㅠ

The Uptick in Income Segregation: Real Trend or Random Sampling Variance (NBER w23656)

Logan, J. R., Foster, A., Ke, J., & Li, F. (2017). The Uptick in Income Segregation: Real Trend or Random Sampling Variance (No. w23656). 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

소득 양극화 심화 추세가 지역 통계 sampling rate 변화(15% → 5%)의 영향일 수 있다는 NBER 워킹 페이퍼. local area의 소득 추정치는 sampling rate의 영향에 민감하다는 점을 기존 추정치들이 간과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과거 인구총조사 자료를 이용해 동일한 모집단에 대해 sampling rate 변동에 따라 소득 양극화 양태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였다.

저자들은 양극화 추세가 환상이라고까지는 안 하겠다고 쓴다. 그런데 그 문장을 굳이 쓴 이유가 뭘까? ^^.. 흥미롭게도 저자 네 명 중 한 명만 경제학자다. 한 명은 사회학자, 두 명은 통계학(생물통계학)자다.

보완할 점도 있어 보이지만 생각해 볼 만한 연구다. 특히 통계청이 인구총조사를 전수조사에서 샘플링 방식으로 바꾼 지금, 한국에 시사점이 있는 페이퍼라고 본다. (내가 아는 한 인구총조사 자료로 소득양극화를 계산하지는 않는다. 가계복지금융조사 같은 자료 표본추출률이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다.)

Jardim et al. (2017), Minimum Wage Increases, Wages, and Low-Wage Employment: Evidence from Seattle (NBER w23532)

Jardim, Long, Plotnick, van Inwegen, Vigdor, and Wething (2017), “Minimum Wage Increases, Wages, and Low-Wage Employment: Evidence from Seattle”, NBER w23532.

어제 NBER에서 공개한 이 페이퍼가 화제인 모양이다. 이 논문은 시애틀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을 실험 삼아 인상의 효과를 실증분석했다. 논문에 따르면 최저임금 2년 연속 인상 결과 총 payroll이 통계적-실질적으로 유의하게 줄어들었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 반대 입장이라면 환영할 만한 결과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

헌데 저 유명한 Card & Krueger 이래 대체로 받아들여지는 합의는 1) 완만한 인상은 고용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2) 이론의 예측대로 일률적인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으므로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전히 양쪽 입장을 지지하는 논문이 모두 생산되고 있으며, 이 논문을 통해 반대 측의 유력한 증거가 추가되었다고 보는 편이 맞다. 실제로 같은 현상을 두고 UC 버클리 연구진이 분석한 페이퍼는 결과가 달랐다.

이 논문의 차별점은 머릿수로 측정한 고용에는 영향이 미미하나 노동시간으로 측정한 고용에는 영향이 막대했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즉 최저임금 인상 시 시간당 임금이 오르지만 일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 최저임금노동자의 소득이 줄어든다는 것. 한편 Headcount 고용은 영향을 덜 받았고, 첫 인상 때는 부작용이 덜했으나 두 번째 인상 때 커졌다는 점에서는 기존 문헌과 분명히 연속성을 갖는다. 방법론적으로는 이전 연구의 고용변동 측정법이 인상 전 최저임금 이상-인상 후 최저임금 미만 구간에 속하는 노동자들의 변동을 과소평가했다고 지적한다. (전에 과외돌이가 짚은 포인트. 과외돌이 경제학과 가라고 할까?)

논문의 기여점은 확실해 보인다. 우리는 조금 더, 아니 조금 많이 더(??) 알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모르는 것이 더 많다. 최저임금 실증논문은 늘상 일반화 가능성이 문제시되는데, 이 논문에서도 레스토랑 산업에서는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았다. 2년 새 1.53달러가 올랐는데도.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은 부정적이나, 지역 내 산업 구성, 고용비중 등에 따라 정도가 다르다”는 뜨뜻미지근한 결론에 다시금 이르게 된다. 분석 결과가 어느 한쪽에 쐐기를 박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 역시 근시일 내에 최저임금 1만원을 달성하자는 주장에 극히 회의적이다. 그러나 논문 한 편으로 이 첨예한 이슈가 끝났다는 태도는 곤란하다. 게다가 이 논문은 아직 워킹 페이퍼 아닌가. 논의에 종지부를 찍으려면 이 결과가 후속연구에서 지속적으로 재현되어야 한다. 이 점을 유념하지 않으면 연구를 취사선택할 위험이 있다.

가장 원하던 결과, 가장 그럴 듯한 결과가 나왔을 때를 경계하라. 나는 그렇게 배웠다.


해당 논문 초록.

This paper evaluates the wage, employment, and hours effects of the first and second phase-in of the Seattle Minimum Wage Ordinance, which raised the minimum wage from $9.47 to $11 per hour in 2015 and to $13 per hour in 2016. Using a variety of methods to analyze employment in all sectors paying below a specified real hourly rate, we conclude that the second wage increase to $13 reduced hours worked in low-wage jobs by around 9 percent, while hourly wages in such jobs increased by around 3 percent. Consequently, total payroll fell for such jobs, implying that the minimum wage ordinance lowered low-wage employees’ earnings by an average of $125 per month in 2016. Evidence attributes more modest effects to the first wage increase. We estimate an effect of zero when analyzing employment in the restaurant industry at all wage levels, comparable to many prior studies.

노동소득분배율 하락과 슈퍼스타 기업의 대두 (NBER w23396)

예전부터 관심 많았고 언젠가 연구해 보고 싶던 주제에 관한 워킹 페이퍼가 나왔다. ㅠㅠ 저자진이 갓갓, 갓갓갓, 갓갓갓갓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1) 기존의 해석과 다른 새로운 모형을 내놓고, 2) 미시자료에 기초하여, 3) 모형을 지지하는 여러 통계적 근거를 내놓았다. 부럽… 아니 admire…

초록을 옮겨 보았다. 초록만 봐도 thought-provoking paper. 저녁 먹고 왕겜 보다 피곤하면 읽어야지…


노동소득분배율 하락과 슈퍼스타 기업의 대두 (The Fall of the Labor Share and the Rise of Superstar Firms), NBER w23396, 2017.

Autor (MIT), Dorn (U of Zurich), Katz (MIT), Patterson (MIT), Van Reenen (MIT).

지난 몇십 년간 미국 및 여타 다수 국가에서 노동소득분배율 하락 현상이 나타났다는 점은 꾸준히 확인되었으나 그 원인은 불명확하다. 이에 관한 기존 실증분석은 주로 거시자료나 산업별 자료에 의존하여, 기업 간 이질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

이 논문은 1982년부터의 미국 경제총조사(U.S Economic Census) 및 국제자료를 분석하여 “슈퍼스타 기업”이 대두하며 노동소득분배율이 하락했다는 새로운 해석을 입증한다. 세계화나 기술진보가 개별 산업 내에서 가장 생산성 높은 기업에 유리하다면, 생산물시장 시장집중도는 상승할 것이다. 개별 산업에서 슈퍼스타 기업, 곧 이윤이 높지만 부가가치/매출에서 노동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은 기업의 시장지배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슈퍼스타 기업”의 중요성이 커질수록 노동소득분배율은 하락할 것이다.

연구 가설에서 통계적으로 검정할 만한 (이론적) 예측이 여럿 도출된다.

  • 산업 매출은 소수 기업에 집중된다.
  • 시장집중도가 가장 크게 상승한 산업의 노동소득분배율이 가장 크게 하락한다.
  • 노동소득분배율 하락의 원인은 기업 간 재배분에 기인한다. 기업 내 노동소득분배율 하락이 아니다.
  • 노동소득분배율 감소분의 구성요인 중 기업 간 재배분이 차지하는 비중은 시장집중도가 가장 커지는 부문에서 가장 크다.
  • 이러한 현상은 미국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나타난다.

본 연구는 이상의 예측을 뒷받침하는 증거 역시 제시한다.

3월 둘째 주 NBER (2017-03-06)

총 13편. 한 편 빼고 전부 흥미로웠다. 석사과정 학생일 때 이렇게 읽었으면 참 좋았을 텐데. ㅠㅠ


– 어떻게 “틀린 게 맞게 되는”가? 마술적 전쟁기술과 잘못된 믿음의 지속성 (Why Being Wrong can be Right: Magical Warfare Technologies and the Persistence of False Beliefs)
= 과학적으로 완전히 잘못된 믿음이 어째서 소멸하지 않는지를 이론적으로 밝힌 논문. 이런 믿음은 1) 관찰하기 어려운 제약이 있어 반박하기 어렵고 2) 나름대로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내부경쟁을 촉진할 때 유지된다.

어떤 고대 부족 전사들이 샤먼의 축복을 받으면 칼에 맞아도 죽지 않는다고 믿는다고 하자. 단, 남의 것을 훔치거나, 여성과 잠자리를 갖거나, 사과를 먹으면 안 된다. 이 경우 전사가 죽더라도 샤먼의 축복이 무효인지 축복이 유효했으나 어젯밤 실수로 음식에 든 사과를 먹었는지 알 도리가 없다. 절도나 성관계가 금지당하므로 무력집단이 평판과 기강을 잃는 최대 요인 중 두 개가 원천차단된다. 이러면 전사집단의 행태가 사회적 최적에 가까워지고, 유지될 조건을 만족한다. 대충 이런 얘기. 논문은 아프리카 사례를 가져왔는데 꽤 재미있다. 예시가 논문의 절반이고 엄청 흥미롭다.

그냥 학부 게임이론만 알면 이해할 수 있다. 다 해서 13페이지니 그냥 심심풀이로 읽어 볼 수 있을 정도. 처음 읽었을 때는 뭐 이런 게 NBER까지 가나 싶었는데 생각할수록 뻗어나갈 여지가 많은 것 같다.

– 도구변수와 인과메커니즘: 무역이 노동자들과 유권자들에게 미치는 영향 Instrumental Variables and Causal Mechanisms: Unpacking The Effect of Trade on Workers and Voters
= 계량방법론을 확장해서(식별문제 해결) 최근의 “포퓰리즘 반동(populist backlash)”과 국제무역의 관계를 세 단계로 나누어 분석한다. 아주 시사적인 페이퍼. 가설은 쉽다. 어떤 국가가 저임금 제조업 국가들과의 무역에 “노출”됨 – 노동시장에 영향 – 투표행태에 영향.

여기서는 먼저 무역 “노출”이 투표행태에 미치는 영향의 인과관계를 확립한다. 그리고 무역에 따른 노동시장 교란의 인과관계를 정립한다. 마지막으로 이 두 효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도출한다.

독일 데이터를 이용해 실증분석한 결과, 수입경쟁은 극우정당 지지율을 상승시켰다. 이 상승분을 (무역의) “직접효과” 와 노동시장을 거친 “간접효과(mediated effect)”로 분해한 결과, 간접효과가 더 컸다. 직접효과는 비교적 작았고 방향이 달랐다. 즉, 간접효과를 상쇄했다는 것.

저자들은 노동자들에게 미치는 부정적 효과를 차단할 수 있다면 무역이 오히려 정치적으로 “중재적인(moderating)” 효과를 낳을 것이라는 시사점을 내놓는다. (미국의 분석결과와는 조금 다르다고 한다.)

– 경제발전과 윤리적으로 민감한 행위 규제의 관계 Economic Development and the Regulation of Morally Contentious Activities
= 저자들은 윤리적으로 첨예한 이슈인 낙태와 성매매, 대리모와 경제발전의 관계를 실증분석하고 간단한 해석 틀을 제공한다. 해당 이슈에 “관대한” 입법이 이루어지려면 관대한 유권자들이 늘어나야 한다.

유권자 수 변화는 크게 1) “관대한” 입법의 경제효과 2) 경제발전이 사람들의 “도덕적 분노”에 미치는 효과 3) 경제발전에 따른 사람들의 가치평가 기준 변화라는 3개 요인에 영향받는다. 요인분해한 항등식을 40년짜리 국가별 데이터로 실증분석한 논문.

결과 자체는 “경제발전도 중요하지만 비경제적 요인이 이만큼이나 중요했다”라서 뻔하다면 뻔한 논문. 최근 실증연구자들이 비경제적 요인으로 계속 눈을 돌리는 것 같다. 종속변수건 독립변수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 보편 프리스쿨 교육은 성공적인가? 프로그램 접근성과 프리스쿨의 효과 (Does Universal Preschool Hit the Target? Program Access and Preschool Impacts)
= 프리스쿨은 불평등으로 직결되는 성취도 격차를 줄일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런데 다양한 프리스쿨 프로그램이 사회적 취약계층 아동들에게 미친 영향을 비교분석한 연구는 없다(고 한다). 저자에 따르면 선택적 프로그램보다 주 재정지원 보편 프리스쿨 프로그램이 더 효과적이었다고 한다.

이건 제목을 번역할 재간이 없었다. 한국어가 “보편 vs. 선택”인데 비해 영어는 “universal vs. targeted”라서 가능한 제목. 보편적 프로그램이 선택적 프로그램보다 정책효과를 “적중” 시켰다는 본인 주장을 깔끔하게 요약했다. 키야..

– 학교 점심식사 품질과 학업성취도의 관계 (School Lunch Quality and Academic Performance)
= 급식충 헌정 페이퍼(…) 학교 식단의 영향은 오래된 주제다. 식단은 학생들의 육체적 건강(비만)과 정신적 건강(충분한 영양공급과 인지발달의 상관관계) 둘 모두와 연관되어 있다.

캘리포니아 데이터로 분석한 결과 1) 건강한 식단이 비만율을 낮춘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2) 건강한 식단을 공급할수록 시험 점수가 향상되었다. 식단 칼로리 총량보다 식단 영양구성 품질의 영향이었다. 이제 캘리포니아 학생들은 학교 탓을 할 수 있게 됐다. “내가 하버드에 못 간 건 고딩 때 학교 식단이 bullxxxx였기 때문이야.”

– 국가 모델 차이가 지역 내 집합행동과 경제발전에 미치는 영향: 베트남 역사의 사례 The Historical State, Local Collective Action, and Economic Development in Vietnam
= 오래 전 북베트남과 남베트남을 지배했던 국가가 각각 중앙집권/지방분권적이었다는 점을 이용한 연구. 국가가 역사적으로 사라지더라도 그 유산은 남아 영향을 미치는가? 즉, 과거의 정치체제 차이는 오늘날의 생활수준과 경제발전 정도에 영향을 주는가? 이 질문을 자연실험/회귀단절법으로 실증분석한 논문.

국경지역에 위치한 탓에 중간에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지배권이 넘어간 지역을 그렇지 않은 지역과 비교했다. 중앙집권형 국가(북베트남)가 멸망하더라도 국가 강제력이 사회적 규범의 형태로 남아 해당 지역의 경제발전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결론짓는다. 역사적 데이터 많이 썼다는데, 글쎄… 솔직히 이런 페이퍼 처음 봤을 땐 fancy하다고 생각했지만 요샌 좀 회의적이다. 흠…

여담으로, 본문에서 제임스 스콧의 <농민의 도덕경제 (The Moral Economy of the Peasant)>가 인용되었다. 내가 경제학 논문 많이 읽은 건 아니지만 이 책 인용 처음 봤다. 어쨌든 정치학 쪽에 더 가까운 페이퍼인 건가 싶다.

=== 이외 논문.

– 최초의 공공보건 캠페인은 성공적이었는가? 결핵운동의 사망률효과 (Was The First Public Health Campaign Successful? The Tuberculosis Movement and Its Effect on Mortality)

– 이스라엘 이민사와 세계화의 교훈 Israel’s Immigration Story: Globalization Lessons
– 브렉시트가 해외투자와 생산에 미친 영향 (The Impact of Brexit on Foreign Investment and Production)

– 충동적 소비와 재무적 웰빙: 술 마시기 쉬워지면 어떻게 될까? Impulsive Consumption and Financial Wellbeing: Evidence from an Increase in the Availability of Alcohol
– 대공황기의 재무마찰과 고용 Financial Frictions and Employment during the Great Depression

– 큰 은행이 고평가되는가? Are Larger Banks Valued More Highly?
– FX 시장의 계량경제학: CLS 은행결제 자료에서 나온 새로운 발견 (FX Market Metrics: New Findings Based on CLS Bank Settlement Data)

3월 첫째 주 NBER (2017-02-27)

총 20개. 흥미로운 페이퍼가 많다. 노동/교육경제학이 많고 금융/통화와 경제사 연구도 세 개나 있다.


– 컴퓨터보조학습에서 나타나는 동료효과: 무작위실험의 결과 (Peer Effects in Computer Assisted Learning: Evidence from a Randomized Experiment)
= 동료효과, 우리 식으로 말하면 맹모삼천지교는 교육경제학의 오래된 주제다. 존재하는가?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가? 저자들은 수학 컴퓨터보조학습(CAL)에서의 동료효과를 측정한다. 중국 시골 초등학교에서 무작위실험을 진행했다.

결과는: 1) CAL은 학생들의 수학 평균점수를 유의미하게 상승시킨다. 2) 혼자 하건 다른 학생과 짝지어 하건 효과는 유사하다. 3) 못하는 학생은 혼자 할 때보다 잘하는 학생과 짝이 될 때 점수를 더 많이 올린다. 4) 잘하는 학생은 혼자 할 때보다 못하는 학생과 짝이 될 때 점수를 더 많이 올린다. 4) 평균 수준 학생은 누구와 짝이 되어도 별다른 차이가 없다. 5) CAL이 학생들 수준을 “수렴”시킨다는 증거가 없다.

우열반 나누는 것보다 섞는 게 낫다는 정책 시사점이 있나 싶었는데, 저자들이 정확하게 명시하고 있다. “짝짓는 방법을 바꿀 때도 이 결과가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학생들이 주고받는 상호영향이 중요하다. 일대일 매칭이 아니라면 학생들은 보다 어울리고 싶은 사람을 찾아갈 수 있고, 그 때는 개선효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얘기다.

공군사관학교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최적 동료집단”을 설계하여 동료효과를 측정하였으나 학생들이 “지정된” 동료들과 어울리기를 꺼려하고 동질집단을 형성(endogenous peer group formation)했다는 Carrell, Sacerdote, and West (Econometrica 2013)의 연구 결과를 remind.

 

– 온라인 중등후교육 수익률 연구 (The Returns to Online Postsecondary Education)
= 제목만 봐도 매우 핫한 주제를 건드리는 페이퍼. 퍼미션 문제로 NBER 웹사이트에서 잠시 내려졌다. SSRN에서 초록 볼 수 있었는데 없어졌다. 나도 내용을 보진 못했는데 아마 전형적인 교육수익률 추정 연구일 듯하다. 다른 요약문을 참고해 보니 연구에 따르면 온라인 중등후교육 수익률이 매우 낮다. 3년 이상 등록한 학생을 기준으로, 완전온라인(exclusively online)은 연평균 853달러, 온라인-대면 병행(partly online and partly in person)은 연평균 1,670달러의 추가 수입을 얻었다. 더 짧은 기간 등록한 학생은 수입 상승률이 더 낮았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프로그램 효과성이 낮고, 심지어 교육수익률이 온라인 과정 등록금 대출도 못 갚을 정도라면 간단히 말해 낭비라는 결과. 논쟁을 일으킬 만한 연구다. 역시나 이쪽 업계 종사자들의 십자포화를 맞는 모양이다. 논문을 못 봐서 뭐라 평가는 못 하겠다.

 

– 산업화 초기의 기술-숙련 보완성 (Technology-Skill Complementarity in Early Phases of Industrialization)
= 기술-숙련 보완성이란 기술이 숙련노동을 수요하는 방향으로 진보한다는 것을 말한다. 원본은 Griliches(1969)의 자본-숙련 보완성 가설(Capital-Skill Complemtarity Hypothesis). 대단히 흥미로운 논문. 프랑스 자료를 이용해서 산업화 초기인 19세기에도 기술-숙련 보완성이 존재했다는 증거를 제시한다. 기존에는 산업화 초기에는 기술-비숙련이 보완적이었고(Mokyr 1993), 차차 기술-숙련이 보완관계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Goldin and Katz QJE 1998). 초기에도 기술-숙련 보완성이 성립했다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이렇게 되면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이 결국 교육의 산물에 불과했다는 연구 결과(Becker and Wößmann 2009) 와 함께 인적자본이론 1승 추가인가. “인적자본의 세기”를 넘어 “인적자본의 시대” 아닌가.

 

– 진보적 도시와 살기 좋은 도시 중 어디에서 지역 공공부문에 의한 지대추출이 더 큰가? (Is Local Public Sector Rent Extraction Higher in Progressive Cities or High Amenity Cities?)
= 정치인이 주어진 권한을 자신의 이익극대화에 활용하는 것을 지대추출이라고 부르는 듯하다. (Public Finance를 잘 모른다) 다른 생활여건이 좋은 도시일수록 사람들이 떠나려 하지 않을 테니(=수요가 비탄력적) 정치인이 지대추출할 여지가 커진다. 공공부문 종사자들이 다른 지역에 비해 납세자들로부터 더 많은 돈을 “뜯어낼” 수 있다는 얘기. Brueckner and Neumark (AEJ 2014) 연구가 이 가설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내놓았다.
이 연구는 “그렇다면 생활환경이 좋은 도시에 사는 공공부문 종사자들도 그 대가를 치러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론한다(보상적 임금격차). 오히려 임금수준은 지역의 정치적 성향과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연방 레벨 데이터로 비교하자 깡시골 앨러배마에 비해 캘리포니아 임금프리미엄이 그리 높지 앞다(=보상적 임금격차가 존재한다). 그리고 캘리포니아의 도시 레벨 데이터로 비교하자, 환경이 좋은 해안 도시들은 공공고용을 많이 하는 편이지만 임금을 많이 지급하진 않았다. 같은 카운티 내에 있더라도 진보적인 도시일수록 공공부문 임금이 높았다. BN2014를 성공적으로 반박하는 듯.

 


그 외 흥미로운 논문.
– 선거 캠페인에서의 페니매칭게임: 상원의원 선거 언론 보도 실증연구 (Matching Pennies on the Campaign Trail: An Empirical Study of Senate Elections and Media Coverage)
– 건강 인센티브의 구조: 현장실험 결과 (The Structure of Health Incentives: Evidence from a Field Experiment)
– 주 의료보험 의무가입과 노동시장 성과의 관계: 오래된 질문, 새로운 증거 (State Health Insurance Mandates and Labor Market Outcomes: New Evidence on Old Questions)

– 브레튼우즈체제의 성립과 종말: 1958-1971 (The Operation and Demise of the Bretton Woods System; 1958 to 1971)
– 1933년 런던 세계경제회의와 대공황의 끝: “체제변화” 분석 (The London Monetary and Economic Conference of 1933 and the End of The Great Depression: A “Change of Regime” Analysis)
– 통화단일화의 여진: 금융시장의 이력현상 (Aftershocks of Monetary Unification: Hysteresis with a Financial Twist)
= 아이켄그린 논문이다. 내가 거시알못이긴 한데, 통상 노동시장이 이력현상 channel이라고 들었다. 여기서는 금융시장도 channel이 될 수 있다는 얘기를 하는 듯. 서론 결론하고 본론 반쯤 읽었는데 대충 맞는 것 같다.
– 파마를 위한 “버블” ( Bubbles for Fama)
= 제목만 봐도 감이 온다.

– “우리 가족끼리”: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관찰한 혈연조직과 신뢰의 범위 (Keeping It in the Family: Lineage Organization and the Scope of Trust in Sub-Saharan Africa)
– 농업 다양성, 구조적 변화, 그리고 장기 발전: 미국의 증거 (Agricultural Diversity, Structural Change and Long-run Development: Evidence from the 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