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앞에 놓인 길 (The Way Ahead), 버락 오바마 특별기고, The Economist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10월 8일 이코노미스트 지에 기고한 칼럼 전문을 번역했습니다. 워낙 훌륭한 글이라 전문 번역이 금방 올라올 거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아직 없길래(발견하지 못했음) 조금이라도 더 읽히기를 바랄 겸, 혼란한 국내 정세에서 눈도 돌릴 겸 해보았습니다. 답답하신 분들은 천조국 황상의 품격을 보시고 잠깐이나마 힐링하시기를. 약 A4 5-6매 분량입니다.

쉽게 쓰인 글이라 될 수 있으면 편하게 읽히도록 번역했습니다. 능력이 닿는 한 원문을 살렸습니다만 내용 전달에 중점을 두고 의역도 많이 했습니다. 원문이 매우 명료하게 잘 쓰인 글이라,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전적으로 제가 부족한 탓입니다. 원문도 꼭 한 번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오류 지적 환영합니다.

(추가) 제가 이 글을 번역한 이유는 당장 해야 할 한영번역이 하나 있는데 귀찮아서..는 아니고, 우선 경제를 다루었기 때문입니다. 거시는 잘 모르지만 어쨌든 경제학 전공자랍니다. ㅋㅋ

오바마 대통령은 이 글에서 임기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그간을 정리하고, 현재 미국 정계에서 벌어지는 논쟁(결국 대선 경선 과정의 트럼프, 샌더스 식 포퓰리즘)을 단호하게 평가하는 한편 앞으로 자신의 후임자들과 미국이 나아갈 비전을 명료하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글의 완성도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래서 했습니다.

* 퍼가셔도 좋지만 출처는 밝혀 주십시오.


우리 앞에 놓인 길 (The Way Ahead) | 버락 오바마 미합중국 대통령 | The Economist

 

저는 요즘 어딜 가던 비슷한 질문을 듣습니다. 미국 정치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요? 이민, 무역, 기술 혁신으로부터 그 어느 나라보다도 더 큰 혜택을 누려 온 나라가 어떻게 갑자기 반이민, 반무역 경향을 보이는 건가요? 왜 일부 극좌, 그보다 좀더 많은 극우 인사들은 되돌릴 수 없고, 대다수에게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과거의 영광을 되찾자는 식의 조악한 포퓰리즘을 내세우는 건가요?

미국에서 세계화, 이민, 기술, 심지어 변화 자체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는 것은 분명합니다. 이 불안감은 새로운 것도 아니고, 종종 국제기구나 무역협정, 이민에 대한 회의론에서 비치는 불만과도 다르지 않습니다. 이는 유럽연합을 탈퇴하기로 결정한 영국의 국민투표 결과나 세계 곳곳에서 포퓰리즘 정당이 득세하는 현상에서도 관찰됩니다.

이런 불만은 대부분 본질적으로 비경제적인 공포에서 비롯됩니다. 오늘날 일부 미국인들이 표출하는 반이민, 반멕시코, 반무슬림, 반난민 감정은 예전에도 있었던 이민배척주의 파동(nativist lurches)의 반복에 불과합니다. 가령 1789년 외국인과 선동방지법(Alien and Sedition Acts), 1800년대 중반 무지주의당(Know-Nothings), 19세기 말 20세기 초의 반아시아 감정, 그 외에도 미국을 위협하는 집단이나 사상을 통제한다면 과거의 영광을 재건할 수 있으리라는 메시지가 외쳐졌던 모든 시대 말입니다[modern_footnote]역사적 명칭은 앨런 브랭클린의 <있는 그대로의 미국사> 국역본을 참조했습니다.[/modern_footnote]. 우리는 이 공포를 넘어섰고, 또다시 넘어설 겁니다[modern_footnote]원문은 “We will overcome…”입니다. 흑인인 오바마 대통령이 노예해방 운동(어쨌든 제도적으로는 성공한) 의 슬로건 “We shall overcome”을 변주하면서 이민 문제도 동일하게 성공할 것이라는 신념을 암시한 것은 아닐까 해서 밝혀 둡니다.[/modern_footnote].

하지만 일부 불만이 기인하는 장기적 경제 요인(long-term economic forces)에 대한 염려는 타당합니다. 몇십 년 간의 생산성이 하락하고 불평등이 심화되며 저소득·중산층 가계의 소득증가가 둔화되었습니다. 세계화와 자동화가 진행되며 노동자들이 괜찮은 임금(a decent wage)이나 자리를 확보할 힘을 꽤 잃었습니다. 물리학자나 공학자가 될 수 있었던 너무 많은 사람들이 실물경제의 혁신에 재능을 발휘하는 대신 금융권에서 돈을 굴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2008년 금융 위기를 거치며 기존에도 종종 ‘다른 세상’에 있다고 여겨지던 기업과 엘리트 계층은 더욱 일반인들에게서 유리되었습니다.

그러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게임이 조작됐다”는 주장을 선뜻 받아들인다 해도 놀랄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 납득할 만한 불만은 우선 문제를 개선하기보다 대체로 악화시킬 정치인들이 부채질한 것이고, 불만스러울지라도 자본주의가 번영과 기회를 향한 역사상 최고의 견인차였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지난 25년간 극빈곤층 인구 비율은 40% 근방에서 10% 밑으로 하락했습니다. 작년에 미국 가구의 소득이득(income gain)은 기록적인 수준이었고 빈곤율은 1960년대 이래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하락했습니다. 실질임금은 1970년대 이래 가장 빠르게 상승했습니다. 이러한 발전은 지금의 정치적 논쟁 근저에 있는 불안감을 자극하는 세계화와 기술 변혁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의 세계를 규정하는 모순입니다. 세상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풍요롭지만, 사회는 불안과 불만으로 얼룩져 있습니다. 우리는 선택해야 합니다. 과거의 낡은 폐쇄경제로 후퇴하거나, 앞으로 나아가는 것, 그러니까 세계화와 그에 수반될 수 있는 불평등을 인지하고, 세계 경제가 최상위층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을 위해 작동하도록 하는 데 전념하며 전진하는 것 사이에서 말입니다.

풍요를 향한 힘(A force for good)

이윤 추구 동기는 기업이 소비자들이 열광하는 제품을 만들고, 은행이 성장산업에 여신을 제공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공공의 이익을 위한 강력한 힘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자체가 모두에게 공유되는 번영과 성장으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경제학자들은 경제가 방임될 경우 실패할 수 있음을 오랫동안 인정해 왔습니다. 시장 실패는 <The Economist>가 보도해 온 대로 독점·지대추구 경향, 공해의 영향을 고려하지 않는 기업활동, 소비자들을 위험에 노출시키는 정보 격차, 또는 과도하게 비싼 건강보험 등의 형태로 발생하곤 합니다.

더 근본적으로 말하자면, 소수에 의해 지배되며 다수 대중에 책임지지 않는 자본주의는 모두에게 위협입니다. 경제는 빈부 격차가 줄어들고 성장 기반이 넓어질 때 더욱 번영합니다. 인류의 1%가 가 99%가 가진 만큼의 부를 소유하는 세계는 결코 안정적일 수 없습니다. 부자와 빈자의 격차는 예전에도 있었지만, 기술 발전에 따라 이제 스마트폰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최고 특권층의 생활을 마치 슬럼가 어린이가 인근 고층 건물을 보듯 명백하게 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의 기대는 정부가 그에 부응하는 결과를 내놓는 것보다 빠르게 커지고, 불공정 의식이 만연하며 체제에 대한 대중의 믿음이 약화됩니다. 신뢰가 없다면 자본주의와 시장경제가 지난 수 세기 동안 성취해 온 발전은 지속될 수 없습니다.

진보와 위험의 이러한 모순은 수십 년간 진행 중입니다. 저는 지난 8년간의 행정부 성과에 자부심을 느끼지만, 합중국을 완벽하게 만드려면 훨씬 오래 걸리리라는 것을 늘 인정합니다. 대통령직은 국가가 최고의 목표에 도달하도록 각자 맡은 부분을 수행하는 릴레이입니다. 그럼 제 후임자들은 이제 어디로 가야 할까요?

더 나은 진보를 위해서는 미국 경제 메커니즘이 대단히 복잡하다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모든 거대 은행을 분할한다거나 수입 관세를 대폭 인상한다는 급진적인 개혁이 언뜻 매력적으로 들리겠지만, 경제는 그렇게 관념적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닙니다. 현실의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고 경제를 대대적으로 재설계한 뒤 제자리에 되돌려 놓는 방법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리 경제가 부지런한 사람이라면 성공할 수 있는 체제라는 믿음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그 대신 네 가지의 구조적 과제에 대처해야 합니다. 생산성 증가를 촉진하고, 불평등과 맞서 싸우고, 모든 구직자들에게 일자리를 보장하고, 미래 성장이 대비된 탄력적이고 견실한(resilient) 경제를 이룩하는 것이 그것입니다.

경제 활력 회복하기(Restoring economic dynamism)

첫째, 최근 우리는 인터넷, 모바일 기기 및 네트워크, 인공지능, 로봇공학, 신소재, 에너지 효율성 향상, 개인맞춤의학(personalized medicine)으로부터 놀라운 기술진보를 목격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혁신은 생활을 변화시킨 데 비해, 아직 생산성 증가율 집계에 포함되지는 않았습니다[modern_footnote]원문을 그대로 옮기면 “아직 측정된 생산성 성장률(measured productivity growth)을 증가시키지는 못했습니다.”가 됩니다. 관련 연구 맥락을 살리자면 직역이 맞겠지만, 편독성을 위해 의역했습니다.[/modern_footnote]. 지난 10년간 미국의 생산성 증가율이 G7 국가 중 가장 높긴 했지만 거의 모든 선진국에서 증가 속도 자체가 느려졌습니다(차트 1 참조). 경제가 더 빠르게 성장하지 않는다면 파이를 어떻게 나누어도 사람들이 원하는 수준의 소득을 창출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 앞에 놓인 길 (The Way Ahead), 버락 오바마 특별기고, The Economist
기사 원문에서 발췌.

최근 생산성 둔화의 주 요인은 공공/민간투자 부족이고, 이는 어느 정도 금융위기의 후유증입니다. 하지만 투자 부족의 또다른 원인은 우리가 자초하는 여러 제약입니다. 사실상 모든 새로운 공적 자금원 조성을 거부하는 반세금 이데올로기, 미래에 닥칠 (특히 기간시설물의) 유지보수비 부족에 대한 집착, 교량·공항 개선 등 이전에 초당파적으로 합의했던 계획을 가망 없는 것이라고 비난하는 당파적 정치체제 말입니다.

법정세율을 낮추고 허점은 없애는 법인세 개혁과 기초 연구개발에 대한 공공투자를 통해 민간투자와 혁신을 지원할 수 있습니다. 교육 중심 정책은 경제성장률 증대와 성장의 과실을 공유하기 위해 매우 중요합니다. 이 정책은 조기 아동교육 예산 증액부터 고등학교 개선, 대학 교육비 부담 완화, 양질의 직업훈련 확대까지 모든 것을 포함합니다.

생산성과 임금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제무역 하에서 “정상을 향한 글로벌 경주(a global race to the top)”[modern_footnote]문맥 상 “경주”보다는 “경쟁”이 적합해 보이지만, 오바마 행정부의 교육지원정책 중 하나 “A Race To the Top (정상을 향한 경주, 성과중심 교육정책)”의 명칭을 가져왔다고 보여서 이렇게 옮겼습니다.[/modern_footnote]을 창출해야 합니다. 몇 지역은 대외 경쟁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으나, 무역의 이익은 피해보다 훨씬 컸습니다. 수출은 불황 탈출에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제 경제자문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수출을 하는 미국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평균 18% 높은 임금을 지급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를 통과시키고, 유럽연합과의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 협상을 타결하도록 의회를 계속 압박할 겁니다. 이들 협정과 강화된 무역집행(trade enforcement)은 노동자와 기업 모두에게 공평한 경쟁의 장을 마련할 겁니다.

둘째, 생산성이 둔화되는 한편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불평등이 심화되었고, 그 폭은 미국에서 가장 현저했습니다. 1979년에 미국 상위 1% 가구는 전체 세후소득의 7%를 차지했습니다. 2007년에 그 비율은 17%로 두 배 이상 상승했습니다. 이것은 “미국인은 어떤 사람들인가?” 라는 본질적인 의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성공을 시기하지 않으며, 오히려 성공을 열망하고 성공한 사람들을 존경합니다. 사실 우리는 노력하면 신분상승을 이룰 수 있고, 우리 자녀 세대는 더욱 그러리라 확신했기 때문에 다른 국가에 비해 더 많은 불평등을 용인한 것이기도 합니다.

에이브러햄 링컨이 말했듯, “우리는 자본과 전쟁을 벌이지는 않지만, 가장 비천한 사람도 다른 사람들과 동일한 기회를 갖기를 바랍니다.”[modern_footnote]”while we do not propose any war upon capital, we do wish to allow the humblest man an equal chance to get rich with everybody else.”[/modern_footnote] 심화된 불평등의 문제는 바로 여기, 즉 지위 상승이 점점 더 어려워진다는 데 있습니다. 불평등은 부의 사다리의 맨 위와 아래 발판을 끈끈하게 만들어서, 아래에서 올라가는 것과 정상에서 내려오는 것 모두 어려워집니다.

경제학자들은 불평등 심화의 다양한 원인을 열거한 바 있습니다. 기술, 교육, 세계화, 노조 쇠퇴, 최저임금 하락 같은 요인 말입니다. 아마 이 모두가 어느 정도 영향이 있을 것이고, 우리는 이 모든 분야에 대해 실질적인 진보를 달성해 왔습니다. 하지만 저는 문화와 가치의 변화 역시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기업 임원과 노동자 간의 임금 격차는 교회, 자녀의 학교, 시민단체 등 곳곳에서 이루어진 노동자들의 상호작용에 의해 제한되었습니다. 그래서 CEO들은 평균적인 노동자에 비해 20-30배 정도의 보수를 가져가는 데 그쳤습니다. 이러한 제약의 감소 내지 소멸이 오늘날 최고경영자들이 250배 이상의 보수를 지급받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경제는 빈부 격차를 줄이고, 성장 기반을 광범위하게 확대할 때 더욱 번영합니다. 단순한 도덕적 차원의 주장이 아닙니다. 연구에 따르면 불평등이 심한 국가일수록 성장이 취약하고, 자주 불황을 겪습니다. 부가 상류층에 집중되었다는 것은 시장경제를 견인하는 다수 소비자들의 지출이 감소한다는 뜻입니다.

우리 앞에 놓인 길 (The Way Ahead), 버락 오바마 특별기고, The Economist
기사 원문에서 발췌.

미국은 진보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작년 소득분포 하위, 중위 가구의 소득이득은 상위 가구보다 많았습니다(차트 2 참조). 집권 기간 동안, 그러니까 2017년을 기준으로, 우리는 소득 하위 5분위 가구소득을 18% 상승시켰습니다. 반면 연간소득 추산 8백만 달러 이상인 상위 0.1% 가구의 평균세율은 (재무부 계산에 따르면) 거의 7%p 인상했습니다. 우리 행정부 하에서 입법된 세제 변경에 따르면, 상위 1% 가구가 “정당한 몫(their fair share)” 이상을 납부하는 반면 그 외 가구들은 적어도 1960년 이전 어떤 행정부의 세제 변경에 의해서보다도 더 많은 소득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 정도의 노력으로는 불충분합니다. 앞으로 우리는 수십 년간 심화된 불평등을 되돌리는 법안을 더욱 적극적으로 제정해야 합니다. 노조는 핵심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좋을 겁니다. 노동자들이 파이의 더 큰 몫을 차지하도록 돕는 한편, 글로벌 경쟁에 적응할 수 있을 정도로 유연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연방최저임금 인상, 무부양자녀 노동자에 대한 근로장려세제(EITC) 확대, 고소득자 조세 혜택 제한, 성실한 학생의 학업을 가로막는 터무니없는 대학 교육비 책정 금지, 그리고 성별 동일노동 동일임금 보장은 우리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셋째, 경제의 번영은 구직자들이 충분한 일자리 기회를 얻을 수 있는가에도 달려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장기적인 핵심생산인구(prime-age workers) 노동시장참가율 하락을 직면하고 있습니다. 1953년에는 25-54세 남성의 3%만이 비경제활동인구였습니다. 지금은 12%가 그렇습니다. 1999년에 여성 핵심생산인구 23%가 비경제활동인구였습니다. 지금은 26%입니다. 성장하는 경제에서 경제활동인구에 편입·재편입하는 사람들은 고령화와 2013년 말부터의 베이비부머 은퇴를 상쇄하고 노동시장참가율을 안정화시키지만, 장기 감소 추세를 뒤집지는 못합니다.

우리 앞에 놓인 길 (The Way Ahead), 버락 오바마 특별기고, The Economist
기사 원문에서 발췌.

비자발적 실업에는 생활만족도, 자존감, 신체건강, 그리고 사망률이라는 대가가 따릅니다. 이는 노동시장참가율이 가장 가파르게 하락한 집단인 대학 교육을 받지 않은 미국인들 사이에서 충격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진통제(opioid) 남용, 그에 따른 과다복용 사망 및 자살(overdose death and suicides)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어려운 상황에 놓일 때도 노동시장에 남아 있도록 하는 방법이 여럿 있습니다. 새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이전만큼의 소득을 보장하는 임금보험은 그 중 하나입니다. 양질의 커뮤니티 칼리지나 검증된 직업훈련 모델의 접근성을 확대하고, 새 일자리 탐색을 보조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겁니다. 따라서 더 많은 노동자들이 실업 보험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유급휴가와 보장된 유급병가, 양질의 보육 및 조기교육 접근성 확대로부터 노동자와 고용주 모두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겁니다. 초당적 지지를 받은 형사사법제도(criminal justice system) 개혁 및 경제활동 재진입 개선 조치가 법제화된다면 역시 노동시장참가율이 향상될 겁니다.

더 견고한 기반 쌓기 (Building a sturdier foundation)

마지막으로, 금융위기는 보다 탄력적이고 견실한 경제, 오늘을 위해 내일을 희생하는 일 없이 지속가능하게 성장하는 경제의 필요성을 통렬하게 지적했습니다. 자유 시장이 구조적 실패를 대비하고 공정경쟁을 보장하는 규칙 하에서만 번창할 수 있다는 점에는 더 이상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우리 경제체제는 위기 이후 은행 자본금 인상, 단기 자금 의존도 경감, 금융기관 및 시장 감독 강화 등의 월가 개혁을 통해 보다 안정적이고 장기경제성장 친화적으로 바뀌었습니다. 미국 대형 금융기관들은 더 이상 이전에 하던 식으로 손쉽게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고, 그 증거로 시장은 점점 그들이 “대마불사”할 정도로 크지 않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습니다[modern_footnote]”the market increasingly understands that they are no longer “too big to fail”.”[/modern_footnote]. 그리고 우리는 금융기관들이 소비자들에게 상환할 수 있도록 조건이 미리 고지·조율된 대출을 제공할 책임을 부과하기 위해 최초의 감시기구인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을 창설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진보에도 불구하고, 그림자 금융 부문(shadow banking system)은 여전히 취약점을 보이고 있으며 주택 금융 시스템은 아직 미개혁 상태로 남아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해 온 이상으로 나아가야 하지, 되돌아가서는 안 됩니다. 한편 더 급진적인 개혁의 옹호자들은 지금까지 성취해 온 진보를 지나치게 자주 간과하고, 체제 전체를 규탄하곤 합니다. 체제의 규칙을 구성하는 최선의 방법은 언제나 토론 대상이지만, 지금까지의 진보를 부정하면 우리는 더 취약해질 뿐입니다. 그 반대가 아닙니다.

미국은 부정적 외부충격(negative shock)이 발생하기 전에 좀 더 대비해야 할 겁니다. 지금 같은 저금리 시대에 미래의 경기침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더 큰 규모의 재정정책을 집행해야 하며, 통화정책만으로 경제안정화를 달성하려 해서는 안 될 겁니다. 유감스럽지만 나쁜 정치는 좋은 경제를 짓밟아 버릴 수도(override) 있습니다. 우리 행정부는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10여 개 이상의 법안을 제정하여 진가를 인정받은 수준(2009-2012년 1.4조 달러 재정지원)이상의 확대재정를 확보했습니다만, 상식적 조치 하나하나를 통과시키기 위해 의회와 상당히 소모적으로 충돌해야 했습니다. 저는 시도하려던 몇 가지 확장정책을 시행하지 못했고, 의회는 역사에 남을 국가부도 사태를 들어 위협하며 성급하게 경제긴축을 강제했습니다. 제 후임자들은 어려운 시기의 긴급 조치를 위해 투쟁할 필요가 없어야 할 겁니다. 대신 실업 급여 같은 (경제 침체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가구 및 경제 지원금은 자동으로 인상되어야 할 겁니다[modern_footnote]”자동으로”는 대략 물가연동 정도를 의미하는 듯합니다. 한편 앞 문장에서 2013년 양당의 연방정부 부채 상한선 인상 합의 결렬 후 “자동으로” 발동한 시퀘스터 조치를 언급했음을 염두에 두는 것 같기도 합니다.[/modern_footnote].

필요한 시기에 경제 지원을 확대하고 시민들에게 장기 채무를 이행하기 위해, 호경기에는 반드시 재정지출을 (적정 선에서) 유지해야 합니다. 부담적정보험법(Affordable Care Act)에 따른 의료비 경감[modern_footnote]예. 오바마케어를 가리킵니다.[/modern_footnote], 최고 부유층에 대한 세제 혜택 제한 등의 정부재정지원 억제책(curbs to entitlement growth)을 이용한다면 투자 기회나 성장을 저해하지 않고 장기적 재정 문제를 처리할 수 있을 겁니다.

끝으로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기후변화에 대처해야 합니다. 지난 5년간 경제성장률 증대와 탄소배출량 저감이 상충한다는 관념은 끝났습니다. 미국은 에너지 부문 탄소배출량을 6% 감축했고, 바로 그 기간 동안 경제는 11% 성장했습니다. 미국의 발전은 미래 세대를 위해 지구를 구할 최고의 기회를 제시하는 역사적인 파리기후협정 도입에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우리 앞에 놓인 길 (The Way Ahead), 버락 오바마 특별기고, The Economist
기사 원문에서 발췌.

미래를 향한 희망 (A Hope for the future)

미국의 정치 시스템은 실망스러울 수 있습니다. 그래요, 저도 압니다. 하지만 미국 정치는 200년 넘게 경제사회적 발전의 원천이었습니다. 지난 8년간의 발전 역시 세계에 어느 정도의 희망을 주었을 겁니다. 온갖 분열과 불화에도 불구하고 두 번째 대공황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금융 시스템은 납세자들의 부담 한 푼 없이 안정화되었고 자동차 산업도 구제되었습니다. 저는 의료 서비스를 개혁하고 새로운 차량 및 발전소 탄소배출량 감축 규칙을 도입하는 한편, 초반부에 재원을 집중 투입한(front-loaded) 경기부양책을 루스벨트 대통령의 뉴딜 이상 규모로 시행했으며, 1930년 이래 가장 포괄적인 금융 시스템 규칙 개정을 감독했습니다.

결과는 명백합니다. 경제는 더욱 튼튼해졌고, 성장하고 있습니다. 2010년 초부터 1,500만 개의 새로운 민간 일자리가 창출되었고, 임금이 상승하고, 빈곤율이 하락하며, 불평등 추세는 뒤집히기 시작했습니다. 2,000만 명 이상의 미국인이 새로 건강보험 혜택을 얻은 반면 의료비는 지난 50년 사이 가장 느리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연간적자는 거의 3/4 수준으로 감축되었습니다. 탄소배출량 역시 감소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를 위한 새로운 토대가 마련되었습니다. 새로운 미래를 쓰는 것은 우리의 몫입니다. 미래에는 반드시 경제성장, 특히 지속가능하며 열매가 공유되는 성장을 이루어야 합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미국은 모든 국가와 함께 최선을 다해 모든 시민과 앞으로 올 세대를 위한 보다 건실하고 번영하는 경제를 이룩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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