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사회연구원 주최 제13차 인구포럼에서 발표된 논문 한 편이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내용인즉슨,
ㅇ 교육투자기간을 줄이는 정책은 대기업과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불필요한 휴학, 연수, 자격증 취득 등이 채용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고지하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을 것. 시간을 합리적으로 투자할 줄 아는 인재를 뽑는다는 것을 고용시장에 알림으로써 불필요한 스펙 쌓기로 시간과 돈을 허비하는 것을 막고 지원자와 기업 간 탐색과 매칭이 일어나는 연령을 낮출 수 있을 것임
ㅇ 또한, 교육투자를 마치고 사회에 진출한 남녀가 서로 원하는 상대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IT 기술과 연계하여 높여줄 수 있는 정책개발 필요. 가상현실(virtual reality) 기술을 이용하여 바쁜 일상을 대신하여 가상공간에서 자신을 대신하여 배우자를 탐색할 수 있는 정보기술을 개발하여 대학에 보급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음
ㅇ 마지막으로, 여성의 교육수준과 소득수준이 상승함에 따라 하향선택결혼이 이루어지지 않는 사회관습 또는 규범을 바꿀 수 있는 문화적 콘텐츠 개발이 이루어져야 함. 이는 단순한 홍보가 아닌 대중에게 무해한 음모수준으로 은밀히 진행될 필요가 있음
청년취업 부진이 눈높이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때면 보수를 자임하는 지도교수님이 하시던 말씀이 있다. “취업눈높이 운운하는 사람은 경제학자 아냐. 경제학 기본도 모르는 소리야. 자기가 한 인적자본 투자가 있고, 갖고 있는 소득이 있으면, 선호에 맞추어 일할 의사가 정해지잖아. 결혼 의사도 마찬가지야. 그건 국가건 뭐건 누가 개입할 수 있는 게 아냐.”
보사연 보고서 논란 관련 포스팅 대부분은 해당 보고서가 발표된 <제13차 인구포럼> 보도자료를 참조했다. 연구원이 포럼 자료집을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일 테다. 그래서 보도자료의 2/3을 차지하는 정책시사점에 포화가 집중되는 모양이다. 연구 내용을 비교적 자세하게 소개한 기사가 있어 읽어 보았다.
원문을 확인하지 않고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정책 시사점 말고) 실증분석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 같진 않다. 초산연령 상승 이유가 결혼 이후 초산까지 걸리는 기간이 증가했기 때문이 아니라 초혼연령이 상승해서라는 얘기는 이미 많이 나온 바 있다. 고학력 고소득 여성의 결혼이행확률이 낮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눈길을 끄는 내용이 있다. “여성은 고소득·고학력 여성일수록 미혼으로 남을 확률이 높았고, 남성은 저학력·고소득일수록 미혼일 가능성이 컸다.”
흔히들 결혼이 돈 문제라고 한다. 그런데 저학력 남성은 소득이 높아질수록 결혼이행확률이 낮아진단다. 의아하지 않은가? 이 현상이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고학력-고소득 여성 결혼이행확률이 낮은 건 당연하다. 언급했듯 이들에게 눈높이를 낮추라는 건 넌센스다. 저학력(고졸이하)남성이 고학력(석사이상)여성보다 많을 테니 정책적으로도 이쪽이 더 중요하다. 저학력 고소득 남성은 결혼을 안 하는 것인가, 못 하는 것인가? 바꾸어 말하면 고학력여성이 저학력남성을 기피하기 때문인가, 저학력남성이 고학력여성을 기피하기 때문인가, 둘 다인가? 여기에 집중했다면 좋았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보기에 더 중요한 질문은 이거다. 학력-소득별 매칭된 결혼assortative marriage이 일어나고 있다면, 저학력-고소득 남성이 저학력-고소득 여성과 매칭되지 않고 있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이유는 무엇인가?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으리라고 본다. 저학력-고소득 여성이 고학력 남성을 선호하거나, 저학력-고소득 여성 자체가 과소공급되거나. 물론 둘 다겠으나. 일단 두 가지 사실이 알려져 있다. (1) 2000년대 초반부터 여성 대학진학률이 남성보다 더 높다. (2) 해당 연령대 남성 인구가 더 많다. 저학력 남성 절대인구가 저학력 여성보다 많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인구구조 하에서 저학력여성과 남성의 고소득이행확률은 어떨까? 성별 이행확률이 같아도 저학력여성은 과소공급된다. 그런데 기존 성별 임금격차 연구를 바탕으로 추측컨대 여성의 이행확률이 낮을 것이다. 이유는 물론 차별. 저학력 고소득 여성은 더더욱 줄어든다. 나는 국가가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겠다는 정책 시사점을 굳이 도출한다면 여기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학력 고소득 여성의 눈높이가 아니라.
정책시사점은 할 말이 없는 수준이기 때문에 생략한다. 예전 레바툰에 국가가 저출산 대책으로 단체미팅 시키는 에피소드가 있었다. 국가가 차라리 그런 매칭서비스 제공하라는 것이 VR 운운하는 것보다 낫다. 궁서체다.
** 논문의 계량분석이 결혼이행이라는 사건이 발생하는 기간을 갖고 duration analysis를 한 건지, 결혼여부더미를 두고 probit/logit을 돌린 건지 모르겠다. 학력별 이야기도 집단별로(가령 고졸이하/대졸이상) 따로 돌린건지, 단순히 회귀분석 결과를 갖고 all other things equal, 학력이 낮아질수록~ 이라고 한 건지 모르겠다. 후자라면 저렇게 해석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