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얼 교수님 페이스북에서 옮겨 왔다. 총 3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경제학 연구자의 덕목과 연관해서 생각해 볼 부분도 있다.
1편. (원본 링크)
(거시)경제학과 수학에 대한 제 생각에 대해 #홍성욱 선생님께서 질문을 주셨는데, 그와 관련해서 한 번에 답을 드리기는 어렵고 두 세 차례에 걸쳐 제 생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많은 분들은 경제학 교과서에 나오는 수학을 보고 경제학자들이 연구를 하거나 정책을 개발하는데 수학을 많이 쓴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듯 합니다.
그런데 이것은 아주 틀린 것은 아니지만 맞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비유를 들어 말씀드린다면, 경제학 교과서는 연습을 하기 위한 책입니다. 피아노로 치면 하논 같은 책이라는 것입니다. 피아노를 배우는 사람들은 손가락 연습을 하기 위해 하논을 치는 것이지, 그 음악이 아름다워서 하논을 치는 것은 아닙니다.
경제학 교과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것은 사고 훈련을 하기 위한 방법입니다. 많은 훈련들이 실전보다 높은 강도로 특정 행동을 반복하게 함으로써 몸에 익숙하게 하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는가? 그런 생각을 하신다면 수학을 안쓰는 교과서를 쓰면 되는 것이지요.
어떤 교과서를 써야 경제학적 사고를 더 잘 함양할 수 있는가는 학자의 생각에 따라 다를 수 있고, 교과서 선택이나 강의 내용도 그에 따라 하면 되는 것입니다.
이런 훈련을 받은 다음에 실제 논문을 쓸 때 그런 수학을 쓰는지 안 쓰는지는 연구 분야, 연구질문의 내용, 학자의 성향에 따라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저만 하더라도 대학원 수업 때는 온갖 수학적인 내용을 배웠습니다만, 지금까지 수십편의 논문을 쓰면서 수학이라고 부를 만한 내용을 논문에 넣은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수식을 간혹 넣긴 하지만 그걸 수학이라고 부르면 수학에게 미안한 수준입니다.
경제학에서 중요한 것은 수학이 아닙니다. 경제학적 사고와 경제학적 직관이지요. 이것을 키우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훈련이 필요한데, 수학이 많이 들어 있는 미시, 거시 교과서를 공부하는 것은 바로 그런 훈련 중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혹시라도 그런 훈련용 책을 보고 경제학을 평가하는 이야기를 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앞으로는 좀 삼가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