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rdim et al. (2017), Minimum Wage Increases, Wages, and Low-Wage Employment: Evidence from Seattle (NBER w23532)

Jardim, Long, Plotnick, van Inwegen, Vigdor, and Wething (2017), “Minimum Wage Increases, Wages, and Low-Wage Employment: Evidence from Seattle”, NBER w23532.

어제 NBER에서 공개한 이 페이퍼가 화제인 모양이다. 이 논문은 시애틀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을 실험 삼아 인상의 효과를 실증분석했다. 논문에 따르면 최저임금 2년 연속 인상 결과 총 payroll이 통계적-실질적으로 유의하게 줄어들었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 반대 입장이라면 환영할 만한 결과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

헌데 저 유명한 Card & Krueger 이래 대체로 받아들여지는 합의는 1) 완만한 인상은 고용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2) 이론의 예측대로 일률적인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으므로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전히 양쪽 입장을 지지하는 논문이 모두 생산되고 있으며, 이 논문을 통해 반대 측의 유력한 증거가 추가되었다고 보는 편이 맞다. 실제로 같은 현상을 두고 UC 버클리 연구진이 분석한 페이퍼는 결과가 달랐다.

이 논문의 차별점은 머릿수로 측정한 고용에는 영향이 미미하나 노동시간으로 측정한 고용에는 영향이 막대했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즉 최저임금 인상 시 시간당 임금이 오르지만 일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 최저임금노동자의 소득이 줄어든다는 것. 한편 Headcount 고용은 영향을 덜 받았고, 첫 인상 때는 부작용이 덜했으나 두 번째 인상 때 커졌다는 점에서는 기존 문헌과 분명히 연속성을 갖는다. 방법론적으로는 이전 연구의 고용변동 측정법이 인상 전 최저임금 이상-인상 후 최저임금 미만 구간에 속하는 노동자들의 변동을 과소평가했다고 지적한다. (전에 과외돌이가 짚은 포인트. 과외돌이 경제학과 가라고 할까?)

논문의 기여점은 확실해 보인다. 우리는 조금 더, 아니 조금 많이 더(??) 알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모르는 것이 더 많다. 최저임금 실증논문은 늘상 일반화 가능성이 문제시되는데, 이 논문에서도 레스토랑 산업에서는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았다. 2년 새 1.53달러가 올랐는데도.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은 부정적이나, 지역 내 산업 구성, 고용비중 등에 따라 정도가 다르다”는 뜨뜻미지근한 결론에 다시금 이르게 된다. 분석 결과가 어느 한쪽에 쐐기를 박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 역시 근시일 내에 최저임금 1만원을 달성하자는 주장에 극히 회의적이다. 그러나 논문 한 편으로 이 첨예한 이슈가 끝났다는 태도는 곤란하다. 게다가 이 논문은 아직 워킹 페이퍼 아닌가. 논의에 종지부를 찍으려면 이 결과가 후속연구에서 지속적으로 재현되어야 한다. 이 점을 유념하지 않으면 연구를 취사선택할 위험이 있다.

가장 원하던 결과, 가장 그럴 듯한 결과가 나왔을 때를 경계하라. 나는 그렇게 배웠다.


해당 논문 초록.

This paper evaluates the wage, employment, and hours effects of the first and second phase-in of the Seattle Minimum Wage Ordinance, which raised the minimum wage from $9.47 to $11 per hour in 2015 and to $13 per hour in 2016. Using a variety of methods to analyze employment in all sectors paying below a specified real hourly rate, we conclude that the second wage increase to $13 reduced hours worked in low-wage jobs by around 9 percent, while hourly wages in such jobs increased by around 3 percent. Consequently, total payroll fell for such jobs, implying that the minimum wage ordinance lowered low-wage employees’ earnings by an average of $125 per month in 2016. Evidence attributes more modest effects to the first wage increase. We estimate an effect of zero when analyzing employment in the restaurant industry at all wage levels, comparable to many prior studies.

배리 아이켄그린, 드와이트 퍼킨스, 신관호, 『기적에서 성숙으로: 한국경제의 성장』 [KDI-Harvard 연구시리즈], 2013.

배리 아이켄그린, 드와이트 퍼킨스, 신관호, 『기적에서 성숙으로: 한국경제의 성장』 [KDI-Harvard 연구시리즈], 2013. 서평은 아니고 메모.

배리 아이켄그린, 드와이트 퍼킨스, 신관호, 『기적에서 성숙으로: 한국경제의 성장』 [KDI-Harvard 연구시리즈], 2013.

한국 경제성장 종합연구. 이런 책을 발간할 수 있는 반추 역량이 성숙도의 지표는 아닐까.

이 책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06년부터 하버드대학교와 공동진행한 연구과제 ‘민주화와 세계화 시대 한국경제의 성과와 과제’의 첫 총서다. 과제명에 걸맞게 과거 성장의 기록을 충실히 검토하고 미래를 전망한다.

서·결론 제외 총 6장 구성으로, 각각 “거시경제의 성장원천”, “성장구조의 변화”, “서비스 부문과 경제성장”, “수출과 경제성장”, “외국인 직접투자와 경제성장”, “위기와 성장”을 다룬다. 저자진이 화려하다. 배리 아이켄그린 버클리대 교수, 드와이트 퍼킨스 하버드대 명예교수, 신관호 고려대 교수 모두 국제금융, 통화정책, 아시아 경제를 오랫동안 연구해 온 학자들이다.

간단히 정리해 본다. 잘 알려진 대로 한국은 60년간 놀라운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오늘날 저성장 불안이 만연하나, 저성장은 경제 성숙이 수반하는 “평균으로의 회귀” 다. 1인당 소득 $10,000 – 16,000 구간을 지나며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지 않은 국가는 없다. 한국은 오히려 성장 둔화를 오랫동안 억제하는 데 성공한 특이한 국가에 속한다. 이 현상에 관한 우려는 과장되어 있다.

그러나 문제 없는 경제는 없으니, 성장 둔화세가 가파른 건 사실이다. 연구진은 서비스부문 생산성·외국인 직접투자·교육 생산성 부진을 원인으로 꼽고, 이에 대응하는 정책제안을 간략히 내놓는다. 이외에도 “급진적인 제안”으로 해외 노동력 유치, 아시아 역내투자 활성화(=해외 노동력 활용)을 언급한다. 그리고 한국 사회는 경제성장 조급증을, 한국 정부는 국가주도 성장전략을 내려놓으라고 거듭 당부한다.

내게는 이 책을 종합평가할 거시경제 식견이 없다. 언뜻 심심해 보일 수 있으나 광범위한 통계를 기반으로 구축한 논증 탑이 정교하다고만 해 두겠다. 논증 고리가 탄탄하고, 반론을 떠올리면 몇 문단 이내에 다루어진다. (물론 내가 거시를 잘 몰라서 그럴 가능성이 높다. 데이터가 아쉬운 측면이 있지만 더 나은 자료가 없다는 건 잘 알고 있다.) 언론과 서점가에 만연한 위기론·비관론도 대부분 논파한다. 일일이 다루진 않지만 더 설득력 있는 시나리오를 제공한다. 원서 발간 시점에서 5년, 연구과제 발주 시점에서 10년이 지났다는 점은 아쉽지만 연구 내용과 시사점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간 새로운 위기론 분파로 소위 4차 산업혁명을 둘러싼 기술발전 담론이 대두하긴 했다. 나는 “로봇과 인간의 경주 시대에도 인간이 주변부로 밀려나지 않을 수 있는 국민경제 균형성장경로가 존재한다”(Acemoglu, Restrepo MIT 교수), “[경제적] 특이점은 멀었다(Singularity is not near)”(Nordhaus 예일대 교수)는 주장을 더 신뢰한다. 기술발전이 찬란해지는 만큼 그림자도 크게 드리울 테지만, 아직 경제전망을 수정할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연구 수행 후 5년간 한국 경제가 연구진 제안을 이행하지는 못했다고 보인다. 올해 초 화제가 된 정혁(2016)[modern_footnote]Jeong Hyeok (2016), “Assessment of Korea’s Economic Growth Experience Through the Lens of Neoclassical Growth Model”, working paper.[/modern_footnote]의 장기 성장회계에 따르면 총요소생산성(TFP)의 1인당 GDP 증가율 기여도는 2010년대 들어 2000년대 대비 4분의 1 미만이다. 연구진은 또한 (고성장기에 도농이동 등으로 확보했던) 유휴노동력이 소진되었으니 여성·고령인구 활용, 해외 노동력 유치, 나아가 자본 해외 진출을 통한 해외인력 확보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10년 시차를 둔 연구인 정혁(2016)은 한국 경제가 이들 중 고령인구 활용을 택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게다가 연구진은 노동자 숙련 유지에 초점을 두고 고령인구 활용을 주문했으나, 고령자 고용의 현실은 은퇴·경력단절 후 재취업한 “열화된” 일자리가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한국경제는 끝장이란 말인가? 일단 작년 말부터 시끄러웠던 위기설은 근거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성장은 장기 담론이다. 아직 시간이 있다고 생각한다.

경제성장에 관심 있는 모든 사람에게 추천한다. 담고 있는 내용의 수준에 비해 어렵지 않다. 특히 자료 설명이 아주 친절하다. 성장회계 요인분해법 외에는 수식도 나오지 않는다. 회귀분석 결과를 말로 잘 풀어 설명하므로 그것만 보아도 좋다. 단 내용-도표-주석을 오가는 끈기가 필요하며, 원활하게 이해하려면 회귀분석 결과를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참고로, 당연하게도, 이 책에는 “성장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 식의 멍청한 질문은 등장하지 않는다.

여기까지는 대강의 메모. 아래에는 내용 정리 겸 몇 가지 생각을 적어보았다. 정리 수준은 언제나 책보다 독자 수준을 따라가는 법, 한참 부족하지만 기록을 남겨 둔다. 자세히 풀어쓴 책일수록 두 번 읽기 힘들어 적어 두었다. 다시 강조하지만 글 길이와 퀄리티는 무관하다. 그리고 이 책이 선사하는 독서 경험에서 방대한 자료를 빼놓을 수 없다. 요약은 어디까지나 요약이다.

2장에서는 한국 경제성장사를 계량적으로 개관한다. 우선 60년대 이래 경제성장의 역사를 성장회계법으로 분석하고, 국가 간 성장회귀분석으로 국제비교한 후 둘을 교차검증한다. 성장회계 분석 결과는 널리 알려진 시나리오와 대부분 일치한다. 정부주도 개혁 – 총요소생산성 상승 – 자본수익률 상승 – 투자 촉진이 그것이다. 국가 간 회귀분석은 경제개방과 수출지향 전략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한편 한국 경제성장은 총요소생산성과 자본스톡이 동시에 크게 증가했다는 점에서 개도국과 구분된다. 성장회계에서 인적자본(교육) 기여도가 방법론 문제로 충분히 포착되지 않는데, 저 둘을 동시에 달성하며 경제를 견인할 수 있었던 근저에 높은 교육수준이 있었다고 해석한다.

그러나 한국 역시 경제가 선진수준에 근접하며 나타나는 성장둔화 현상의 예외가 아니었다. 1인당 GDP $10,000 – $16,000 (PPP, 2000년 물가 기준) 구간을 지나며 성장속도가 느려지지 않은 경제는 없다. 어떤 알려진 변수도 이 보편적 현상을 완벽하게 설명하지 못하며 한국 케이스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성장 추세가 꺾인 기점이 외환위기는 아니었다. 한국 경제성장 추세는 1997년이 아니라 1989년에 구조적 변화를 겪었다. 외환위기 이전에는 투자율과 자본장비율 상승이 성장 둔화를 상쇄하여 보이지 않았을 뿐이다. 이 주장은 뒤에서도 계속해서 검증된다. (이 책은 외환위기의 원인과 성격을 경제성장 맥락에서 재평가하는 데에도 상당한 분량을 할애한다.)

3장에서는 성장 과정의 경제구조 변천을 다룬다. 먼저 통상의 시나리오를 재확인한다. 제조업 중심 성장 이후 탈산업화, 곧 첨단기술산업 및 서비스 부문으로 이행하는 구조 변화가 일어났다. 이는 현재 고소득 국가들이 모두 겪어온 보편적 성장경로다. 단 연구진은 한국 제조업 고용 감소 시점이 현재 선진국들이 겪었던 시점보다 빨랐다고 지적한다. 제조업 고용 감소로 일자리를 찾지 못한 노동자들은 결국 자영업자 내지 영세업체 노동자가 되었다. 서비스 부문이 고용의 70% 이상을 담당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구조변화가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지는 못했다. 당장 첨단(ICT) 투자는 해당 산업을 성장시켰으나 경제 전체의 성장을 견인하지는 못했다. 서비스 부문 문제는 4장에서 자세히 다룬다.

3장의 또다른 주제는 한국 경제성장 논의의 뜨거운 감자 또는 불화의 사과, 산업정책이다. 산업정책은 구조변화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 연구진은 관련 자료 및 연구를 폭넓게 들어 시기별 산업정책을 평가한다. 우선 50년대의 경우 소득수준은 낮았으나 개방정책이 총요소생산성을 높였고, 60년대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성장 드라이브의 밑거름이 되었다고 쓴다[modern_footnote]이 책보다 더 최근에 나온 논문의 해석과 통한다. 김두얼(2016), “한국의 산업화와 근대성장의 기원: 1953-1965”, 경제발전연구.[/modern_footnote]. 이어 60년대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한다.

그러나 70년대 정책 평가는 양가적이다. 박정희 정권이 중화학공업 육성 관련 여러 업종을 조정하는 역할을 수행하지 않았다면 공업 발전이 없었으리라는 의견(Rodrik 1994)이 지배적이다. 이에 반해 연구진은 모방 대상으로서 일본이 존재했음을 들어 개입이 없었더라도 경공업에서 중공업으로 전환했을 것이며, 정책은 방향이 아니라 속도를 바꾸었으리라고 쓴다. 물론 속도를 높인 것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재벌의 정치 영향력을 키워 정경유착이 심해졌고, 경제의 차입의존도를 높였으며, 재벌의 확장주의적 성향을 형성했다. 이는 후일 외환위기의 씨앗이 된다. (“외환위기는 한국경제 모순이 복합적으로 표출한 사건” 식 설명 좋아하는 분들이 반길 듯하다. 이 평가는 외환위기 성격 규명의 일부에 불과하다.) 이 부분은 기존 견해가 더 현실에 가깝지 않을까 한다. 국제정세가 한국의 중화학공업화에 유리하지 않았다고 알고 있다. 연구진도 이 사실을 언급하나 영향력이 제한적이었다고 보는 듯하다.

80년대 이후 정책은 단호하게 부정적으로 평한다. 제5공화국에서 정부는 과거 재벌이 정부를 필요로 했다면 정부도 재벌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정부가 엄격한 성과기준을 적용하지 않기 시작했다. (김재익 수석이 주로 비판받는 대목인 중화학공업 비중 축소가 실현되지 않은 과정이 예시가 될 듯하다.) 90년대에 공업이 고도화되며 발전이 정부 영향을 벗어나자 이 문제가 더욱 심해졌다. 규제는 지대추구를 조장하는 요식행위로 전락했다. 연구진은 60-70년대와 90년대를 비교하며 아예 이렇게 쓰고 있다. “1960년대와 1970년대의 산업정책이 수출 붐을 일으키고 포항제철과 현대 등의 성공적인 기업을 키워낸 데 반해, 1990년대의 정책은 한보철강과 여타 정치적 특혜를 입은 기업들을 탄생시켰고, 결국 이들의 파산으로 인해 1997~1998년 금융위기의 바탕이 마련된 셈이었다.” 외환위기는 경제의 짐이 되어 버린 과거식 산업정책이 현대화되는 중대 계기였다. 장기 데이터를 활용한 실증연구는 대부분 산업정책이라는 신화를 깨뜨리는 듯하다. 분석 방법은 다르지만 차명수, 김낙년 교수 등의 수량경제사 연구도 산업정책보다는 교육이나 제도에서 원인을 찾는다.

4장에서는 서비스 부문에 초점을 맞춘다. 한국 서비스산업 생산성은 왜 낮은가? 서비스부문 생산성이 제조업보다 느리게 상승하는 현상은 OECD 국가들이 보여 주는 경험적 사실이다. 제조업보다 노동집약적이므로 혁신이 어렵고, 대부분의 서비스업종이 교역불가능하여 경쟁압력이 낮기 때문이다. 한국의 특수성이라면 제조업 고용비중 하락에 따라 “밀려난” 노동자들이 서비스업을 택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modern_footnote]이 문제는 노동경제학 실증연구의 전통적 주제다(Roy model). 사람들이 비교우위에 따라 직종과 부문을 선택하는가? 아니면 뛰어난 사람은 대기업 가고 못 간 사람이 다른 분야에서 일하는가? 사람마다 제각기 의견이 있겠지만, 아직 국내 문헌에서 합의된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고 알고 있다. 자영업에 관한 신뢰할 만한 데이터나 연구가 드물다. 제조업-서비스업 구분과 임노동-자영업 구분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한국 노동시장 특성이 가장 큰 원인이다. 일단 “심증”에 얼기설기 붙인 자료로 밀고 나가 보자.[/modern_footnote]. 그러나 이 사실들만로는 한국 서비스부문 부진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 연구진은 서비스업 진입규제가 지나치다는 “뻔한” 진단을 증거와 함께 제출한다. 특히 중소기업이 과보호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서비스 부문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1인당 부가가치가 현저히 낮다. 반면 급여-매출비율은 낮지 않고 영업이익률은 높다(’05년 자료). 이는 중소기업들이 지대(rent)를 얻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런 주장은 익숙하다. 그렇다면 부문 내 업종별 차이와 기업규모별 차이 중 무엇이 더 중요한 요인인가? 다른 자료를 찾아보았다. 2013년 기준 광업·제조업 내 중소기업 비중은 98%, 38%, 71% (각각 기업 수, 출하액, 종사자 수)이며 서비스업 내 비중은 98%, 72%, 83%이다. 서비스 부문에서 비중이 더 높다. 생산성 저해 요인이 여럿 있겠으나, 규모별 차이 역시 생산성 -노동생산성·총요소생산성 모두 – 개선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보인다. 실제로 대기업 주도 서비스업인 금융업·통신업은 생산성 및 그 증가율이 다른 업종에 비해 훨씬 높다. 도소매업, 숙박업 등의 생산성 증가율이 음수인 것과 대조적이다.

이렇게 생각해봤으나… 이 자료로부터 결론을 확정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는 회의가 자꾸 고개를 든다. 그래서 연구진이 서비스 부문 생산성을 언급할 때마다 개운치 않았다. 우선 서비스 부문은 측정오차(measurement error) 문제가 상시 존재하고 심각하다. 게다가 자영업자 문제가 데이터를 더욱 꼬아버린다. 그리고 이 책에서는 교육·의료·금융·법률 분야 생산성 개선 가능성을 언급하는데, 교육과 의료는 시장가격이 존재하지 않는 대표적인 비시장 서비스업이므로 생산성 추계에 문제가 많다. 자료를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을까? 최근 자료를 이용한 분석을 찾아보았다. 이종화·송철종(2014)[modern_footnote]이종화·송철종(2014), “한국 서비스 산업의 생산성 분석”, 한국경제의 분석.[/modern_footnote]이 비교적 잘 정리된 연구로 보여 해당 논문과 세미나 자료를 읽어 보았다. 그러나 명확한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이종화·송철종(2014)에서는 시장-비시장서비스업을 구분하여 분석하는데, 시장서비스업 생산성이 그렇게 나쁘지 않다는 결과가 나온다. 그렇다면 한국 서비스부문 생산성이 낮지 않다고 해석해야 할까? 실제로 TFP와 종종 연관되는 혁신 관련 지수에서 한국은 꽤나 상위권이다. 모두가 동의하는 결론을 도출하려면 연구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내 공부도 더 필요하고…)

말이 나온 김에 중소기업 얘기를 조금만 더 쓰면, 중소기업은 각종 정책적 배려를 받고 있다. 자본조달, 노동자 채용, 유통 등 다양한 채널에 중소기업 보조정책이 존재한다. 육성·장려·진흥 등의 이름을 갖고 있는 이들 정책은 정권 성향과도 무관하다. 부처로는 중소기업청이 있고, 대통령 산하 동반성장위원회가 또 있다. 입법도 될 것 같다. 지난 정부부터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 법제화 움직임이 생겨나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논의가 터져 나오고 있다. 더하여 현재 제조업 위주의 적합업종 제도를 서비스업으로 확대하려는 듯한 모습도 보인 바 있다. 생계형 적합업종 법제화는 문재인 대통령 공약이기도 했다. 중소기업청을 중소기업부로 승격시킨다면 그 기조에 따라 법제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일련의 “도그마”를 “유치기업 보호론”이라고 하면 적절할까. 경쟁정책 없는 보호정책은 성장을 저해한다. 경쟁이 심해서 과당경쟁이란 말이 나오는데 무슨 말이냐고? 어제 문 닫은 동네 빵집만 떠올리면 곤란하다. 정부지원을 받을 수 있는 규모 이상 성장하지 않는 소위 피터팬 증후군 현상이 이 문제의 부산물 중 하나다. 이미 지적된지 오래이며, 염려스럽다.

5장에서는 한국경제 논의에서 빼놓을 수 없는 수출에 대해 논의한다. 경제성장사 내러티브를 조정하며 “위기” 보다는 “수렴”에 초점을 맞추는만큼, 연구진은 수출 관련 위기론을 공들여 논박한다. 앞서와 같이 외환위기 이후 한국 제조업 국제경쟁력이 하락하고 수출부문이 공동화되며 성장률이 하락했다는 주장은 지나치게 극단적이다. 고성장기 수출성장률을 회복하지 못하고 상품수출 증가율이 부진한 것은 위기의 전조가 아니라 성숙의 징표다. 수출국 다변화, 수출품 다양화, 수출품의 기술수준 모두 한국 수준 국가에 기대되는 정도에 부합한다. 연구진은 유사한 특성을 가진 국가들과 비교하면 한국 수출은 여전히 좋은 수준이라고 평가한다.

그러나 대내외 여건이 바뀐 것은 사실이다. 고환율 정책으로 대표되는 수출지향적 산업정책은 더 이상 큰 역할을 하지 못한다. 그리고 한국은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전환 중이다. 서비스 국제교역이라는 새로운 경쟁환경 하에서 서비스업 생산성 부진은 미래성장을 좀먹을 수 있다. 중국의 부상도 역시 한국에 큰 영향을 미쳤다. 소비재 시장이 가장 큰 타격을 입었고, 중간재와 자본재 수출에도 타격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진은 전체 수출품을 종합하면 한국이 중국의 부상으로 인해 가장 적은 피해를 입는 국가일 수 있다고 평가한다. 더 큰 변화는 과거와 달리 수출과 성장의 관계가 약해졌다는 것이다. 수출산업이 유발하는 고용 역시 점점 적어지고 있다. 요약하면 수출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으나, 수출과 성장이 과거와 같은 경로로 상호강화하지는 않는다. 이 분석이 “수출 주도 성장의 시대는 끝나고 내수 중심 성장으로 전환할 때가 왔다”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데 주의해야 한다.

6장에서는 투자, 특히 외국인직접투자(FDI)의 현황과 역할을 짤막하게 다룬다. 우선 연구진은 외국인직접투자 저조가 성장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합의된 연구 결과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못박는다. 이에 따라 FDI-성장 관계보다는 한국 성장사에서 FDI의 역할과 향후 FDI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을 조명한다. (다른 챕터에 조금씩 나누어 실을 수 있는 내용인데 윗선에서 이런 챕터 넣으라는 얘기가 나와서 독립시킨 듯한 인상이다.) 한국은 성장 과정에서 FDI보다 차입과 산업정책을 활용했고 여전히 반FDI 규제 및 사회환경을 갖고 있다. 그 결과 FDI 대상국으로서 그리 매력적이지 않고, 중국의 부상 역시 한국 FDI 증가의 장애물로 작용했다.

반면 FDI 투자국으로서 한국은 비슷한 경제규모를 가진 국가들에게 기대되는 만큼 투자하고 있다. 결국 유출보다 유입이 문제라는 것이다. 그리고 통념 두 가지를 반박한다. 먼저, 해외투자로 인해 국내 산업 공동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통념은 사실이 아니다. 둘째로 (국내기업의) 국내투자가 해외투자보다 경제성장에 도움이 되리라는 통념도 사실과 거리가 멀다. 결국 FDI를 받거나 하면 좋고, 한국은 과다유입·유출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진단이다. 마지막으로 (‘적절한’) 직접투자유입이 늘어나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 전망한다(이는 역내 진출을 통해 해외노동력을 활용하라는 제안과 연결된다.)

7장에서는 소국개방경제 한국이 주기적으로 겪는 경제위기와 성장의 관계를 고찰한다. 한국은 지난 50년간 4차례 위기를 겪었다. 60년 수출 드라이브가 낳은 1970-71년 위기(72년 8.3 조치로 이어짐), 80년대 초 중화학공업 육성책이 촉발한 외채 위기, 97년 외환위기, 08년 세계금융위기가 그것이다. 연구진은 위기의 원인, 경과, 파급효과를 나누어 분석한다. 먼저 연구진은 이들 위기가 결국 공격적인 친성장정책을 추구하는 한국 성장모델의 부산물이라고 진단한다. 한국 경제는 높은 수요 압력 하에서 고투자율을 유지하고 과도한 차입금을 사용하며 성장했다. 특히 단기부채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었고, 이로 인해 자본흐름 역전 리스크에 취약해졌다. 잘 알려졌듯 97년 외환위기 역시 이 문제가 극적으로 터진 사례다.

그러나 앞서 박정희·전두환 정권 시절에 겪은 위기의 본질도 동일하다. 세 번 모두 국제통화기금이 개입했고 강력한 구조조정을 주문받았다. 산업정책 평가에서도 나타났지만 군사독재 시절 경제정책이 경제성장을 낳지 않았으며, 경제가 특별히 안정적으로 운영된 것도 아니다. 당시 경제정책을 신화화하거나, 97년 외환위기를 김영삼 정권 책임으로 돌리는 것 모두 번지수를 잘못 찾는 것이다. 공격적 정책을 펼치며 위기 리스크를 감수한 대가로 성장이라는 열매를 얻었으며 위기는 매번 개혁의 촉매로 작용했다. 97년 외환위기조차 성장률을 지속적으로 저해하지는 않았다. 외환위기 이후 투자율이 감소했으나, 이는 오히려 경제 성숙의 증거다.

08년 금융위기의 경과와 대응은 한국 경제가 분명히 달라졌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한국 내부에서 비롯되지 않았고, 97년의 교훈으로 충격을 제한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전과 구별된다. 당시 한국은 국가 단기부채가 여전히 높았으나 그의 50%에 달하는 외환보유고를 유지했으며, 기업 레버리지도 과거에 비해 낮았다. 그렇다면 왜 한국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더 심각한 영향을 받았는가? 역설적으로 한국 금융시장이 국제화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이렇게 쓴다. “한국이 금융적인 압력에 유난히 취약하다고 입증된 정확한 이유는, 한국이 IMF와 미국 재무성의 권고에 따라 대단히 충실하게 금융 시스템을 국제화했기 때문이다. (..) 금융 발전과 국제화도 나름의 장점이 있겠지만, 세계 금융시장의 혼란기에는 그렇지 않다.” 이 서술을 보면 “외환위기 이후 강제된 신자유주의 워싱턴 컨센서스가 한국 경제를..”을 떠올릴 수 있겠으나, 국제경제학 교과서의 불가능한 삼위일체(impossible trinity)를 풀어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과거와 달리) 금융위기에 비교적 잘 대처했고 위기 후 경제 성과도 우수한 편에 속한다.

8장에서는 논의를 종합하여 결론을 내놓는다. 연구진은 앞선 분석을 요약하며 한국이 지나친 불안을 불식시켜야 하며, 한국은 더 이상 모방할 수 있는 역사적 사례가 없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다. 정책 제안은 앞에서 정리한 대로다. 앞서 교육 관련 정책과제는 언급하지 않았는데, 연구진은 노동의 질 측면에서 대학교육의 양적 확장이 한계에 다다랐고 질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한다. “식상한” 지적이다. 그런데 연구진이 언급하는 세부 사항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먼저 연구진은 산학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지금까지 거둔 소기의 성과로 특허출원이 02년에서 08년 사이 4배로 늘었다는 사실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저 산학협력 결과물의 유용성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 연구진의 두 번째 제안은 대가급 연구자를 유치하기 위해 급여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인구조 설계는 물론 중요하다. 그런데 나는 학생 신분이라 그런지, 학문후속세대 양성 부진이 한국 대학이 연구기관으로서 겪는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특히 인문사회계열에서 그렇다.

8장 끝에서 연구진은 2장에서 쓰인 성장회계법과 국가간 회귀분석을 이용하여 중기 경제전망을 전망한다. (연구진은 “중기”임을 강조하는데 이는 현실적 의미도 있겠으나 모형의 가정 때문이다.) 즉, 2010-20년과 2020-30년을 나누어 잠재성장률을 산출한다. 연구진이 노동, 자본, 투자, TFP 증가율 등을 조합하여 여러 시나리오를 가정하여 산출한 한국의 실질 GDP 성장률은 연 4.5-6%(2010-20), 3.3-4.7%(2020-30)였다. 지나치게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겠으나, 2010년대 후반 시점의 독자는 예측 범위가 적절했는지, 틀렸다면 이유는 무엇인지 평가할 수 있다. 2010년부터 2017년까지 실현된 성장률은 연평균 3.5% 수준으로 이에 비해 낮았다. 우선 확인할 수 있는 문제는 TFP 였다. 연구진 시나리오 중 가장 보수적인 가정은 투자율 30%, TFP 증가율 2%였다. 2010-2015년 사이 실제 투자율은 28~32% 수준으로 비슷했으나 TFP 증가율은 많이 달랐다. 앞서 인용한 정혁(2016)에 따르면 2010-2014년 TFP 성장률은 0.5%에 불과했다. 대내외 여건이 예상과 달라진 측면도 있겠으나 그것까지 알 수는 없다.

그럼 2020-30년 경제성장률은 연구진 전망치인 3.3-4.7%보다 밑에 있을까? 지금 알 수 있는 것은 없다. 그리고 한국 경제성장률은 여전히 주요국 중 높은 편에 속한다. 연구진은 한국이 성공적인 구조개혁(=TFP 상승)을 해내리라고 가정했다고 한다. 심지어 책 마무리 문장이 “…한국의 이러한 개혁 정신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라는 낙관이다. 개혁은 상당 부분 정치의 영역이다. 뜨뜻미지근하지만 새 정부의 역할을 기대한다는 말을 남길 수밖에 없겠다. 무디스도 새 대통령이 대내외 성장 역풍에 맞서 구조조정을 하리라는 이유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았던가. 거시알못 석사 나부랭이보다 무디스가 잘 알 것이다.

늘 버릇처럼 다는 번역과 편집 이야기. 이 책은 하버드대학출판부에서 영문으로 먼저 출판된 뒤 한국어판으로 나왔다. 번역이 애매하다. 심각한 수준은 아니고 감수가 필요해 보인다. 전문서적임을 감안하면 생각보다 읽을 만하지만, 가끔 도무지 뜻을 알 수 없는 문장이 출현한다. 다행히 회사 도서관에 원서가 있어 참조할 수 있었다. 최소 두 명 이상의 역자가 따로 작업하고 감수 없이 합친 것으로 보인다. 가령 lag/lagged variable이란 표현의 경우 2장에서는 “지체”라고 옮긴 반면 6장에서는 정확히 “시차변수”로 번역한다. 시차변수라는 용어를 아는 역자가 지체라는 표현을 택할 리 없다. 이런 용어 문제는 주로 1-4장에서 발생한다.

한편 앞 부분 번역에는 정치적인 문제도 있다. 원문은 “the military coup”과 “assassination of President Park”을 각각 5.16 군사정변과 박정희 대통령 암살을 지칭하는 표현으로 쓰고 있다. 2, 3장 역자는 이를 각각 “5.16 군사혁명”과 “박 대통령 시해”로 옮겼다. coup는 “Coup d’état”(쿠데타의 프랑스식 표현)에서 온 단어로, 혁명이란 의미를 담고 있지 않다. 대통령은 군주가 아니므로 시해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 6장 역자는 assassination을 “암살”로 옮겼다. 같은 사람이 “시해”와 “암살”을 혼용할 가능성은 낮다.

이해가 잘 되지 않는 편집상의 문제가 하나 더 있다. 표 안의 숫자가 틀리는 경우가 간혹 있다. 가령 회귀분석 robustness check 중 결정계수가 0.61에서 0.06으로 튄 사례가 있다. 원서를 보니 원래 숫자는 0.60이다. 표 데이터 없이 수기로 옮기지 않았다면 발생하지 않을 문제다. 좀 이상하다. 이걸 발견하고 나서 표를 좀더 깐깐하게 체크했는데 이런 오기가 너덧 개쯤 더 있다. 다행히(?) 꼼꼼히 읽으면 숫자가 논리적으로 맞지 않아 충분히 발견할 수 있다. 이 정도 기획연구시리즈 단행본에는 감수자를 두는 게 어땠을까 싶다.

노동소득분배율 하락과 슈퍼스타 기업의 대두 (NBER w23396)

예전부터 관심 많았고 언젠가 연구해 보고 싶던 주제에 관한 워킹 페이퍼가 나왔다. ㅠㅠ 저자진이 갓갓, 갓갓갓, 갓갓갓갓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1) 기존의 해석과 다른 새로운 모형을 내놓고, 2) 미시자료에 기초하여, 3) 모형을 지지하는 여러 통계적 근거를 내놓았다. 부럽… 아니 admire…

초록을 옮겨 보았다. 초록만 봐도 thought-provoking paper. 저녁 먹고 왕겜 보다 피곤하면 읽어야지…


노동소득분배율 하락과 슈퍼스타 기업의 대두 (The Fall of the Labor Share and the Rise of Superstar Firms), NBER w23396, 2017.

Autor (MIT), Dorn (U of Zurich), Katz (MIT), Patterson (MIT), Van Reenen (MIT).

지난 몇십 년간 미국 및 여타 다수 국가에서 노동소득분배율 하락 현상이 나타났다는 점은 꾸준히 확인되었으나 그 원인은 불명확하다. 이에 관한 기존 실증분석은 주로 거시자료나 산업별 자료에 의존하여, 기업 간 이질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

이 논문은 1982년부터의 미국 경제총조사(U.S Economic Census) 및 국제자료를 분석하여 “슈퍼스타 기업”이 대두하며 노동소득분배율이 하락했다는 새로운 해석을 입증한다. 세계화나 기술진보가 개별 산업 내에서 가장 생산성 높은 기업에 유리하다면, 생산물시장 시장집중도는 상승할 것이다. 개별 산업에서 슈퍼스타 기업, 곧 이윤이 높지만 부가가치/매출에서 노동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은 기업의 시장지배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슈퍼스타 기업”의 중요성이 커질수록 노동소득분배율은 하락할 것이다.

연구 가설에서 통계적으로 검정할 만한 (이론적) 예측이 여럿 도출된다.

  • 산업 매출은 소수 기업에 집중된다.
  • 시장집중도가 가장 크게 상승한 산업의 노동소득분배율이 가장 크게 하락한다.
  • 노동소득분배율 하락의 원인은 기업 간 재배분에 기인한다. 기업 내 노동소득분배율 하락이 아니다.
  • 노동소득분배율 감소분의 구성요인 중 기업 간 재배분이 차지하는 비중은 시장집중도가 가장 커지는 부문에서 가장 크다.
  • 이러한 현상은 미국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나타난다.

본 연구는 이상의 예측을 뒷받침하는 증거 역시 제시한다.

고지마 히로유키, 『세상에서 가장 쉬운 통계학입문』 & 『베이즈통계학입문』.

고지마 히로유키, 세상에서 가장 쉬운 통계학입문 & 세상에서 가장 쉬운 베이즈통계학입문. 서평에 가까운 메모.

고지마 히로유키, 『세상에서 가장 쉬운 통계학입문』 & 『베이즈통계학입문』.

경제학 교수가 쓴 통계학 입문교양서 시리즈. 제목 값을 한다. 의지만 있다면 중학생도 읽을 수 있다. 이 책에서 다루는 범위를 이보다 더 쉽게 쓸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과외돌이에게도 읽힐 예정이다.

통계학은 자연언어로 구축된 체계다. 다시 말해 통계학자들은 (논리 전개는 물론) 내용을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형식으로 수학을 선택했다. 따라서 형식과 내용이 어느 정도 의존적이다. 수식을 배제하면 직관 묘사도 제한된다.

저자는 이 난점을 꽤 성공적으로 해결한다. 두 책 모두 수리적 접근을 최소화하고 그림과 간단한 산수만 활용했음에도 입문자에게 필요한 핵심이 잘 서술되어 있다. 특히 <베이즈통계>의 면적도 설명법은 가르칠 일이 생기면 유용하게 활용할 것 같다.

중심 개념 설명도 돋보인다. <통계학입문>은 표준편차와 가설검정을, <베이즈통계>는 조건부확률과 베이지안 업데이트를 직관적으로 잘 설명한다. 두 책 모두 후반부에 수식이 조금 나오는데, 전반부에 설명을 워낙 잘 해 두어 따라가기 쉽다. 수학적 배경이 부족한 사람도 한두 번 보고 포기하지 않으면 끝까지 이해할 수 있을 게다.

요즘 공부할 생각은 안 들어(..) 예전에 본 교과서나 이런 입문서를 들추며 소일하는데 괜찮았다. 일전에 메모 쓴 <통계학을 떠받치는 일곱 기둥 이야기>에 데인 입문자가 있거든 이 두 권을 권한다. “전 통계 하면 평균밖에 모르는 1알못인데 괜찮을까요?” 괜찮다. 이쪽을 잘 알지만 기초를 일별하며 흐름을 챙기고 싶은 사람에게도 추천한다.

이언 모리스, 『가치관의 탄생』, 2014.

이언 모리스 (2014), 이재경 역 (2016), 『가치관의 탄생 (Foreagers, Farmers, and Fossil Fuels)』 . 서평과 메모 중간 어디쯤.

이언 모리스, 『가치관의 탄생』, 2014.

“에너지 획득 방식이 사회가 필요로 하는 가치관을 결정한다”는 간단하지만 논쟁적인 명제를 방대한 리서치에 입각해 논증한 책. 도덕과 윤리의 총체로 여겨지는 “가치관”의 기초에 실상 도덕이 없음을 보이려는 기획이다. 전작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의 확장팩으로도 읽힌다. 저자가 빅 히스토리를 조직하고 전개하는 솜씨에 다시 한 번 감탄했다. 본인 주장 – 논평 – 재반론이라는 자신감 넘치는 구성도 훌륭하다.

내용 요약에는 큰 의미가 없어 생략한다. 이 책의 탁월성은 앞의 두 가지, 방대한 사례를 거시적 안목으로 엮어내어 명제를 뒷받침했다는 점과 비판-반비판을 수록하여 논의의 깊이를 더했다는 점에 있다. 주장 자체가 참신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모든 주장이 새로울 필요는 없다. 논증의 문제는 언제나 근거이지 주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단, 모리스의 주장을 “인류 가치관 변천사를 꿰뚫는 수량적 거시지표가 존재하며 그에 따른 설명은 다음과 같다.” 라고 생각하면 보기에 따라 새로울 수는 있다. 그가 수량경제사(cliometrics)가 아니라 고고학에서 출발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나는 거시적 시각을 그리 선호하지 않는다. 거시적 설명에는 환원주의가 불가피하다. 추상이란 으레 그런 법이지만 보통 미시방법론은 그런 경향이 덜하다. 모리스가 채택한 지수화 비교 기법(전작의 사회발전지수, 본작의 에너지 획득량)은 환원 그 자체다. 지수는 현실의 다면성을 체계적으로 사상하는 도구이며 지수화는 필연적으로 논의를 일차원으로 축소하기 때문이다. 많은 경우 단점이 장점을 능가한다. 따라서 연구자는 먼저 지수의 장점 내지 불가피성을 해명하고, 이어서 지수 산출 메커니즘을 설득해야 한다.

전작에 5점 만점에 5점을 주었지만, 본문에서 저 문제를 충분히 다루지 않았다는 점이 아쉬웠다. (수중에 책이 없어 확인할 수 없는데, 부록에서 더 궁금한 사람은 자신의 웹페이지를 참고하라고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본서 서두에서 모리스는 “세상의 모든 학자는 환원주의자다”라며 정면승부를 건다. 재반론 섹션에서 지수 도입의 필요성과 산출 메커니즘의 제문제도 간략하나마 해명하며 두 책의 핵심 방법론을 방어해낸다. 이 책이 전작의 확장팩 격으로 읽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저자는 전작을 낸 뒤 “유물론자이지만 마르크스주의자는 아니다”라는 평가를 들었다고 쓴다. 내가 마르크스를 잘 아는 건 아니지만, 과연 그런 것 같다. 이 책의 논지는 마르크스의 유명한 테제, “토대가 상부구조를 결정한다”를 연상시킨다. 그러나 토대는 생산력과 생산관계로 구성된다. 마르크스 역사이론에서 생산관계와 계급 분화, 생산력-생산관계의 갈등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모리스는 생산력에는 관심을 기울이지만 생산관계는 일절 논하지 않는다. 모리스의 논의는 마르크스 테제와 거리가 있는 셈이다.

오히려 이 책은 현대 경제학의 시각과 친화적이다. 효용함수, 비용-편익분석 등의 개념도 거리낌 없이 사용한다. 핵심 논지를 조금 옮기면 다음과 같다. “가치관과 물리적 현실은 분리할 수 없다. 물리적 현실은 가치관을 담는 그릇이다.” “문화적 융통성 자체도 우리의 생물학적 본질의 일부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 융통성에는 환경 변화에 대응해 우리의 효용을 계속 극대화하기 위한 핵심가치 재해석 능력도 포함된다.” 효용극대화가 제일목적이라니, 역사학자가 쓴 글 맞나 싶을 정도다. 논평자 리처드 시퍼드 교수도 이 부분을 강력하게 비판한다.

환경 변화에 대응한 핵심가치 재해석 능력이 곧 가치관 변형 능력이다. 그러니 가치관이 효용극대화를 위해 변한다는 관점은 지극히 기능주의적이다. 결국 제약하의 최적화를 달성하기 위해 효용함수가 동태적으로 변한다는 이야기가 되는데, 좀 우겨 보자면 요소편향적 기술진보를 상정한 경제성장이론과도 통하는 측면이 있어 보인다. 더하여 저자는 시퍼드 교수의 비판에 이렇게 응수한다. “시퍼드 교수는 해답이 “감성으로 유지되는 가치관”에 있다고 말한다. 그것은 어떤 가치관을 말하는 걸까? 아쉽게도 거기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 시장이 세상의 걱정을 모두 해결하지는 못하지만 기후문제에는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이 대목을 읽으면서 매우 놀랐다. 과문한 탓인지 인문학 교수가 이런 식의 주장을 펼치는 것을 처음 보았다.

가치관이 아니라 가치관을 바꾸는 것이 본질이라면 가치관은 더 이상 정오 내지 우열이 아니라 유효성을 기준으로 평가된다. 이 결론은 내 평소 생각과 일치한다. 과거가 되어 버린 세계의 기준으로 쓰여진 기록을 현대의 시각으로 평가·비판하는 행위에는 큰 의미가 없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보자. 현대기준-과거비판의 대표 주자 중 하나는 PC를 과거(동화 등)에 대입하는 사람들이다. 반대로 과거기준-현대비판의 대표 주자는 기독교다. 기독교의 근간에는 유목사회 가치관이 있으며 이는 야훼와 바알의 대립으로 상징된다. (단, 모리스는 이 책에서 유목사회를 거의 다루지 않았고 그 점을 한계로 인정한다.) 내가 보기에 그 가치관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그러면 기독교 역시 기축시대의 종교로 이제 시효를 다했는가? 답은 아직 미지수지만, (적어도 내게는) 중요한 질문이다. 아, 내 질문 방향이 “유효했”음을 확인했다는 덤도 이 책에서 얻은 수확이다.

올해 지금까지 읽은 책 중 세 손가락 안에 든다. 밝혔듯 거시를 덜 선호하는 취향도 깨뜨릴 정도로 괜찮은 책이다. 이 책이 내 올해의 책이 될까? 작년에는 역대급 책인 Goldin & Katz의 『The Race between Education and Technology』가 있어 전작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를 2016 올해의 책으로 뽑지 못했다. 올해는 어떨지 궁금하다. 그런데 8월에 박사과정 들어가면 당분간 책을 읽지 못할 테다. 3개월 안에 더 나은 책을 찾아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결론이 어딘가 우습지만, 기대된다.

Angrist & Pinscke, 『고수들의 계량경제학』, 2014.

Angrist & Pinscke (2014), 강창희 박상곤 역(2017), 『고수들의 계량경제학(Mastering ‘Metrics)』. 서평과 메모 중간 어디쯤.

Angrist & Pinscke, 『고수들의 계량경제학』, 2014.

실용성과 직관적 설명을 모두 갖춘 최신 응용계량경제학 입문서, 또는 학부생 RA 양산 비급.

요새 손에 잡히는 대로 학부 교과서를 읽으며 개념의 흐름을 정리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읽은 책. 원서는 2014년에, 번역서는 두 달 전에 나왔다. 이렇게 좋은 책이 학부를 졸업하고 나서야 나오다니.

저자들의 히트작 “대체로 해롭지 않은 계량경제학(Mostly Harmless Econometrics)”의 학부 버전이다. 내가 알고 있는 계량 교과서 중 가장 친절하다. 평균, 분산(공분산) 개념과 연산법칙을 아는 독자라면 소화할 수 있다. 심지어 저 개념에도 지면을 할애했을 정도로 친절하다. 물론 다른 개념도 쓰이지만 저자들이 때마다 자세히 설명한다.

저자들은 이 책을 철저히 실용서로 기획한 것 같다. 수식을 최소화하고 핵심을 전달하려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정규방정식이니 최량선형불편추정량(BLUE)이니 하는 용어와 수식에 질려 계량 책을 접은 경험이 있다면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전혀 나오지 않는다. 부실공사가 의심되는가? 이론적 배경 설명을 덜어냈을 뿐, 저자들은 추정치를 꼼꼼하게 해석하는 시범을 보여준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최소한의 계량 literacy가 생기고, 역시 최소한의 실증모형 돌리는 법을 터득할 수 있다. 수퍼바이저가 업무를 정확히 지시해 준다면 프로젝트 즉시전력으로 일할 수 있다. 한계야 있겠지만. (학부생 RA 가르치기 귀찮아서 쓴 책 아닐까?)

고전적 가정 하의 선형회귀모형에서 출발하여 가정을 하나씩 완화시키는 방식의 표준 전개와 조금 다르다. 목차 순서가 다음과 같다. 무작위 시행 – 회귀분석 – 도구변수 – 회귀단절법 – 이중차분법 – 교육수익률 추정. 여기서 알 수 있듯, MHE와 마찬가지로 무작위대조실험(RCT) 철학에 기초한다. 1장에서 무작위 시행이라는 발상의 탄생과 필요성을 다룬 뒤, 회귀분석부터 이중차분법까지 계량경제학 도구를 RCT 시각에서 해석하며 설명한다. (그러니 2장에서 Omitted Variable Bias 식을 정확히 이해해야 뒤 논의를 편하게 따라갈 수 있다.)

챕터마다 연구방법론 설명에 적합한 사례를 하나 잡고 그 맥락에 의존해서 설명하는 것도 이 책의 특징이다. 보통 교과서는 추상이론 설명 후 응용사례를 소개한다. 이론 설명에 예시를 동원하는 경우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보조 수단이다. RCT 배경 책인만큼 그 방식에 충실한 것으로 보인다. RCT 연구자들은 무작위실험 사례의 특성을 철저하게 파고들어 식별전략(identification strategy)을 찾아내곤 한다.

계량을 처음 접하는 사람은 이 책으로 시작해서 Wooldridge의 학부 교과서 Introductory Econometrics (일명 Baby Wooldridge)로 보완하면 될 듯하다. (번역 소식을 전해 주신 모 페친도 같은 말씀을 하셨다.) 내가 보기엔 당분간 이 조합보다 나은 입문서 조합이 나올지 의문일 정도로 좋다. 한국어 사용자 입장에서는 두 책 모두 번역된 것도 장점이다. (Baby Wooldridge는 전반부만 번역되었기 때문에, 저 책 대신 역자 한치록 교수님의 <계량경제학 강의>를 써도 좋겠다. 바로 MHE로 넘어가는 것도 물론 괜찮은 옵션이다.)

단, 역서 수식 표기(특히 하첨자)에 더러 오류가 있다. 영어 문장 구조를 그대로 옮긴 듯한 직역도 조금 아쉽다. 그래도 충분히 읽을 만한 번역이고, 멋대로 의역한 것보다 이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구루가 얘기해주는” 컨셉인데 이런 글을 한국식 글쓰기로 옮기기 까다롭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