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외돌이 시험을 앞두고 문제풀이 리뷰해 준 뒤 든 잡상.
수학 과외 8년차. 현행 2009 개정 교육과정은 수업하면 할수록 이상하다. 집합 개념 없이 함수를 가르친다거나, 도함수를 배울 예정이면서 계차수열은 삭제한다거나. 뜬금없이 초월함수(지수·로그·삼각함수)를 삭제한다거나. 등비수열은 남겨두고 지수함수만 삭제하는 건 이상하지 않은가? 그렇다고 지수와 로그를 안 가르치는 것도 아니다. 내용 줄이겠다는 취지를 받아들인다고 해도 이렇게 앞뒤가 안 맞게 줄이면 곤란하다.
그리고 나는 고등학교 교과과정 분량을 줄여 수포자를 줄이겠다는 발상이 방향을 잘못 잡았다고 생각한다. 기초 단계 이해가 불충분해서 심화되는 내용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보이는 것이지, 내용이 많아서 과부하 걸리는 것이 아니다. 지금껏 주로 고등학생 과외를 했다. 수업을 해 보면 절대다수의 학생이 중학교 단계에서 배우는 등식의 의미(간단히 말해 “같다”와 “같아야 한다”)와 추상화(수-문자-식)의 의미를 숙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 공사를 새로 하다 보면 사칙연산부터 다시 가르치게 된다. (그리고 성적이 당장 오르지 않자 학부모는 선생을 자르고 마는데…)
가령 중학교에서 배우는 실수의 상등조건(a=b⇔a-b=0) 내지 대소관계는 기초적이면서 매우 중요하다. 얼핏 보면 당연해 보이니 대충 넘어간다. 저렇게 정의하는 이유나 필요를 몰라도 문제를 어느 정도 풀 수 있다. 그러나 윗 단계에서는 한계가 드러난다. 이 글을 읽는 분들 대부분은 아마 저 조건이 다른 수학적 대상에 대해 어떻게 바뀌는지 익히는 것, 같다는 조건을 차가 0이라는 조건으로 변형하는 것이 자연스러웠을 테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생들은 그렇지 않고, 수가 식으로, 함수로 바뀔 때 매번 새로 암기한다. 이런 현상이 전 단원에 걸쳐 일어난다. 일일이 쓰자면… 여백이 모자라다. 당연히 학습 부진이 나타난다.
고등학교 때 나라고 다 알았을까. 그랬다면 이과에 갔을 거다(…) 과외를 오래 하고 수학공부도 계속하다 보니 과거에 무엇이 부족했었는지 깨닫는 것뿐이다. 이번 과외를 마치면 (자녀가 생긴다는 가정 하에) 적어도 10년은 관심 갖지 않겠지만, 8년간 지켜보니 교육과정은 점점 꼬이는 것 같다. 나보다 훨씬 수학공부 많이 한 분들이 만드실 텐데 이유가 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