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기, 14주차. [Thanksgiving Vacation & Black Friday]

– 이번 주는 추수감사절 연휴였다. 학교 달력의 공식 연휴는 수-금요일인데, 월요일 수업 2개가 모두 휴강해서 사실상 지난 주 목요일 이후 쭉 휴일인 것과 다름없었다. 문제는 화요일 미시 수업은 휴강하지 않았을뿐더러 대량의 숙제가 투하되었다는 것이다. 망했어요… 아무튼 덕분에 화요일 오후부터 쉬었지만, 잘 쉬었다. 이제 2주 동안 죽어라 달리는 것만 남았다.

– 블랙프라이데이를 빼놓을 수 없다. 차+보험료 때문에 뭘 지를 여유는 없었는데… 그 대신 8월에 프리오더한 reMarkable이 드디어 배송되었다. 여친느님께서 Sony MDR-1000X를 하사하셨고. 대신 여친느님과 동생느님 화장품 구매대행을 했다. 생각해 보니 아버지도 뭐 하나 사 드린다는 걸 깜빡했다. 역시 자식놈 키워봐야 아무 소용 없습니다. ㅉㅉ

– 연휴 동안 reMarkable 좀 만지고 8월에 산 LEGO 21309 Saturn V 조립도 마쳤다. (4개월 가까이 참은 나새끼 칭찬해…) reMarkable은 2-3일 써 본 결과 상당히 만족스럽다. 아직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필요한 부분도 보이지만 읽기/쓰기 성능 모두 기대 이상이다. 다만 나처럼 프리오더 할인을 받지 않는다면 가격 부담이 좀 있을 것 같다. 이건 별도로 리뷰를 쓸 예정. 겨울방학 때가 되겠지만.

– 수요일에는 동기들과, 금요일에는 Krannert 전체 코호트의 한국인 동기 + 경제학과 동기 몇몇과 간소하게 포틀럭 파티를 했다. 수요일에는 오리엔탈 소스 샐러드파스타를 해 가고 금요일에는 베이컨 크림소스파스타를 해 갔는데 수요일에는 대성공, 금요일에는 좀 망했다. 변명을 좀 하자면 요리 실력의 문제는 아니다. 수요일에는 면이 덜 부는 레시피로 가까운 장소에 들고 갔고, 금요일에는 면이 잘 부는 레시피로 상대적으로 먼 장소 + 라이드 해 주느라 루트 꼬여서 더 돌아간 곳에 들고 갔다. 말라붙은 파스타라니 ㅠㅠ… 사실 수요일엔 여자친구 말을 듣고, 금요일에는 내가 먹고 싶은 걸 만들었다. 역시 여친 말을 잘 들어야 한다. (???)

– 내일이면 중간고사 때 저지른 멍청한 실수의 대가를 보게 될 것이다. 미시는 시험 결과가 먼저 나왔는데 보너스 문제까지 전부 맞추어 100점 만점에 101.5점을 받았다. 이건 전적으로 시험이 쉬웠기 때문. (평균이 80점 정도라고 한다. 내 미시는 어디로 가는 걸까?) 다른 과목들이 걱정이다. 젠장..

– 그래도 연휴 동안 공부하려고 정해 둔 목표가 있었는데 70% 정도 했다. 미국 와서 가장 생산성 떨어지는 주였다.

– 문득문득 어머니가 보고 싶다. 마지막 6개월 동안의 기억이 무작위로 떠오르곤 한다. 이번 주에는 수원 외가에 머물던 당시 어머니를 에스코트해서 교회에 갔던 기억이 떠나지 않는다. 2주 연속 교회를 가지 못했다며 억지로 몸을 추스린 어머니는 가까운 감리교회 대신 결혼 전 다니던 교회를 택하셨다. 15분 좀 넘게 걸어 도착한 곳에 교회가 있긴 있었는데, 어머니가 기억하는 교회는 아니었다. [지금 찾아보니 그 교회는 2001년 영통으로 이전했다.]어쨌든 갔으니 들어갔는데, 느낌이 좋지 않았다. (난 들어갈 때부터 여러 모로 쎄했다.) 결국 정상적인 교회가 아니라는 판단을 내리고 예배 도중 나와 집으로 돌아갔다. 그 날이 어머니를 마지막으로 에스코트한 날이었다. 그 날의 기억, 상심한 어머니 모습이 계속 떠오른다. 한국에 가면 무엇보다 어머니 산소에 들를 예정.

Diagnosing the Italian Disease (NBER w23964)

Zingales가 이탈리아 경제 관련 워킹 페이퍼를 냈다.

Diagnosing the Italian Disease

We try to explain why Italy’s labor productivity stopped growing in the mid-1990s. We find no evidence that this slowdown is due to trade dynamics, Italy’s inefficient governmental apparatus, or excessively protective labor regulations. By contrast, the data suggest that Italy’s slowdown was more likely caused by the failure of its firms to take full advantage of the ICT revolution.

이탈리아 노동생산성은 90년대 중반 이후 20년간 답보 상태다. 이걸 흔히 “이탈리아병” 이라고 부르는데, 왜일까? 오늘의 NBER 워킹 페이퍼, Pellegrino and Zingales (2017)는 이 문제를 살펴본다. 논문(사실 저널 논문보다는 정책보고서에 가까워 보인다.)에 따르면…

지난 96년부터 06년까지, 이탈리아의 1인당 노동생산성은 연간 0.5% 성장하는데 그쳤다. 옆 나라 독일의 1.7%, 미국과 일본(!)의 2%에 크게 미달하는 수치였다. 세계 금융위기 이후 사태는 더 심각해졌다. 96년 이래 10년간 이탈리아에는 재정위기도, 심각한 정치적 불안 상황도 없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탈리아가 여타 선진국에 비해 제도적으로 뒤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제도적 요인을 들어 갑작스레 생산성 성장이 멈춘 이유를 설명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런 제도적 요인은 이탈리아가 유럽 평균을 훨씬 웃도는 경제성장을 이룩한 50-60년대에도 존재했다. 제도적 요인으로 이 문제를 설명하려면 적어도 “생산성 성장의 제도의존성”을 심화시킨 계기를 찾아내야 한다.

저자들은 네 가지 가설을 수립하여 차례로 검증한다. 네 가지 가설이란 다음과 같다. 1) 중국의 대두로 인한 수요충격 2) 이탈리아의 악명 높은 노동경직성 3) 90년대 이후 급전직하한 정부 수준(government quality) 4) 역시 90년대 중반 이후의 “정보통신기술 혁명(ICT revolution)” 대응 미비.

분석 결과 중국 제품 수입에 노출된 부문의 기업에서 생산성이 하락했다는 증거는 없었다. 놀랍게도 노동경직성이나 정부 수준 역시 생산성 성장 중단을 야기한 요인은 아니었다. 문제는 ICT다. 정확히 말해 ICT자본이 부족한 것은 아니며, 문제는 제대로 활용되고 있지 않다는 데 있다. 왜일까?

저자들은 이탈리아 기업의 인사제도가 능력주의와 거리가 멀다는 점을 이유로 든다. 이탈리아에서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보다는 조직에 충성하는 사람에게 보상이 돌아간다. 사법이 비효율적으로 집행되며 탈세·뇌물이 만연한 환경에서는 (조직 입장에서) 능력주의에 비해 이런 보상체계가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충성도를 기준으로 하는 인사시스템은 ICT 시대에 부적합하다. 생산성 정체 현상은 이에 따른 비효율성이 수치로 나타난 것이다. 한편 통념과 달리 CEO 평균연령이나 임시직 노동자 비율은 생산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한줄요약: 그러니까 족벌주의(familyism)와 정실주의(cronyism)가 문제라는 말이 되겠다. 내 표현이 아니다. 저자들이 이렇게 썼다.


ICT라는 단어가 들어가서 그런지 흔한 정책보고서 느낌이지만, 내용이 왠지 모르게 친숙해서 가져와 보았다. 노동경직성이 반드시 낮은 노동생산성을 유발하지는 않는다는 설명이 눈길을 끈다.
그림은 국가/기업의 능력주의 지수. 국가 단위(수직축)와 기업 단위(수평축) 수치가 양의 상관관계를 보이는 가운데 이탈리아는 당당히 둘 다 바닥을 치고 있다.

Diagnosing the Italian Disease (NBER w23964)

1학기, 13주차.

– 모듈 2 중간고사 끝났다. 미시는 그럭저럭 본 것 같고, 거시와 수리통계를 망쳤다. 둘 다 멍청한 실수를 ㅋㅋㅋㅋㅋㅋ 거시는 수천 번은 했을 FOC 연산을 하나 잘못 해서 꼬였고, 수리통계는 역시 수천 번 했을 치환적분을 하나 잘못 해서 틀렸다. 나새기 하.. 다음 주는 Thanksgiving 휴일로 쭉 쉰다. 화요일 미시 수업 하나만 들어가면 된다. 물론 숙제가 많다 ^^

– 모듈 2 들어와서 생산성이 바닥이다. 코스웍 내용이 지루해서 더욱 그렇다. 생각을 하기보다 기계적으로 문제만 푸는 것 같다. 박사과정까지 들어와서 누가누가 cookbook procedure 잘 적용하는지 contest하는 건 우습지 않은가? 부쩍 투덜거리는 나날이 늘었다. 여자친구가 어머님(문학 박사)께 이 얘기를 전했는데, “내가 경제학 유학을 해본 건 아니지만 걔가 원하는 수준으로 배우려면 예나 지금이나 탑텐은 가야 할 걸?” 이라고 하셨다고. 랭킹에 연연하지 않기로 했지만 씁쓸했다. 코스웍/퀄 시험 난이도가 반드시 랭킹과 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상관관계가 있긴 하다. 다음 학기에 ESL 없으면 상당히 널널할 것 같은데 남는 시간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 지 고민이다.

– 요새 내 최대 의문은 왜 1년차 미시 시퀀스에서 information economics에 시간을 할애하느냐이다. information econ 하면 너무 넓은 얘기고 대충 decision tree/value of information system 관련된 내용. 경영대 소속 프로그램이라 그런가 싶지만, 대충 하고 넘어간 일반균형을 더 다루는 게 낫지 않나 싶다. 게다가 숙제 문제들이 죄다 계산문제. 무슨 쎈수학이냐 ㅠㅠ

– 어쨌든 아직까진 성공적으로 학기 3/4 선을 지나는 중. TA도 많이 나아진 모양이다. 드디어 처음으로 TA 리뷰 세션 수강생에게 “Your explanation was great today. It’s really helpful to understand the model.” 이라는 말을 들었다. 이제 ESL 인증만 통과하면 된다 ㅠㅠ

– 어제 인디애나폴리스에 다녀왔다. 처음으로 미국 고속도로를 탔는데, 노면 상태가 최악이었다. 이 정도면 솔직히 인프라 투자 좀 해야 한다. 아무튼 톨게이트와 톨비가 없어서 놀랐고, 커다란 트럭/트레일러가 정말 많아서 또 놀랐다.

– 아무튼 인디폴에서 만난 교수님과 얘기하면서 또 살벌한 얘기를 들었다. 같이 유학 준비했던 사람 중 4명이 위스콘신에 갔다고 한다. ( 이분은 MSU) 그 중 두 명이 퀄 떨어지고 PSU로 옮겼는데, 또 퀄 떨어져서 결국 PSU 농경제 학위를 했다고 한다. 하고많은 학교 중에 그 악명 높은 위스콘신-PSU 조합이니 극단적인 케이스에 속하겠지만 아무튼 살벌한 이야기. 다행히 퍼듀는 적게 뽑아 다 데려가는 분위기다. 요새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그렇게 굴러가고 있기도 하고.

– 아, 교수님이 미시 전공이셔서 미시 시퀀스에 대한 불만을 좀 얘기했더니 요새 추세가 점점 그렇게 되고 있다고 하셨다. 대충 얘기했더니 평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 같다고. (내가 참조한 자료가 전부 탑스쿨 교수들 강의자료긴 했다.) 하지만 info econ은 교수님도 갸웃하셨다. 흠…

– 현재 대학원생 사이에서는 트럼프-공화당 세제개편안이 최대 이슈다. 요약하면 학비 면제분을 소득으로 산정하여 과세하겠다는 소리. 과세액과 과세구간이 둘 다 확 뛰게 된다. 대학원생을 살… 다음은 이 이슈에 관련된 phdcomics 만화.

 

1학기, 13주차.
출처: phdcomics.com

1학기, 12주차.

– 어떻게 12주차까지 흘러왔는지, 시간이 빠르다. 이번 학기 일기를 1주차부터 넘겨 보았는데 이게 벌써 이렇게 오래된 일인가 싶다.

– 처음에는 생활하는 이야기도 적고 싶었는데, 생활이란 게 딱히 없다. 한인 커뮤니티는 상당히 큰 편이지만 내가 전혀 참여하지 않고 있다. 굳이 그래야 하나 싶기도 하고. 한국에 있는 여자친구와도 아직 잘 버티고 있고, 나는 그리 많은 사회적 관계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동기들이랑 잘 지내는 것으로 충분하다. 아, 그래도 Thanksgiving 때 친구들과 파티를 하기로 했다.

– 유튜브의 클래식 공연실황 감상에 취미를 붙이고 있다. 내 음악적 소양이란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음악사 쪽지식이 전부라, 뭘 알고 듣는다고 볼 순 없고… 아무튼 피아노 협주곡 위주로 듣고 있다. 이번 주에는 줄곧 이 연주를 들었다. 박사과정 하면서 영화나 음악 중 하나를 골라서 파 봐야겠다는 생각도 한다.

– 미시 2 중간고사가 끝났고, 다음 주에는 거시 2 중간고사와 확률통계 중간고사가 있다. 아직까지 공부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 문제가 없어서 문제다.

– 배우는 입장에서 말을 아끼고 싶지만, 적어도 이번 모듈까지는 코스웍이 너무 널널하다. 일단은 Math Camp가 없어서 기초 수학과 통계를 정규과목으로 수강하기 때문이다. 박사과정 들어와서 Hogg & Craig 앞부분 수업을 듣고 있는 심정이란. 이번 주에야 이변량분포를 시작했다. ㅋㅋㅋㅋㅋㅋ 그런데 또 시험은 시험이고 내가 수리통계학을 들은 게 벌써 3, 5년 전이니 (각각 대학원, 학부) 문제풀이 감각은 챙겨가야 한다. 공부는 해야 하는데, 옛날에도 숱하게 풀었던 문제들이니, 지루할 수밖에… 다시 공부하지 않아도 되면 좋겠는데 슬프게도 머리가 나빠서 문제를 풀려면 다시 좀 보긴 해야 한다.

– 확률통계는 그렇다 치고, 진짜 문제는 미시다. 왜 온통 application 위주로 수업하는 건지 모르겠다. 이게 학부 수업도 아니고.  존재증명은 그냥 슬라이드 슥슥 넘기고 끝내기 일쑤. 이제 일반균형 파트가 끝났는데 Debreu-Sonnenschein-Mantel Theorem을 아예 언급도 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Mas-Colell 기준 15-16장만 했다는 이야기. 아니 무슨 MRS MRT 비교하다가 일반균형이 끝납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 얼굴에 침 뱉기지만… 심각한 얘기다. 다음 파트로 넘어갈 때 진심으로 울적했다. 프로그램의 방향은 진작에 알고 있었고, 이 프로그램이 미시이론가를 배출하는 곳은 아니라는 의지를 표명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적어도 코스웍에서 다루어야 하는 깊이란 게 어느 정도 합의가 되어 있지 않나? 다른 학교 수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강의노트가 돌아다니니까 대충은 짐작할 수 있다.  ㅠㅠ ㅠㅠ.. 문제는 이분이 남은 미시 시퀀스를 전부 담당한다는 것이다. 미시 1 교수가 그립다. 그런데 이 수업도 시험은 시험대로 봐야 하니 답답한 노릇이다. 사실 애시당초 1년차 대학원생이 뭘 자기 맘대로 공부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아니, 그런 생각을 하는 게 어불성설.

– 거시는 그냥저냥. Ljungqvist and Sargent 따라가고 있다. 이것도 진도가 빠르다고 보긴 어렵다. 많이 배우는게 대수냐… 하겠지만… 글쎄……. 지난 모듈 거시 교수 – 그러니까 테뉴어를 못 받은 ㅜㅜ – 가 훨씬 괜찮았다. 연구실적은 이분이 낫지만. 지난 주인가 AER 하나 게재확정되었다고 한다.

– 우연히 Penn 이상목 교수님이 박사과정 때 JPE에 게재한 페이퍼를 보았다. 단독 저자는 아니지만 그게 대수인가? 저 논문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지식은 대학원 미시 첫 시퀀스가 전부다. 와 와… 후… 비교할 생각은 없다. 어차피 누구나 자기 길을 걷게 되어 있다. 무엇을 목표로 해야 할지 생각할 뿐이다.

– … 보통의 경우는 이런 잡상을 코스웍에 치여서 못 한다고 생각한다. 휴우… 1년차 생활의 지상목표는 퀄 통과다. 당분간 그것만 생각하자. 어쨌든 한국에 가면 상담을 좀 받아봐야겠다. 예상되는 답이야 있지만, 답답한 마음을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다.

 

1학기, 11주차.

– 모듈 2 진행 중. 5주 내에 6개의 시험을 본다. 이거 좀 이상한데…ㅠㅠ

– 이번 모듈은 지난번에 비해 로드가 적은 편이다. 저번에 썼듯 확률통계가 학부 수리통계학 수준이라서… 경제수학 때도 줄곧 하던 생각이지만 Math Camp를 하고 코스웍을 좀더 빡세게 가져가면 좋을 텐데. 경영대 소속이니 어쩔 수 없다.

– 코스웍으로 갈려야 딴 생각을 안 할 텐데 좀 널널하다고 별 생각이 다 든다. 뭔가 머릿속에 집어넣고는 있지만 깊어지지 않는 기분이라서… 시험이나 숙제를 해치우는 건 별문제다. 흔히들 한국인의 한계라고 말하는 게 뭔지 알 것 같다. 한편으론 그냥 내가 머리가 나쁜 건가 싶고.

– 미시 2 수업 만족도가 매우 낮다. 미시 1 교수는 계속 생각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 분은 매우 mechanical하다. ㅠㅠ… 생각하게 해주세요… 근데 또 시험 보려면 맞춰서 공부해야 하고… 뭐.. 까라면 까는 거지…ㅠㅠ

– 거시 1 교수가 테뉴어를 받지 못해서 내년에 떠난다고 한다. Penn 박사 받고 포닥 생활 잠시 한 뒤 퍼듀가 이 첫 부임지였던 사람이라… 이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당연히 본인도 모르고. 참 나이스하고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려고 해서 다들 그를 좋아했었는데.. 많이들 아쉬워한다. 한편으로는 아카데미아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을 체감하며 미래를 고민하기도 한다. 한편 학교에서는 거시 라인을 보강하려 빅네임을 영입할 계획이라고 한다. 써 놓고 보니 좀 슬픈 얘기. 그런데 왜 굳이 거시인지 모르겠다. 기존의 노동-실험 라인이나, 아예 Hummels가 홀로 버티고 있는 국제경제 라인을 키우는 것이 낫지 않나? 지금부터 거시에 투자한다고 해서 뭐가 나올지…

– 18일에 인디애나폴리스에 방문하기로 했다. 미국에서 처음으로 고속도로 나가는 것. 벌써 떨린다.

– 아무튼 시간 참 빠르다. 이렇게 조금 더 시험 당하다 보면 퀄이 찾아오겠지.

Erik Dietrich, (translated by Jiwon Yeom) “Expert Beginner” 시리즈

이건 개발자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시리즈 번역본 링크 (Medium 페이지):

1편: 더 이상 배우려 하지 않는 개발자 : Expert Beginner의 등장

Dunning-Kruger 법칙에도 불구하고, 나는 스스로의 성장이 꽤 빨랐던 점을 감안하여 내가 볼링에 꽤 재능이 있다고 결론내렸을 수 있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내가 볼링 스킬의 정점에 올랐다고 꽤 합리적으로 (혹은 꽤 오만하게) 결론내렸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주변에는 나보다 잘 하는 사람이 없으니까, 분명 내가 어떤 경지에 오른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성장을 위해서는 스스로가 아직 배울 것이 많고, 아직 목표에 도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지해야 하므로 Expert Beginner는 더 이상 어떠한 진전도 이룰 수 없다. Expert Beginner 는 Advanced Beginner의 조금 더 위, 그렇지만 Competence보다는 조금 더 낮은 단계에 위치한다. 이것은 본인의 현 상태의 모순에 대해서 인지할 정도의 능력은 없지만, 반대로 Beginner로서 굉장히 많은 ‘연습’을 했으므로 Advanced Beginner보다는 조금 더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2편: 소프트웨어 집단의 부패:Expert Beginner의 유산

Advanced Beginner라는 용어는 초심자들 중에서도 조금 더 성숙한 수준에 있다 라고 이해할 수 있는 반면, Expert Beginner는 단어 뜻 그대로의 의미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고의적으로 아이러니함을 담아 만들어낸 용어이다. 실제로 초심자로서의 연습을 많이 했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는 말 그대로 전문가(expert)이지만, 보통 expert라는 말은 진심으로 스스로가 전문가라고 생각해서 사용하거나, 혹은 그 사람보다 지식이 부족한 매니저나 주변 동료들이 불러주는 명칭이기 때문이다.

Expert Beginner의 덫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제일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의 들뜬 감정을 믿지 않는 것이다. 자신이 한 것에 대해서 적절한 자신감을 가지되, 이성적인 주장 혹은 증거 없이 자신의 학습이 완성 되었다거나, 나는 직급이나 연차가 이 정도 되었으니 질문을 받을 필요가 없다거나 하는 식의 생각을 지양해야 한다. 건강한 겸손함과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한 노력을 겸비하고, 객관적 수치들을 주관적인 고려사항들보다 우선순위에 둔다면 Expert Beginner로부터 충분히 거리를 둘 수 있을 것이다.

 

이후는 미번역.

3편: How Stagnation is Justified: Language of the Expert Beginner [어떻게 정체가 정당화되는가: Expert Beginner의 언어]

4편: Up or Not: Ambition of the Expert Beginner [성장할 것인가, 말 것인가: Expert Beginner의 야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