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ter Break

– 방학의 시간은 너무나 빠르게 지나간다. 한 게 없는데;;

– 공식 학기 평가를 받았다. 특별한 말은 없다.

Twice each year the Economics Policy Committee reviews the performance of Economics Ph.D. students. Congratulations on your fine performance in coursework last semester. The Economics Policy Committee is pleased with your effort and the promise you show in the program. We wish you continued success.

– 지난 학기 복습을 좀 해야 하는데 손에 안 잡힌다.

– 연말은 한국에서 보낼 예정. 겸사겸사 잠깐 들어갔다 온다. 항공권 값이 아깝긴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방학 자체가 짧은걸.

1학기, 16주차. 종강.

오늘 미시 시험을 끝으로 첫 학기가 끝났다. 간단히 치맥 하고 남겨 본다.

#. 어쨌든 지금까지는 무난하게 가고 있다. 클래스 탑을 놓치지 않고 있으며 교수 한 명은 간단한 리서치 관련 일을 제안하기도 했다. ESL 인증도 획득해서 다음 학기에는 시간을 보다 유연하게 쓸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6개월 후 퀄 실화…?

#. 책상/의자 거래 건으로 고생 좀 했다. 페이스북엔 좀 자세히 썼는데… 결국 책상은 다른 사람에게 사고, 의자는 이 사람에게 그대로 사는 것으로 끝났다. 처음 생각했던 대로 45불에 끊었으니 만족스러운 결과.

#. 리서치 생각을 조금씩 하고 있다. Experimental-Labor 가능성이 가장 높고, IO는 잘 모르겠다. 현재 Dean으로 있는 국제경제학 교수님(offshoring 쪽 많이 하심)은 최근 제자를 안 받으신다고 하여 안 그래도 좁은 선택지가 더 좁아졌다. 휴… 절반 정도는 그 분 보고 퍼듀 쓴 건데, 이렇게 되면 좀 골치가 아프다. ㅎ…

#. 실험경제학 external validity 관련 논문을 좀 읽어 볼 생각이다. 내가 실험을 할 지 말지 고민하는 이유 중 가장 큰 문제가 저것. Deaton-Cartwright 페이퍼에서 시작하면 괜찮지 않을까 한다.

#. 苦 신해철 <민물장어의 꿈>을 계속 듣는다. 가사 한 줄 한 줄이 그렇게 와 닿을 수가 없다. 이거 완전히 박사 유학생을 위한 노래 아닌가? “한 번만이라도 이를 수 있다면”의 심정으로 이 곳에 왔으니.

두고온 고향 보고픈 얼굴
따뜻한 저녁과 웃음소리
고갤 흔들어 지워버리며 소리를 듣네
나를 부르는 쉬지 말고 가라하는
저 강물이 모여드는 곳
성난 파도 아래 깊이
한 번만이라도 이를수 있다면
나 언젠가
심장이 터질 때까지
흐느껴울고 웃다가 긴 여행을 끝내리
미련 없이

하현우가 부른 버전을 링크해 둔다.

1학기, 15주차.

시험 두 개가 전범위인 관계로 정신이 없다. ㅠ

– 미시 1 교수가 페이퍼 리뷰를 제안해 왔다. Econometrica R&R 상태인데 그의 말에 따르면 “almost accepted”라고 한다. 정식 RA 업무는 아니고 겨울방학 동안 해당 페이퍼의 로직과 증명을 리뷰하는 프로젝트성 RA다. 하기로 했다. acknowledgement로 이름이라도 넣어주지 않겠어? (…) 아마 증명은 전부 부록에 들어갈 거다. 부록까지 다 읽어 본 이코노메트리카 페이퍼가 몇 개나 되던가… (먼 산) 아무튼 그래도 최소한의 인정은 받은 듯해 기분이 좋다. 읽다가 후속연구 아이디어라도 뽑아내면 베스트일 테지만 일단 시키는 일부터 잘 하자.

– 저것 외에는 별 일 없다. 책상/의자를 사려고 graduate sale 기간을 노리고 있다가 오늘 의자를 사 왔다. 책상/의자를 묶어서 사기로 한 딜이었는데 책상이 차에 안 들어가서 일단 의자만 들고 왔다. 책상은 내일 다시 가서 분해한 뒤 가져올 예정. 분명히 분해된댔는데, “도구가 있으면” 분해된다는 얘기였다. ;;;

– 이제 한 학기 뒤에는 퀄을 본다. 시간 너무 빠르다. ;; 시험 다 끝내고 어서 리뷰 계획을 세워야겠다. 모듈 1 리뷰를 미리 할 생각이었는데 하나도 못 했다. 다음 학기에 ESL 끝나면 좀 할 만 하겠지. 다음 주 화요일에 ESL 인증 여부가 결정된다. 강사는 걱정 말랬는데 어찌 될지 모르겠다.

– 페이스북에서 노동경제 관련 얘기를 하다가 “그건 정책연구에 가까워서 적어도 학위논문으로 삼기에는 (지도교수에 따라) 어려울 수도 있다”는 얘기를 했는데 그렇지 않다는 대답을 들었다. 음… 그런가? 사실 석사논문 쓸 때 생각이 나서 한 이야기였다. 그냥 내 지도교수님이 까다로우셨거나 내 프로포절이 불쉿이었거나 둘 중 하나일 거다. 아니면 둘 다거나… 주제 3번 엎고 네 번째 주제로 썼었는데, 엎어질 때마다 들은 얘기가 “좀 아카데믹한 주제를 가져와라.”, “야 벌써 이런 거 하려고 하면 안돼. 유학갈 거잖아. 좀 학술적인 걸로 하자.” 등등… 졸업했으면 됐지! 암! ㅠㅠ 아무튼 그 분 잘 되시길.

How to survive your first year of graduate school in economics (Matthew Pearson)

원문 링크

Greg Mankiw의 대학원 생활에 관한 조언 링크 모음에서 가져왔다. 저자는 UC Davis에서 박사를 하고, 현재 인더스트리에서 일하고 있다. Games and Economic Behavior, Experimental Economics에 논문을 실었는데도 아카데미아를 떠난 것이 흥미롭다.

지금 내게 필요한 대목 몇을 옮긴다.


Hating the material with an intensity becomes par for the course rather early on. No matter what you like about economics, I can guarantee that you will spend a fair bit of time your first year studying material that you do not like. Statements like, “this is not what I came here to study,” or, “this is not why I like economics,” or even, “this stuff is not economics at all,” are heard from time to time. However, like almost any profession, learning the fundamentals is the least glamorous part, but it is indispensable. This year you will be learning the tools that every economist needs. It is rarely glamorous or fun, but once you have learned them, you will move on next year to things that you will find far more interesting, moving quickly ever closer to the particular research questions that inspire you.

(난 지금 더 fundamental하게 들어가야 생각해서 짜증낸다는 점에서 다르긴 하다.)

 

Develop your intuition

I cannot stress this enough. As I mentioned above about studying for understanding and not merely memorizing, you must believe that the intuition is there and that the material will seem much, much easier once you have grasped it. As you study for prelims in the spring, you will begin to realize, if you have not already, that your first micro course was really just a handful of concepts applied in different ways. You will begin to understand things that you thought you understood in the fall (trust me, in most cases, you didn’t). The earlier you grasp this intuition, the better. The type of exams that you will be subjected to require a level of understanding that was probably never required of you as an undergrad. When you aim for this kind of understanding, however, things become so much clearer (one way to develop your intuition is to study your assigned micro topics in Hal Varian’s intermediate microeconomics textbook2).

Often the barrier to true understanding is the nagging sense that you have SO MUCH to study, so you really must move on to the next topic. However, grazing over lots of material gathering cursory familiarity can be, at best, far less productive than studying one thing until you really understand it and do not need to depend on memorized content, and at worst it can be time completely wasted. You will be surprised how adept you and your colleagues will become at convincing yourself that you understand something that you really do not. Repetition can do that to you, because it used to be sufficient for understanding when you were learning less challenging material, but this is no longer the case.

 

한줄요약: Don’t be an expert beginner.

1학기, 14주차. [Thanksgiving Vacation & Black Friday]

– 이번 주는 추수감사절 연휴였다. 학교 달력의 공식 연휴는 수-금요일인데, 월요일 수업 2개가 모두 휴강해서 사실상 지난 주 목요일 이후 쭉 휴일인 것과 다름없었다. 문제는 화요일 미시 수업은 휴강하지 않았을뿐더러 대량의 숙제가 투하되었다는 것이다. 망했어요… 아무튼 덕분에 화요일 오후부터 쉬었지만, 잘 쉬었다. 이제 2주 동안 죽어라 달리는 것만 남았다.

– 블랙프라이데이를 빼놓을 수 없다. 차+보험료 때문에 뭘 지를 여유는 없었는데… 그 대신 8월에 프리오더한 reMarkable이 드디어 배송되었다. 여친느님께서 Sony MDR-1000X를 하사하셨고. 대신 여친느님과 동생느님 화장품 구매대행을 했다. 생각해 보니 아버지도 뭐 하나 사 드린다는 걸 깜빡했다. 역시 자식놈 키워봐야 아무 소용 없습니다. ㅉㅉ

– 연휴 동안 reMarkable 좀 만지고 8월에 산 LEGO 21309 Saturn V 조립도 마쳤다. (4개월 가까이 참은 나새끼 칭찬해…) reMarkable은 2-3일 써 본 결과 상당히 만족스럽다. 아직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필요한 부분도 보이지만 읽기/쓰기 성능 모두 기대 이상이다. 다만 나처럼 프리오더 할인을 받지 않는다면 가격 부담이 좀 있을 것 같다. 이건 별도로 리뷰를 쓸 예정. 겨울방학 때가 되겠지만.

– 수요일에는 동기들과, 금요일에는 Krannert 전체 코호트의 한국인 동기 + 경제학과 동기 몇몇과 간소하게 포틀럭 파티를 했다. 수요일에는 오리엔탈 소스 샐러드파스타를 해 가고 금요일에는 베이컨 크림소스파스타를 해 갔는데 수요일에는 대성공, 금요일에는 좀 망했다. 변명을 좀 하자면 요리 실력의 문제는 아니다. 수요일에는 면이 덜 부는 레시피로 가까운 장소에 들고 갔고, 금요일에는 면이 잘 부는 레시피로 상대적으로 먼 장소 + 라이드 해 주느라 루트 꼬여서 더 돌아간 곳에 들고 갔다. 말라붙은 파스타라니 ㅠㅠ… 사실 수요일엔 여자친구 말을 듣고, 금요일에는 내가 먹고 싶은 걸 만들었다. 역시 여친 말을 잘 들어야 한다. (???)

– 내일이면 중간고사 때 저지른 멍청한 실수의 대가를 보게 될 것이다. 미시는 시험 결과가 먼저 나왔는데 보너스 문제까지 전부 맞추어 100점 만점에 101.5점을 받았다. 이건 전적으로 시험이 쉬웠기 때문. (평균이 80점 정도라고 한다. 내 미시는 어디로 가는 걸까?) 다른 과목들이 걱정이다. 젠장..

– 그래도 연휴 동안 공부하려고 정해 둔 목표가 있었는데 70% 정도 했다. 미국 와서 가장 생산성 떨어지는 주였다.

– 문득문득 어머니가 보고 싶다. 마지막 6개월 동안의 기억이 무작위로 떠오르곤 한다. 이번 주에는 수원 외가에 머물던 당시 어머니를 에스코트해서 교회에 갔던 기억이 떠나지 않는다. 2주 연속 교회를 가지 못했다며 억지로 몸을 추스린 어머니는 가까운 감리교회 대신 결혼 전 다니던 교회를 택하셨다. 15분 좀 넘게 걸어 도착한 곳에 교회가 있긴 있었는데, 어머니가 기억하는 교회는 아니었다. [지금 찾아보니 그 교회는 2001년 영통으로 이전했다.]어쨌든 갔으니 들어갔는데, 느낌이 좋지 않았다. (난 들어갈 때부터 여러 모로 쎄했다.) 결국 정상적인 교회가 아니라는 판단을 내리고 예배 도중 나와 집으로 돌아갔다. 그 날이 어머니를 마지막으로 에스코트한 날이었다. 그 날의 기억, 상심한 어머니 모습이 계속 떠오른다. 한국에 가면 무엇보다 어머니 산소에 들를 예정.

Diagnosing the Italian Disease (NBER w23964)

Zingales가 이탈리아 경제 관련 워킹 페이퍼를 냈다.

Diagnosing the Italian Disease

We try to explain why Italy’s labor productivity stopped growing in the mid-1990s. We find no evidence that this slowdown is due to trade dynamics, Italy’s inefficient governmental apparatus, or excessively protective labor regulations. By contrast, the data suggest that Italy’s slowdown was more likely caused by the failure of its firms to take full advantage of the ICT revolution.

이탈리아 노동생산성은 90년대 중반 이후 20년간 답보 상태다. 이걸 흔히 “이탈리아병” 이라고 부르는데, 왜일까? 오늘의 NBER 워킹 페이퍼, Pellegrino and Zingales (2017)는 이 문제를 살펴본다. 논문(사실 저널 논문보다는 정책보고서에 가까워 보인다.)에 따르면…

지난 96년부터 06년까지, 이탈리아의 1인당 노동생산성은 연간 0.5% 성장하는데 그쳤다. 옆 나라 독일의 1.7%, 미국과 일본(!)의 2%에 크게 미달하는 수치였다. 세계 금융위기 이후 사태는 더 심각해졌다. 96년 이래 10년간 이탈리아에는 재정위기도, 심각한 정치적 불안 상황도 없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탈리아가 여타 선진국에 비해 제도적으로 뒤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제도적 요인을 들어 갑작스레 생산성 성장이 멈춘 이유를 설명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런 제도적 요인은 이탈리아가 유럽 평균을 훨씬 웃도는 경제성장을 이룩한 50-60년대에도 존재했다. 제도적 요인으로 이 문제를 설명하려면 적어도 “생산성 성장의 제도의존성”을 심화시킨 계기를 찾아내야 한다.

저자들은 네 가지 가설을 수립하여 차례로 검증한다. 네 가지 가설이란 다음과 같다. 1) 중국의 대두로 인한 수요충격 2) 이탈리아의 악명 높은 노동경직성 3) 90년대 이후 급전직하한 정부 수준(government quality) 4) 역시 90년대 중반 이후의 “정보통신기술 혁명(ICT revolution)” 대응 미비.

분석 결과 중국 제품 수입에 노출된 부문의 기업에서 생산성이 하락했다는 증거는 없었다. 놀랍게도 노동경직성이나 정부 수준 역시 생산성 성장 중단을 야기한 요인은 아니었다. 문제는 ICT다. 정확히 말해 ICT자본이 부족한 것은 아니며, 문제는 제대로 활용되고 있지 않다는 데 있다. 왜일까?

저자들은 이탈리아 기업의 인사제도가 능력주의와 거리가 멀다는 점을 이유로 든다. 이탈리아에서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보다는 조직에 충성하는 사람에게 보상이 돌아간다. 사법이 비효율적으로 집행되며 탈세·뇌물이 만연한 환경에서는 (조직 입장에서) 능력주의에 비해 이런 보상체계가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충성도를 기준으로 하는 인사시스템은 ICT 시대에 부적합하다. 생산성 정체 현상은 이에 따른 비효율성이 수치로 나타난 것이다. 한편 통념과 달리 CEO 평균연령이나 임시직 노동자 비율은 생산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한줄요약: 그러니까 족벌주의(familyism)와 정실주의(cronyism)가 문제라는 말이 되겠다. 내 표현이 아니다. 저자들이 이렇게 썼다.


ICT라는 단어가 들어가서 그런지 흔한 정책보고서 느낌이지만, 내용이 왠지 모르게 친숙해서 가져와 보았다. 노동경직성이 반드시 낮은 노동생산성을 유발하지는 않는다는 설명이 눈길을 끈다.
그림은 국가/기업의 능력주의 지수. 국가 단위(수직축)와 기업 단위(수평축) 수치가 양의 상관관계를 보이는 가운데 이탈리아는 당당히 둘 다 바닥을 치고 있다.

Diagnosing the Italian Disease (NBER w239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