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마트 영업규제의 경제적 효과

국내 대형마트 영업규제의 경제적 효과는 산업조직과 노동경제 측면에서 모두 연구된 바 있다. (노동시장 연구는 보완이 필요해 보이지만)

한줄요약: 제발 하지 말자.

 

1. 산업조직: 정진욱 & 최윤정 (2013), “대형소매점 영업제한의 경제적 효과”, 2013 경제학공동학술대회 발표논문.

“대형마트에 대한 월 2회 강제휴무 규제는 월평균 총 2,307억원의 소비감소를 유발하는데, 그 중 448억원 내지 515억원 정도는 재래시장이나 소형슈퍼마켓으로 전환되지만, 나머지 월평균 1,811억원 내지 1,859억원은 백화점 등 대형업체로 전환되거나 구매 포기로 이어진다. 유통시장에서의 순 소비감소분은 사회후생의 감소를 유발하는 요인이 된다.

영업제한으로 인한 소비자의 거래비용/기회비용 증가율을 5%로 가정하면 소비자 후생의 감소는 월평균 1,907억원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소비의 감소는 납품업체의 매출감소와 대형소매점의 단위비용의 증가로 인한 유통효율성의 저해, 그리고 더 나아가 세수의 감소도 초래한다.

월 2회 의무 휴무제 실시로 인해 법인세/소득세 부문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순 세수감소분은 (..) 월평균 약 24억 5만 원이다. (..) 월 2회 영업규제로 인하여(…) 전체적으로는 월평균 41억 5 만원 (=46억 6천만원 – 5.2억 원)의 부가가치세액이 감소함을 보인다.

다시 말하면, 대형마트 영업제한은 월평균 448억원(19.4%) 내지 515억원(22.3%)의 영세상인 보호효과를 위하여 월평균 2,307억원의 소비감소 및 그에 따른 사회후생감소를 유발하는 정책으로, 소비자에게 미치는 불편함 등의 다른 사회적 비용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매우 비효율적인 정책인 것이다.”

국내 대형마트 영업규제의 경제적 효과

2. 노동경제: 한국노동연구원 (2015), “대형유통업체 영업시간 규제 고용영향평가 연구”.

“대형유통업체의 시장 진입은 소매업의 현대화와 골목상권의 제품 차별화 등을 유도하고, 전반적인 소매업 시장을 확대시키는 경향이 있으나 경기 불황 또는 규제 등으로 인하여 지역 시장의 위축이 일부 나타날 수 있음.

수도권을 대상으로 하는 시계열에 따른 고용증가 추이를 분석함으로써 소매업에서 2013년의 고용증가량이 상당 부분 위축되고 있음을 알 수 있음. 특히 고용증가량의 위축은 평균적으로 대형마트가 밀집해 있을 가능성이 높은 지역 시장을 중심으로 두드러지게 나타남.

종합적으로 규제 이후 2013년의 고용증가 둔화 요인이 대형마트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영업규제의 영향이 단기적으로는 고용시장의 위축에 기여하는 것으로 보이나, 직접적인 고용량의 감소로 기여하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남.”


그렇습니다. 경제학 몰라도 초록은 읽을 수 있지 않습니까. 할많하않. ^^

우석훈 인터뷰 비판

우석훈 씨가 육아 관련 책 발간 기념 인터뷰를 했다. 그 짧은 인터뷰에도 오류가 너무 많아서 짚고 넘어가 볼까 한다.

기사를 차근차근 살펴보겠다. 기사 원문은 여기서 볼 수 있다.


『88만원 세대』의 저자인 경제학자 우석훈(49)씨가 육아기를 펴냈다. 다섯 살, 세 살 두 아들을 키우며 몸으로 체득한 육아의 세계를 경제학자의 ‘촉’으로 짚은 『오늘 한 푼 벌면 내일 두 푼 나가고』(다산4.0)다. 6일 만난 우씨는 “한국에서 아이 키우는 일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육아의 모든 책임을 엄마에게 뒤집어 씌운다. 육아 부담을 개인이 짊어지는 데 한계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의 가사분담률이 OECD 최저 수준이라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15년 전에 비하면 훨씬 나아졌다. 자료를 보자. 남성들은 과거에 비해 가사분담을 더 하고 있다. 참고로 이 설문조사는 부인들에게 물어본 결과다.

우석훈 인터뷰 비판

가사를 “부인이 전적으로 책임”진다는 응답은 전 연령대에서 감소하여 평균 약 10%p 감소, “부인이 주로, 남편도 분담”은 거의 유사, “가사를 공평하게 분담”은 전 연령 평균 약 10%p 증가했다. 코호트별로도 같은 변화가 일어났다. 육아 외의 가사활동만 분담하는 것은 아니냐고? 자세한 자료는 없으나 여전히 “저녁이 없는 삶”이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인식 개선만으로 이 정도 나아진 것도 극적이라고 해석하는 편이 합리적이다.

육아연령대인 30-39세 여성 고용률이 15년 전에 비해 크게 달라지지 않은 반면 20-29세 여성 고용률은 급상승했다. 이 사실은 무엇을 말하는가? 과거 여성들은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상태에서 출산과 육아를 했다. 그러니 애당초 “일-가정 양립”이 필요 없었다. 지금은 일자리를 포기해야 한다. 커리어와 가정을 모두 잡아야 하는 환경이 되자 육아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는 것이다. 육아 자체가 어려워졌다는 표현에는 어폐가 있다.

세상은 하루아침에 변하지 않는다. 경제학이 “우울한 과학”이라고 불린대도, 무턱대고 세상이 좋아지지 않는다며 종말 대예언을 거듭하는 샤머니즘과는 매우 다르다.

 

Q : 저출산이 심각한 사회 문제다.

A : “순전히 경제적 시각으로 보자면 현재 한국의 부모들은 진짜 아이를 많이 낳고 있다. 육아 비용과 주거 비용 등을 고려할 때 합계출산율이 ‘1’ 이상(2015년 1.24명)이라는 게 놀랍다. 앞으로 더 줄어들어 ‘0.8’‘0.9’로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

우석훈 씨는 합계출산율이 생각보다 높다고 한다. 무엇보다 높다는 것인가? 비교하려면 기준이 필요하다. 육아 비용과 주거 비용을 고려한 기준합계출산율(benchmark fertility rates)라도 산출했다는 말인가?

Lee, Mason and et al. (Science, 2014)에 따르면, 한국에서 생활수준을 최적으로 하는 합계출산율은 1.25-1.55 사이고 2010-2014년 한국의 평균합계출산율은 1.23이다. 최적에 가깝다. 애초에 질문이 잘못되었던 것이다. 저출산이 반드시 문제인가? 학자라면 여기서 출발해야 한다. (최적에 “가깝다”는 표현에는 통계적 검증이 필요하다. 0.02가 작은 차이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최적 범위가 1.25-1.55니까 0.02는 작은 숫자가 아닐까 한다. 이 내용은 권남훈 교수님 블로그를 참조했다. 일독을 추천.)

그리고 2000년 이후 합계출산율 추이는 대단히 안정적이다. 줄어든다는 말에는 근거가 필요하다.

 

Q : 정부의 저출산 대책이 효과가 없다는 말인가. 지난해 관련 예산만 해도 21조원이 넘는다.

A : “한국의 육아 정책은 셋째 아이부터 파격적인 혜택을 준다. 전형적인 모양내기 정책이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가장 안정적인 방법은 첫아이를 낳는 데 정책 목표를 맞추는 것이다. 그러려면 ‘결혼하기 좋은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정규직 비율을 높이고, 임대주택을 확대해 주거비용을 낮추는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

엄밀히 말해 육아보조정책과 출산제고정책은 다르다. 육아보조에 초점을 맞추면 다자녀 가정 보조 비중을 높이고, 출산제고를 하려면 우석훈 박사 말대로 첫 출산 문턱을 낮추는 것이 맞다. 두 정책 중 무엇을 우선해야 하는가? 이를 논하려면 위에서 말했듯 한국이 정책적으로 출산율을 높여야 하느냐부터 따져야 한다. 위에서 이야기했으니 넘어간다.

어쨌든 여러 가지 의미에서 첫 출산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그런데 거기서 결혼 이야기가 바로 나오는 건 조금 이상하다. 우석훈 박사는 프랑스에서 공부했다. 유럽 국가들의 출산율 반등에 크게 기여한 요인이 무엇인가? 여럿 있겠으나 혼외출산자 지원제도 정비가 한몫 했다. 혼외라고 하면 불륜을 연상할 수 있으나, 법적 부부가 아니라도 출산육아정책 수혜대상이 될 수 있도록 완화한 것이다. 이런 정책을 시행할 경우 비혼·1인 가정 증가와 출산율 감소의 연관성이 약해진다. 왜 이런 얘기는 안 했을까?

한국은 혼외출산 비율이 매우 낮은 국가라서 얘기가 다르다는 반론이 나올 수 있겠다. 당장 근거는 없으나 나는 제도가 이 현상의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어떤 형태이건 가족제도 바깥의 출산은 개인의 인생을 끝장내기 때문이다. 제도가 바뀌면 결과도 바뀔 수 있다. 가까운 예로, 이혼에 대한 인식이 20년 사이에 얼마나 달라졌던가?

어쨌든 사회문화적 제약이 하루아침에 바뀌진 않을 테니 결혼을 보자. 한국의 경우 결혼 연령과 출산 연령이 동반 상승했다. 결혼 후 출산까지 걸리는 기간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1997년과 2016년을 비교하면 평균 4개월 정도 늘었다. 대학진학률이 늘고 졸업까지 걸리는 기간이 길어졌음을 고려하면 큰 차이가 아니다. 그러니 결혼이 늦어져서 출산이 늦어진 건 사실이다. 그런데 결혼하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정규직 비율을 높이고 임대주택을 확대하자? 아니다.

먼저, 정규직 비율을 높이자는 말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자는 말인지, 향후 채용을 정규직 중심으로 하자는 말인지는 모르겠다. 둘 다 비현실적이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 하에 정규직-비정규직 갭을 점차 줄여나가는 것이 현재 가장 합리적이다.

둘째로 임대주택 확대. 먼저 한국의 주거비용은 국제 기준 높은 편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자. 선진국은 소득의 20% 후반을 주거비로 지출한다. 한국은 15-20%다. 우석훈 박사가 말하는 임대주택이 공공인지 민간인지는 나와 있지 않다. 민간임대주택이었기를 바란다. 공공임대주택의 경우 부지도 재원도 없다는 건 부동산알못인 나도 아는 사실이다.

 

그는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20대들을 만나 가장 큰 변화가 뭐냐고 물어보니 ‘소개팅이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하더라”면서 “결혼을 유예하고 사는 비정규직에게 출산과 육아는 사치”라고 했다.

주변에서도 이런 이야기 심심치 않게 듣는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경제학자라는 타이틀을 걸고 이런 식으로 말하는 것은 매우 곤란하다. 적어도 종사상지위별, 연령별 유배우율 통계라도 제시해야 한다. 경활조사 원자료 5분만 만지면 얻을 수 있는 데이터다. 원자료 제시는 스킵.

 

그는 결혼 9년 만인 2012년 첫아이를 낳았고, 2014년 둘째를 낳았다. 박사 학위 소지자로 직장 생활을 하던 그의 아내는 첫째를 낳은 뒤 1년 육아휴직을 했고, 둘째 백일 무렵 ‘경단녀(경력 단절 여성)’가 됐다. “태어나자마자 집중치료실에 들어갈 만큼 몸이 약했던 둘째를 돌보기 위해서”였다. 그는 “회사에서 육아휴직이 안된다고 했다. 행정소송을 하라는 사람도 있었지만, 애가 아파 소송을 할 틈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의 아내는 지난해 파트타임으로 다시 일을 시작했다.

아내분 이야기는 스킵. 출산휴가/육아휴직 사용률 제고는 분명 중요한 문제다.

 

두 아이의 아빠가 되면서 그 역시 일을 줄이고 육아에 나섰다. 금요일 오후부터 월요일 오전까지는 그가 육아를 도맡는다. 매일 오전 9시까지 두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는 일도 그의 몫이다. 술자리 약속이 있어도 오후 8시30분까지는 귀가한다. 그는 “밤 9시에 애들을 재워야 하는데 그 시간을 놓치면 밤 11시까지 안 잔다. 혼자 애 둘을 재울 수가 없다. 각자 한 명씩 데리고 책을 읽어줘야 잔다”고 설명했다.

아주 수고가 많으시다.

 

Q : 육아 참여도가 높은 편이다.

A : “우리나라 남성들의 가사 참여율은 이슬람 국가 수준이다. 부부가 같이 일을 하면 집안일도 나눠 하는 게 당연하다. 육아엔 절대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육아를 무서워하는 아빠들이 많다. 애 보는 게 부담스러워 꼭 필요하지도 않은 야근을 하는 아빠들도 꽤 있다.”

가사참여율 이야기는 위에서 했다. 남성이 육아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를 경제활동과 귀찮음으로 나누면 둘 중 어느 쪽이 더 클까? 과연 지금 30대 중 “애 보는 게 부담스러워 꼭 필요하지도 않은 야근을 하는 아빠” 가 얼마나 있겠는가? 자료는 없지만 간접적으로 추론해 볼 순 있다. 과연 남성들의 인식이 그랬다면 가사참여율이 개선되었을까?

 

Q : 육아의 어떤 점이 가장 힘든가.

A : “다 어렵다. 노동 강도로 따지면 중노동 중의 중노동이다. 돈 문제도 힘들다. 출산 후 가계 소득은 줄고 지출은 늘어났다. ‘돈이 없어 못했다’는 일은 안 만들고 싶은데, 쉽지 않다.”

물론 다 어려울 것이다. 다 하려고 하면 다 어려운 법이다. 당장, 바로 아래 내용과 모순이다.

 

그는 비경제적인 육아 관행도 꼬집었다. 고가의 산후조리원과 유모차·영어유치원 등에 쓸데없이 돈 쓰는 풍토를 안타까워했다.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과 보육 교사 처우 개선 등의 필요성도 역설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첫째를 집 근처 국공립어린이집에 보내려고 2년 넘게 기다렸는데 아직도 대기 번호가 20번대”라고 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육아의 고충을 강조하며 “못 할 짓”이라는 말까지 했다.

일단 공립 어린이집 확충이 답이라고 하자. 경제학자라면 적어도 재원조달할 방법 정도는 이야기해야 하지 않나? 대기번호 이야기는 길에서 30대 후반 여성 붙잡고 물어도 할 수 있는 말이다. 영어유치원을 사치처럼 얘기하는데, 국공립/병설에 보내려다 못 보내니 영어유치원 보내는 케이스도 많다. 한편 기자의 표현인지 모르겠지만 경제학자가 “쓸데없이 돈 쓰는 풍토”라고 말했다는 건 충격적이다. 하긴 예전에 “빚 내서 집 사지 말고 돈 아껴 저축해야 산다“고 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 바로 위에서 “돈이 없어 못했다는 일은 안 만들고 싶”다고 하지 않았나?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해서 좋은 유모차 산다면 뭐라고 할 건가?

 

Q : 청년들에게 “아이 낳으라”는 말을 하기 힘들겠다.

A : “그래도 애들 덕에 웃고 행복하다. 아이를 낳으면 천국문과 지옥문이 동시에 열리는 셈이다. 이렇게 사는 게 삶 아니겠나.”

좋은 말씀이다. 행복을, 그가 즐겨 쓰는 표현대로라면 명랑을 빈다.

성별 임금격차, 보상의 비선형성, 한국 노동시장에 관한 단상

어느 여성판사 죽음에 관한 보고서

‘판사의 과로’ 법과 양심에 영향 없을까, 살인적인 업무량으로 재판의 부실화 우려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미국 연방대법관의 방한 사흘째이던 지난 8월 5일. 대법원의 고위 관계자들은 이날 오후 강연회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이 기사가 다시 공유되는 걸 보자니 착잡하다.

Claudia Goldin 하버드 경제학과 교수는 2000년대에도 남아 있는 미국 성별 임금격차의 원인을 노동자 간 대체성(substitutability)과 보상의 비선형성(nonlinearity of compensation)으로 든다. 표현이 추상적인 것뿐이지 전혀 어려운 말이 아니다.9 to 6을 지키고 업무가 표준화된 직업보다 업무 시간이 불규칙하고 대인관계가 중요한 직업의 보수가 더 높다. 가령 전문직 중 약사가 전자, 변호사가 후자에 속한다. 전자 직업군은 1시간 일할 때 1천 달러를 벌면 2시간에 2천 달러, 3시간에 3천 달러를 번다(선형적). 후자 직업군은 1시간에 1천 달러, 2시간에 4천 달러, 3시간에 9천 달러를 번다(비선형적).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가? 새벽 2시에 클라이언트의 전화를 받는 어려움을 감수해야 하고, 클라이언트와 친밀성 (rapport)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인력 간 대체가 쉽지 않은 직업이 그 반대급부로(compensating differentials) 비선형적으로 상승하는 고임금을 얻는다.

Goldin은 여성이 출산을 거치며 시간을 탄력적으로 쓸 수 없기 때문에 비선형적 임금 프로파일 직업을 선택하지 못하게 된다고 설명하며 성별 임금격차와 이 현상을 연결한다. 그리고 이 문제가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며, 혹독한 업무환경의 대가로 비선형적 고임금을 주는 것이 해당 직종에서 짧게 일하는 사람들에게 패널티를 부과하는 것과 동일하므로 젠더 문제와 무관하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노동시장 조건 개선, 특히 시간선택제 근무 확산 및 파트타임과 정규직 대우 갭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정책적 시사점을 도출한다. (하루이틀에 바뀔 문제는 물론 아니다. 어차피 노동은 파생수요이며, 생산물 수요가 우선한다. 클라이언트가 새벽 2시에 전화를 건다는 데 어쩔 거냔 말이다.)

갑자기 웬 성별 임금격차 얘기를 했느냐. 비선형성을 설명하는 예시로 생각하심 되겠다.

한국은 최저임금 알바 이외 모든 직업에 비선형성이 있다. 최저임금 알바 뺀 것도 최저임금의 정의(시간당 고정임금)를 생각해서 뺀 것이지 근무환경이 나아서 뺀 것이 아니다. 당장 비선형성을 입증하는 데이터는 없지만, 한국 노동공급이 매우매우매우 비탄력적이라는 점이 간접적인 증거다. 파트타임 일자리 자체가 적거나 열악해서 일을 하느냐 마느냐를 선택하지 근무시간을 선택하는 경우가 극도로 적기 때문이다.

이 점은 Goldin이 말한 파트타임 비선형 패널티가 모든 직종에서 매우 심각하게 존재한다는 것으로 해석해봄직하다. 그런데 한국엔 비선형 패널티만 있지, 노동자 간 대체성은 매우 높다(너 아니라도 일할 사람 많다). 이 둘이 양립가능할 조건은… 간단하다. 그냥 노동시장 환경이 안 좋은 거다.

이 문제는 국가경제를 좀먹는다. 하여 나는 최근 고용노동부가 시간선택제 일자리 등을 도입해서 무언가 해보려는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 한국이 정책이 부족했던 국가가 아니며 일자리란 게 정부가 도입해서 어떻게 해 볼 문제가 아니라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 어쨌든 저런 단어를 공식 문건에 올렸다는 것도 나름의 진전이라고 생각한다.

Goldin 교수가 저 내용을 아주아주 쉽게 풀어 쓴 대중용 아티클을 하나 소개한다. Claudia Goldin (2010), “How to achieve gender equality in pay”, The Milken Institute Review.

송인서적 부도에 관한 메모

출판업계가 대형 서적 도매상 송인서적 부도 문제로 시끄럽다. 정부도 나섰다. 서울시가 12억원대 서적구매를 조기집행하고, 문체부가 저리 융자를 지원한다고 한다.

한국출판인회의 회장은 사태 직후 간담회에서 “2000년도 이전부터 정부와 정치권은 우리나라 출판 문화산업을 사양 산업으로 인식하고 지원투자를 거의 하지 않았다”고 했다. 출판계의 자구 노력을 강조했던 분이 이런 발언을 한 심정은 이해한다. (이분은 2015년 1월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출판사가 읽을 만한 책을 만드는 데 얼마나 정성을 기울이느냐 보면 ‘×판’이다. 독자가 안 읽는다고 불평하는 건 양심 없는 짓이다.”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한편 유통위원장은 “정부는 ​출판계 유통구조 개선을 민간 출판사에게만 맡겨왔다. 그 결과 출혈경쟁이 이어졌다”라며 “정부는 출판계 인프라 개선에 힘써야 한다”고 했단다.

출판업 경영 및 유통이 매우 낙후되어 있다는 건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알 수 있다. 외환위기 이전과 달라진 게 없다. 우선 이번 건에서도 보이듯 어음 돌려막기가 만연하다. 소위 위탁판매제에서 나타나는 출판사-도매상-서점 간 거래관계도 심각하다. 서점은 매대를 제공할 뿐 출판사에서 책을 매입하지 않는다. 책이 팔리지 않으면 반품해 버리면 된다. 팔리지 않을 때의 리스크가 출판사에게 지나치게 전가된다.

그러나 출판계 의견에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그들은 오랫동안 도서정가제 개정을 요구해 관철시켰다. 그 노력으로 정부가 유통구조(거래관행)에 개입해 달라는 편이 더 합리적이지 않았을까? 소비자 저항도 훨씬 적었을 것이다. 게다가 도서정가제가 출판업을 구원하리라는 믿음에는 근거가 없었다. 유통구조 개선을 위해 가격규제(재판매가격제한)을 도입하다니, 그야말로 벼룩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도서정가제가 해법이 아니라고 경고했고, 경고는 현실화되었다.

송인서적 부도에 관한 메모송인서적 부도에 관한 메모

도서정가제의 경제적 귀결은 처참하다. 도서가격(베스트셀러 및 스테디셀러)이 상승하여 사실상 담합 상태다. 온라인 거래액이 하락했고 가격 상승을 감안하면 거래량 역시 하락했다. 온라인 거래액이 하락한 만큼 오프라인 거래액이 상승했을까? 오프라인 서점 거래액 통계는 없지만 소비자들이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넘어가려면 수요가 가격 변화에 아주 둔감해야 한다. 게다가 서적 구매경로에서 동네서점이 차지하는 비중은 8.15%에 불과하다.

송인서적 부도에 관한 메모

송인서적 부도에 관한 메모송인서적 부도에 관한 메모송인서적 부도에 관한 메모

송인서적 부도에 관한 메모
그런데…정가제 시행 후 송인서적 재무는 약하게나마 호전되었다. 기초적인 재무지표만 살펴보았지만 2013년과 2015년 연말을 비교하면 매출액,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매출액증가율, 영업이익증가율 모두 상승했다(수익성 및 수익성 추이 향상). 자기자본비율은 상승하고 부채비율은 하락했으며(건전성 향상), 유동성 비율은 상승했다(지급여력 향상). 도매상이 열매를 독점했다고 비난하려는 게 아니다. 어차피 부도나지 않았나. 정가제가 당초 홍보했던 목적을 전혀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정부에 정책을 요구하는 역량은 한정되어 있다. 출판계는 근거 없는 낭만 때문에 역량 배분에 실패했다.

송인서적 부도에 관한 메모

나는 다독가는 못 되지만 애서가를 자처한다. 밥 먹는 것 다음으로 책 사는 데 돈을 많이 쓴다. 책값 오르는 걸 환영하진 않지만 책값 때문에 살 책을 안 사진 않는다. 또한 한국어 화자로서 한국 출판업 성장을 진심으로 소망한다. (물론 정도가 있다. 어제 스티븐 스티글러 <통계학의 역사> 가 품절이고 중고가가 정가의 3배에 육박하는 걸 보고 한숨을 푹푹 쉬었다. 그뿐인가? 베네딕트 앤더슨 <상상의 공동체>는 절판 후 정가의 10배 가격에 거래되었다. 아, 한국 출판업 얘기하면서 정작 예시가 둘 다 해외 저자 아니냐는 태클은 사양한다.) 출판업계가 “구조개혁”과 “정부지원”이라는 공허한 구호만 부르짖지 말고 실질적 대책을 찾기를 바란다. 한국 시장은 작다. 이 사실을 주어진 것으로 받아들이고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참고자료

도서정가제 개정 전 부작용을 경고한 KDI 보고서:
조성익(2014), 유통기업의 가격설정능력과 전자상거래의 효과: 도서유통시장 사례를 중심으로.

도서정가제 개정 후 경제적 효과를 분석한 KDI 보고서:
조성익(2015), 도서정가제의 경제적 효과.

 

 

주님의 기업 이랜드, “임금꺾기”로 세상과 구별되다

이랜드가 “임금 꺾기” 꼼수를 활용해서 지급하지 않은 임금총액이 83억, 피해자 4만 명이라는 기사가 떴다.

기사에서 소개된 “임금 꺾기”는 이랜드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랜드야 하루 이틀 일이 아니라는 게 문제지만. 가령 커피 프랜차이즈에서도 동일한 문제가 발생한다. 댓글에 달아 둘 텐데,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커피전문점 노동자들의 근무환경을 조사한 바 있다. 대략 비슷하다.

“노동시장에 저숙련노동자가 초과공급된 상태에서, 균형임금보다 최저임금이 높아 이런 변칙이 발생한다.” 그러지 말라고 최저임금법 제정한 거다. 그리고 한국 최저임금은 지난 10-15년간 가파르게 인상되었는데 (그 전에는 너무 낮았다), 이랜드는 10년 전에도 이랬다. 그 때도 최저임금이 너무 높았다고? 오바마의 대답을 들려주겠다. “Go, and try it.”

저숙련 노동이라고 해서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한다는 법은 어디에도 없다. 그들 역시 생산에 기여한다. 생산에 기여한 만큼 – 그러니까 부가가치 – 받아가는 게 미시경제학의 기본이다. “임금은 한계생산물가치와 같다.” 누가 더 하라고 했나.

그게 아까워서 인건비 아끼고 싶으면 다른 방법을 택해야 한다. 아마존이 창고 인력 줄이려고 로봇 개발한 것처럼. 그건 물류업체고 우린 유통뿐 아니라 요식업도 한다고? 맥도널드는 전자주문 도입했다. 패스트푸드와 우리는 다르다고? 고급화 전략을 취할거면 그거 만드는 인력에게도 그만한 대접을 해 주어야 한다. 임금은 한계생산물가치랑 같다니까.

그게 어디 쉽냐고 묻는다면, 그런 걸 해내는 걸 기업가 정신이라고 한다. 기술진보가 바로 같은 노동량 투입해서 더 많은 생산을 하는 것, “생산성 혁신”을 말하는 것이다. 경영자, 임원에게 높은 임금을 지불하는 건 혁신을 포함한 경영상의 결정을 잘 하라는 것이다. 못하겠으면 제 값 치르고 사람 써야지. 아니면 직접 나와서 만들던가. 그게 싫으니 만만한 사람 후려치기 하는건데. 할 줄 아는게 문어발식 사업확장 & 알바 후려치기 뿐인가?

헌금할 돈으로 임금지불이나 제대로 제 때 하기 바란다.

신고전학파 경제학은 불평등 문제에 무관심한가?

불평등 문제를 교육과 기술혁신 곧 노동시장의 수요와 공급을 통해 설명한 <교육과 기술의 경주 (The Race between Education and Technology)>(Goldin & Katz, 2009)를 읽고 있다. 소위 주류경제학과 불평등 문제의 관계를 한큐에 요약한 부분이 있어 옮겨 본다. 저자 둘 모두 하버드 경제학과 교수, 덤으로 부부다. 그러니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한다.

“연구자들이 불평등 심화를 인지한 1980년대에 그 중요성을 믿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몇몇은 현상을 면밀히 검토하고, 다른 척도(measure)로 교차검증하면 희석되지 않겠느냐는 의문을 던졌다. 그러나 1970년대 후반부터 크게 심화된 미국 경제불평등은 척도와 자료를 바꾸어도 꾸준히 관찰되었다. 다른 연구자들은 소득불평등 변화가 저축-차입 상쇄에 따른 가계소득의 일시적 변화를 반영하는 것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했으나, 그렇지 않았다. 1970년 끝 무렵부터 나타난 경제불평등 현상은 실재한다.”

“미국 경제성장률은 지난 10년간 회복되었으나, 성장의 과실은 과거보다 훨씬 불평등하게 분배된다. 근로소득은 국민소득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대다수 미국 가계는 근로로 생계를 꾸리므로, 불평등 심화에 관한 이야기는 곧 노동시장과 근로소득불평등 변화에 관한 이야기이다.” (번역은 본인의 것)

딱히 주류경제학은 불평등에 관심이 없냐고 성토하는 글이라거나 세상이 얼마나 좋아졌는데 불평등 타령하냐는 글 연속으로 봐서 올리는 거 맞다. 경제 양극화가 문제라는 주장이나, 문제없다는 주장이나 의견의 양극화를 부추기기는 매한가지다.

이하는 원문.

“When rising inequality became noticed by researchers in the 1980s, some initially doubted its significance. Some questioned whether the facts would stand up to closer scrutiny and to a wide range of measures. But the large increase in U.S. economic inequality since the late 1970s is robust to a host of alternative measures and is revealed by many data sources. Other researchers were concerned that income inequality changes reflected no more than a rise in the transitory variation in household income that was offset through saving and borrowing, but that does not appear to have been the case. The sharp rise of income inequality of the 1980s is echoed in the large increase in the inequality of consumption per adult equivalent among U.S. households and in long-run measures of family incomes and labor market earnings. Rising economic inequality since the end of the 1970s is a very real phenomenon.”

“U.S. economic growth has recovered over the last decade, but the benefits of economic growth are now far less equally shared than in the past. Only the top part of the U.S. income distribution has seen income gains in recent decades as strong as in the pre-1973 period. Because labor income makes up the vast majority of national income, and since most American families make their living from work, the story behind rising inequality is one about the labor market and changes in the inequality of labor market earnings. We now turn to documenting recent trends in U.S. wage inequal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