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준비 잡상

연구란 지식생산 활동을 말한다. 연구자의 소임은 지식생산이다. 없던 것을 만들어내는 활동을 생산이라고 부른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수준은 아니더라도 무언가 만들어내야 한다.

만들어낸 결과가 인식 지평을 많이 넓힐수록 좋은 연구다. 전에 명지대 김두얼 교수님이 쓰신 일화를 빌려오면, “그 교수는 남들이 한 사람 혹은 두 사람의 상황을 놓고 중요한 직관을 도출한 논문을 쓰고 나면, 그것을 N명으로 일반화시키는 논문을 쓴다. (…) 그의 논문이 정말로 어떤 부가가치가 있나 보면 거의 0에 가깝다.” 어쨌든 좋은 연구는 좋은 질문에서 출발한다. 남의 질문에서 출발한 연구가 좋을 수 있을까. 그보다, 난 좋은 질문을 던질 수 있을까? 이 고민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물론 그 교수가 나보다 훨씬 똑똑하겠지.)

나는 흐름을 파악하여 체계를 잡고 종합정리하는 데 능하다. 어디까지나 다른 능력에 비해 그렇다는 말이다. 엄밀히 말해 지식생산은 아니다. 가공이라면 모를까. 당장 연재가 그렇다. 어느 정도 공부하면 누구나 쓸 수 있다. 따지고 보면 석사논문도 미국에서 나왔던 연구결과를 한국에서 재현해 본 것이었다. 내생성 검증에 그치지 않고 생존분석을 이용해 주어진 문제에서 내생성의 함의를 좀 더 자세히 설명했다는 정도가 다를 뿐이다. 좋은 질문? 글쎄.

끝까지 가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딜레탕트로 남는 게 어떠냐는 회의가 공존한다. 지금라도 늦지 않았을지 모른다, 굳이 끝까지 가 봐야 알겠느냐는 속삭임이다. 유학을 가고 박사를 받으면 이 양가감정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아마 답은 얻을 게다. 어떤 방향이건.

예상 문답 준비는 마쳤건만 자문자답이 더 어렵다. 아, 자문자답은 영어로 하지 않아도 되니 편하긴 하다. 그것 참 다행이다.

한국의 말로 하는 연구, 독일의 글로 하는 연구 (Koosy K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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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말로 하는 연구, 독일의 글로 하는 연구.

(먼저, 이 글에서 예로 드는 사례는 극히 개인적인 것이며, 독일과 한국의 모든 연구실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먼저 알려드립니다)

독일의 현재 연구실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가장 큰 문화 충격은 바로 랩 세미나 발표가 없다는 점이었다. 과제 워크숍 및 학회 발표 외에는 PPT 발표를 해 본 적이 없다.

이것이 충격적인 이유는 한국에서는 모든 연구를 PPT 자료와 함께했기 때문이다. 첫 연구 주제 PPT 발표부터, 마지막 졸업 논문 심사 PPT 발표까지.. 연구 아이디어 정리도 PPT 문서에 하고, 관련 논문 조사하고 공부도 PPT 문서에 하고, 강의를 위한 수업 자료도 PPT 문서로 만들었다.

그 시절은 스티브 잡스의 Keynote 스피치가 붐을 일으키고, 서점에는 스티브 잡스의 노하우 분석 및 따라 하기 책이 넘쳐났다. 교수님께서도 청중을 사로잡을 수 있는 PPT 발표를 강조하셨고, 랩 세미나 발표 때는 PPT 자료의 글자 크기, 폰트, 그림의 배치, 색깔 등에 대한 지적을 받으며 올바른 PPT 자료 만드는 법을 숙달해 왔다.

단지 발표자료뿐만 아니라, 유머와 비유를 섞어가며 청중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센스와 물 흐르듯이 유창한 언변술은 박사과정이라면 필수로 익혀야 하는 중요한 자질이었다. 또한, 신입생이 새로운 기법으로 화려하게 PPT 발표를 하면, 단번에 훌륭한 학생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발표 즉 말로 하는 연구가 중요하게 여겨진 이유는, 한국에서는 연구 평가를 글이 아닌 말로 하기 때문이다. 연구과제 제안서 심사도 발표로 하고, 연구결과 심사도 발표로 한다. 물론 제안서와 결과 보고서를 글로 제출하긴 하지만, 그 문서를 심사위원들이 정말 읽어보는지 아닌지 알 수도 없을 정도로 실제 평가는 발표 비중이 크다.

대학교에서 가장 중요한 석박사 학위 논문 심사 역시 예외가 아니다. 학위 논문은 발표 심사 일주일 전에 제출하고, 논문에 대한 평가보다는 발표 심사 때 발표 내용을 기반으로 당락이 결정된다. 그리고 그 후에 논문은 다시 수정해서 제출하면 되는데, 논문의 최종본은 대부분 심사를 받지 않고 통과된다.

즉, 글이 아닌 말로 연구에 대한 모든 중요한 평가가 결정되는 것이다.

이런 시스템의 장점은 효율성이다. 글로 된 논문, 제안서, 보고서는 읽고 의견서를 작성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말로 된 발표는 듣고 바로 의견을 말로 전달하면 하루 만에 끝낼 수 있다. 대부분 매주 정기적인 랩 세미나는 한 번에 한 명의 교수님이 여러 학생의 연구 진행 사항을 점검하고 지도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말로 빠르게 진행된 연구는 그만큼 많은 것을 놓치게 되는데, 그것들은 글로 된 논문을 작성할 때 역습으로 나타난다. 내 경험을 얘기해보면, 첫 문장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해하다가 결국 introduction은 맨 마지막에 쓰기로 하고 건너뛴다. 두 번째 관련 연구 부분을 쓸 때는, 지금껏 찾고 공부한 논문들이 좀 오래된 것 같아서 최근 논문을 찾다가 내 방법보다 더 좋은 방법을 찾게 된다. 세 번째, 내가 한 연구가 기존 방법보다 더 좋다는 점을 적어야 하는데… 도무지 찾을 수가 없다.

이쯤 되면 논문 마감은 며칠 남지 않았고 맨붕에 빠진다. 연구 방법과 실험 결과만 잘 정리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하고 어찌어찌 제출은 하지만… 예상대로 이렇게 작성된 논문은 대부분 reject 되고 만다.

연구 결과도 잘 나왔고, 그동안 세미나 때 교수님과 선배님들 지도받으면서 잘한 것 같은데.. 뭐가 잘못되었을까?

말의 힘은 화자에게 주도권이 있다는 점이다. 화자의 태도, 언변술, 발표의 진행속도에 청자는 따라갈 수밖에 없다. 특히 토론 형태가 아닌 일방적인 발표에서는 청자는 화자의 주장에 설득당할 가능성이 높다. 히틀러가 쓴 책은 큰 인기를 얻지 못했지만, 말로 독일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사실만 봐도 말의 힘을 실감할 수 있다. 물론 그것이 연구자에게도 발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일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연구 진행을 말의 힘을 빌려 하게 되면, 논리 전개의 세밀한 검토를 받을 기회를 상실하게 된다는 점이다. 세미나 때 발표자가 보여주는 제한된 정보들을 바탕으로 빠르게 진행되는 발표 속에서 연구의 단계 단계 논리적인 결함을 찾기란 쉽지 않다. 특히 PPT 자료의 속성상 발표자는 연구의 단점은 최대한 감추고 장점은 최대한 부각할 수 있는 자료를 만들어서 청중을 설득하려고 애쓰게 된다.

만약 충분히 검증되어 출판된 논문을 설명하는 발표라면 장점이나 특징을 부각해도 되겠지만, 연구가 진행 중인 내용을 발표를 통해 지도받기에는 세밀한 논리 전개를 검증하기에 자료와 시간에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 결국, 그렇게 말로 전개되고 완료된 연구는 글로 정리하는 과정에서 본인 스스로 모순을 발견하여 전개가 안 되거나, 그 글을 읽은 평가자에게 쉽게 논리적인 결함을 지적받게 된다.

이런 말로 하는 연구 시스템에서 잘 훈련된 필자가 독일에서 연구를 진행하며 가장 먼저 놀란 사실은 랩 세미나 없이도 연구실이 잘 굴러가는 것이었다. 대신 교수님이 연구실에 머무는 시간이 많고 자주 순회하며 개개인 학생들과 토의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한국에 비교하자면 같은 방에 있는 선배 같은 느낌이랄까.. 석사 학생들에게는 포닥들이 그런 역할을 하게 된다. (참고로 우리 랩은 박사과정 10명에 포닥이 4명이다)

그리고 구체적인 연구 지도는 글로 진행한다. 처음 학생에게는 교수님 또는 포닥이 작성한 연구주제가 1~2장의 요약 논문 형태의 글로 주어지고, 학생도 연구를 진행할수록 논문 형태의 문서를 구체화해가며 지도교수 또는 포닥에게 정기적으로 피드백을 받는다.

이렇게 하면, 지도하는 입장에서는 이 학생이 연구의 취지를 잘 이해하고 있는지, 얼마나 관련 연구 조사를 했는지, 본인의 의견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 수 있다. 그리고 문장 사이의 논리적 전개에 대해서도 이유를 물어보고 설명이 부족하면 보충하게 한다.

지금까지 네 명의 석사 논문을 이런 식으로 지도하며 느낀 점은, 처음에는 주어진 연구주제를 비판 없이 따라 하던 학생들이 점점 스스로 각 논리적 단계마다 ‘왜?’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렇게 연구가 진행되면 될수록 자연스럽게 논문 한 편이 완성된다. 그다음에 발표는 이렇게 완성된 논문을 요약해서 사람들에게 내용을 소개하는 자리이다. 지적이 아니라 박수받아 마땅한 자리이다.

독일의 박사학위 심사 역시 마찬가지이다. 먼저 논문을 제출하면, 심사위원들이 읽어보고 의견 및 수정사항을 준다. 그걸 바탕으로 논문을 수정해서 다시 제출하고 피드백을 받는다. 이런 과정을 보통 일 년 넘게 진행하고, 심사위원들에게 통과가 되면, 비로소 많은 사람에게 논문을 발표하고 축하를 받는다. 즉, 말로 된 발표는 글로 된 논문을 요약해서 설명하는 수단이지, 말로 진행한 연구를 글로 정리하는 것이 아니다.

말과 글은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말은 이해시키는 주도권이 화자에게 있고, 글은 이해하는 주도권이 독자에게 있다. 또 말은 감정적이고 글은 이성적이다. 연구를 말이 아닌 글로 해야 하는 이유는, 그만큼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이 철저하고 세밀해야 하고 점검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그것은 연구가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해야하는데 비해, 사람은 스스로의 생각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말로 진행되는 연구 분위기는 아마 우리 사회가 글을 읽고 생각하고 묵상하는 여유가 없어서일 것이다. 그래도 연구는 긴 호흡으로 차분히 꼼꼼하게 생각하고 서로 점검하고 타인의 지적을 이성적으로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대학교에서 학생들이 발표자료 꾸미느라 밤새는 시간에 자기 생각을 한 문장이라도 더 글로 표현해보고, 교수님들이 학위논문을 읽어보고 논리적인 문제점들을 찾아주고, 과제 심사위원들이 연구보고서를 꼼꼼히 읽어보고 의견서를 작성해서 피드백을 준다면… 그 안에서 여러 생각이 모아지고 구체화 돼서 우수한 연구도 훌륭한 연구자도 길러지지 않을까?

보건사회연구원 보고서 비판

보건사회연구원 주최 제13차 인구포럼에서 발표된 논문 한 편이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내용인즉슨,

ㅇ 교육투자기간을 줄이는 정책은 대기업과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불필요한 휴학, 연수, 자격증 취득 등이 채용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고지하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을 것. 시간을 합리적으로 투자할 줄 아는 인재를 뽑는다는 것을 고용시장에 알림으로써 불필요한 스펙 쌓기로 시간과 돈을 허비하는 것을 막고 지원자와 기업 간 탐색과 매칭이 일어나는 연령을 낮출 수 있을 것임
ㅇ 또한, 교육투자를 마치고 사회에 진출한 남녀가 서로 원하는 상대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IT 기술과 연계하여 높여줄 수 있는 정책개발 필요. 가상현실(virtual reality) 기술을 이용하여 바쁜 일상을 대신하여 가상공간에서 자신을 대신하여 배우자를 탐색할 수 있는 정보기술을 개발하여 대학에 보급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음
ㅇ 마지막으로, 여성의 교육수준과 소득수준이 상승함에 따라 하향선택결혼이 이루어지지 않는 사회관습 또는 규범을 바꿀 수 있는 문화적 콘텐츠 개발이 이루어져야 함. 이는 단순한 홍보가 아닌 대중에게 무해한 음모수준으로 은밀히 진행될 필요가 있음

청년취업 부진이 눈높이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때면 보수를 자임하는 지도교수님이 하시던 말씀이 있다. “취업눈높이 운운하는 사람은 경제학자 아냐. 경제학 기본도 모르는 소리야. 자기가 한 인적자본 투자가 있고, 갖고 있는 소득이 있으면, 선호에 맞추어 일할 의사가 정해지잖아. 결혼 의사도 마찬가지야. 그건 국가건 뭐건 누가 개입할 수 있는 게 아냐.”

보사연 보고서 논란 관련 포스팅 대부분은 해당 보고서가 발표된 <제13차 인구포럼> 보도자료를 참조했다. 연구원이 포럼 자료집을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일 테다. 그래서 보도자료의 2/3을 차지하는 정책시사점에 포화가 집중되는 모양이다. 연구 내용을 비교적 자세하게 소개한 기사가 있어 읽어 보았다.

원문을 확인하지 않고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정책 시사점 말고) 실증분석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 같진 않다. 초산연령 상승 이유가 결혼 이후 초산까지 걸리는 기간이 증가했기 때문이 아니라 초혼연령이 상승해서라는 얘기는 이미 많이 나온 바 있다. 고학력 고소득 여성의 결혼이행확률이 낮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눈길을 끄는 내용이 있다. “여성은 고소득·고학력 여성일수록 미혼으로 남을 확률이 높았고, 남성은 저학력·고소득일수록 미혼일 가능성이 컸다.”

흔히들 결혼이 돈 문제라고 한다. 그런데 저학력 남성은 소득이 높아질수록 결혼이행확률이 낮아진단다. 의아하지 않은가? 이 현상이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고학력-고소득 여성 결혼이행확률이 낮은 건 당연하다. 언급했듯 이들에게 눈높이를 낮추라는 건 넌센스다. 저학력(고졸이하)남성이 고학력(석사이상)여성보다 많을 테니 정책적으로도 이쪽이 더 중요하다. 저학력 고소득 남성은 결혼을 안 하는 것인가, 못 하는 것인가? 바꾸어 말하면 고학력여성이 저학력남성을 기피하기 때문인가, 저학력남성이 고학력여성을 기피하기 때문인가, 둘 다인가? 여기에 집중했다면 좋았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보기에 더 중요한 질문은 이거다. 학력-소득별 매칭된 결혼assortative marriage이 일어나고 있다면, 저학력-고소득 남성이 저학력-고소득 여성과 매칭되지 않고 있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이유는 무엇인가?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으리라고 본다. 저학력-고소득 여성이 고학력 남성을 선호하거나, 저학력-고소득 여성 자체가 과소공급되거나. 물론 둘 다겠으나. 일단 두 가지 사실이 알려져 있다. (1) 2000년대 초반부터 여성 대학진학률이 남성보다 더 높다. (2) 해당 연령대 남성 인구가 더 많다. 저학력 남성 절대인구가 저학력 여성보다 많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인구구조 하에서 저학력여성과 남성의 고소득이행확률은 어떨까? 성별 이행확률이 같아도 저학력여성은 과소공급된다. 그런데 기존 성별 임금격차 연구를 바탕으로 추측컨대 여성의 이행확률이 낮을 것이다. 이유는 물론 차별. 저학력 고소득 여성은 더더욱 줄어든다. 나는 국가가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겠다는 정책 시사점을 굳이 도출한다면 여기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학력 고소득 여성의 눈높이가 아니라.

정책시사점은 할 말이 없는 수준이기 때문에 생략한다. 예전 레바툰에 국가가 저출산 대책으로 단체미팅 시키는 에피소드가 있었다. 국가가 차라리 그런 매칭서비스 제공하라는 것이 VR 운운하는 것보다 낫다. 궁서체다.

보건사회연구원 보고서 비판
레바 의문의 1승

** 논문의 계량분석이 결혼이행이라는 사건이 발생하는 기간을 갖고 duration analysis를 한 건지, 결혼여부더미를 두고 probit/logit을 돌린 건지 모르겠다. 학력별 이야기도 집단별로(가령 고졸이하/대졸이상) 따로 돌린건지, 단순히 회귀분석 결과를 갖고 all other things equal, 학력이 낮아질수록~ 이라고 한 건지 모르겠다. 후자라면 저렇게 해석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동성혼 관련 인식조사

젠더 이슈가 터질 때면 난리가 난다. 정작 인식 관련 통계를 본 적이 없어서 한 번 찾아보았다.

통계가 안 보이는 데엔 이유가 있다. 내가 서베이에 친숙하지 않아 못 찾은 것일 수도 있겠지만 통계 자체가 미비하다. 이런저런 자료야 있으나, 쉬운 걸 물어보면서 & 부정기라도 여러 차례 시행했고 & 표본 및 조사방법을 밝혀 둔, 신뢰할 만한 서베이는 찾지 못했다. (여성가족부나 여성정책연구원은 성평등 인덱스 & 성 인지 예산/통계 쪽으로 바쁜 것 같다.)

그나마 여성가족부 2016년 조사가 있으나 결과가 그리 흥미롭지 않다. 응답자 특성별 분해 결과도 안 나와 있어서 더욱 그렇다. 오히려 동성결혼 법적 허용 찬반에 관한 서베이가 존재한다. 한국갤럽에서 동성애 관련 인식을 2001, 2013, 2014년에 조사한 바 있다. (01, 14년은 몇 가지 질문을 했고, 13년에는 동성결혼 찬반 여부만 물었다.)

동성혼 관련 인식조사

주의주장을 보다 답답해서 정리해 본 것이라 딱히 덧붙일 말이 없다. 굳이 해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수준일 듯. 다만 동성애 관련 인식이 이 정도로 빠르게 변할 줄은 몰랐다. 특히 13, 14년 사이 급격한 변동은 놀라울 뿐이다. Overall 기준 01-13년 사이에 반대 비율이 67%로 불변이었는데 13-14년 사이에 9%p 떨어졌다. (12년간 변화 < 1년간 변화)

총합은 연령별, 지역별, 학력별 등 인구특성별 반대와 찬성 비중이 변하면 따라 변한다. 12년간 특성별 반대-찬성-무응답 간 상쇄에 따라 총합 변화가 부진하다 역전되었다고 볼 수도 있겠으나 연도별 자료가 있는 게 아니라 검증 불가능하다. 요인은 더더욱 오리무중.

게다가 13-14년 9%p 변화는 전 연령대에서 찬성비율이 상승한 결과다. 2030은 그렇다 쳐도 40대가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걸 무엇으로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역시 뭐든지 빨리 변하는 나라다.

2월 넷째 주 NBER (2017-02-20)

이번 주 NBER working paper 중 흥미로운 페이퍼. 난 언제 질문 빌드업하고 이런 페이퍼 써 보나… 우울에 빠져들다가 적어 본다.

– “High-Skilled Immigration, STEM Employment, and Non-Routine-Biased Technical Change” (링크)
= 고숙련이민의 파급효과, 이민자(아시아계)들이 STEM/혁신적 일자리에 몰리는 경향을 “내생적 비-루틴 편향적 기술진보(endogenous non-routine-biased technological change)” 모형에 기초해서 실증분석(calibration)한 논문. 이에 따르면 고숙련이민은 불평등을 감/소/시/켰/다. 또람프 보고있나?

– “Political Cycles and Stock Returns” (링크)
= 민주당 집권기에 평균 주식수익률 (& 경제성장률)이 더 높다는 “presidential puzzle”을 예측하는 모형.

-“When Work Disappears: Manufacturing Decline and the Falling Marriage-Market Value of Men” (링크)
= 제목이면 됐지,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한가? 망했어요(…) 제조업 쇠락에 따른 노동수요 감소가 “결혼할 만한” 남성을 줄였다. 소득이나 구직가능성 감소는 물론, 더 위험한 일자리에 종사하는 경우도 늘어났기 때문. 결혼시장에 “괜찮은 남자” 공급이 줄어들자, 혼인율 & 출산율이 하락한 반면 미성년미혼모 & 빈곤1인가구 출산아 비율이 늘어났다. 갓갓 Autor 센세의 논문.

-“Human Decisions and Machine Predictions” (링크)
=법무부 판결 데이터를 머신러닝 갖고 어떻게 했다는 것 같아 우와 싶은데 머신러닝에 대해 아는 바가 없어서 뭔 말인지 잘 모르겠다. 이럴 땐 결론만 읽어본다(…) 결론인즉슨 1) ML 아주 귀중한 도구 맞는데 기존 계량경제학 성과를 머신러닝에 반영할 필요도 있다 2) 경제학적 틀로 머신러닝의 결과를 깔끔하게 해석할 수 있다(“이런 이슈는 우리가 늘상 하는 거다”). 역시 존잘분들이 이콘을 잘 팔아 주신다(…)

국내 대형마트 영업규제의 경제적 효과

국내 대형마트 영업규제의 경제적 효과는 산업조직과 노동경제 측면에서 모두 연구된 바 있다. (노동시장 연구는 보완이 필요해 보이지만)

한줄요약: 제발 하지 말자.

 

1. 산업조직: 정진욱 & 최윤정 (2013), “대형소매점 영업제한의 경제적 효과”, 2013 경제학공동학술대회 발표논문.

“대형마트에 대한 월 2회 강제휴무 규제는 월평균 총 2,307억원의 소비감소를 유발하는데, 그 중 448억원 내지 515억원 정도는 재래시장이나 소형슈퍼마켓으로 전환되지만, 나머지 월평균 1,811억원 내지 1,859억원은 백화점 등 대형업체로 전환되거나 구매 포기로 이어진다. 유통시장에서의 순 소비감소분은 사회후생의 감소를 유발하는 요인이 된다.

영업제한으로 인한 소비자의 거래비용/기회비용 증가율을 5%로 가정하면 소비자 후생의 감소는 월평균 1,907억원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소비의 감소는 납품업체의 매출감소와 대형소매점의 단위비용의 증가로 인한 유통효율성의 저해, 그리고 더 나아가 세수의 감소도 초래한다.

월 2회 의무 휴무제 실시로 인해 법인세/소득세 부문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순 세수감소분은 (..) 월평균 약 24억 5만 원이다. (..) 월 2회 영업규제로 인하여(…) 전체적으로는 월평균 41억 5 만원 (=46억 6천만원 – 5.2억 원)의 부가가치세액이 감소함을 보인다.

다시 말하면, 대형마트 영업제한은 월평균 448억원(19.4%) 내지 515억원(22.3%)의 영세상인 보호효과를 위하여 월평균 2,307억원의 소비감소 및 그에 따른 사회후생감소를 유발하는 정책으로, 소비자에게 미치는 불편함 등의 다른 사회적 비용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매우 비효율적인 정책인 것이다.”

국내 대형마트 영업규제의 경제적 효과

2. 노동경제: 한국노동연구원 (2015), “대형유통업체 영업시간 규제 고용영향평가 연구”.

“대형유통업체의 시장 진입은 소매업의 현대화와 골목상권의 제품 차별화 등을 유도하고, 전반적인 소매업 시장을 확대시키는 경향이 있으나 경기 불황 또는 규제 등으로 인하여 지역 시장의 위축이 일부 나타날 수 있음.

수도권을 대상으로 하는 시계열에 따른 고용증가 추이를 분석함으로써 소매업에서 2013년의 고용증가량이 상당 부분 위축되고 있음을 알 수 있음. 특히 고용증가량의 위축은 평균적으로 대형마트가 밀집해 있을 가능성이 높은 지역 시장을 중심으로 두드러지게 나타남.

종합적으로 규제 이후 2013년의 고용증가 둔화 요인이 대형마트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영업규제의 영향이 단기적으로는 고용시장의 위축에 기여하는 것으로 보이나, 직접적인 고용량의 감소로 기여하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남.”


그렇습니다. 경제학 몰라도 초록은 읽을 수 있지 않습니까. 할많하않. ^^